어딘가에서 테이블 탑 롤플레잉 게임(이하 TRPG, 혹은 RPG)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던 당신은, 큰 마음을 먹고 TRPG 룰북을 샀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과 주사위만 가지고는 게임을 시작할 수가 없지요. 분명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여럿 필요하다는데 나는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그런 막막한 생각에 고개를 들었던 호기심도 사라지고 맙니다.
동료를 찾자
TRPG와 다른 게임 취미들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디지털 게임들은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끼리도 자동으로 매칭을 시켜주는데 비해, 일단 RPG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동료”를 모아야 합니다. 사실 이 시작 지점이 RPG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가장 큰 난관이라 하겠습니다. 같이 게임을 즐길 팀원을 찾는 것은 세상을 구하기 위한 모험의 동료를 찾는 것만큼이나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이미 있다면, 그리고 그 친구들이 RPG에 호기심이 있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 다른 RPG 플레이어들을 찾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대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고 있는 고민은, RPG를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 중 다수는 게임 커뮤니티나 SNS에서 같이 시작할 플레이어들을 찾게 됩니다. 한국에도 TRPG를 다루는 여러 온라인 카페들이 있으며, 구인 공고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곤 합니다. 혹시 구인공고들을 보게 된다면, 아래 부분들을 살펴봅시다. 혹은 본인이 구인공고를 올리고자 한다면, 아래와 같은 부분들을 분명하게 살펴봅시다.
온라인인가? 오프라인인가? : 최근에는 온라인 롤플레잉(ORPG) 플레이어의 수가 굉장히 늘어났습니다. 온라인 롤플레잉에 대해서는 뒤에서, 또 다른 칼럼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만, 일단 구인 내용이 온라인인가 오프라인인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온라인이라면, 어떤 플랫폼이나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여 게임을 진행하는가 역시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만, 그것은 이후 ORPG를 다룰 때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첫 이야기에서는, 어디까지나 “직접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진행하는” 테이블 탑 게임을 중점으로 다루겠습니다.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시간의 모임인가? : 직장인들이 주로 참가하는 게임의 경우, 늦은 시간에 모여서 늦게 끝날 때가 많습니다. 혹은 주말 중 하루를 게임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반면 학생들의 경우는 보다 시간이 유동적입니다. 게임 모임 장소가 자신에게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아무래도 참가히기가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의 문제는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존재하며, 장소는 특히 오프라인의 경우 중요합니다.
게임의 장르는 무엇이며, 어떤 규칙을 사용하는가? : 여기서 “규칙”은 그 모임이 사용하는 롤플레잉 게임의 규칙을 말합니다. 대개는 장르에 따라 사용되는 규칙이 한정되는 편입니다. 판타지 게임의 경우 D&D나 던전 월드, 공포 장르라면 크툴루의 부름이나 인세인 등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비지 월드나 GURPS 등 일부 규칙은 범용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규칙을 사용하는 경우 게임의 장르 역시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판타지 모험물을 하고 싶은 사람이 현대 미국에서 외계인의 비밀 침략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팀에게나 본인에게나 별로 좋지 않습니다.
게임의 기간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 대부분의 RPG는 하나의 캐릭터를 긴 기간에 걸쳐 성장시키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 “긴 이야기”를 부르는 이름은 규칙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단은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인 “캠페인”이라고 부릅시다. 캠페인의 길이는 짧으면 2~3개월에서 길면 1년 넘는 기간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또한 어떤 팀들은 1회성 게임을 진행하기도 하며, 이런 경우는 그날 하루 완결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입니다. 만약 처음 RPG를 시작한다면, 우선은 1회성 게임을 통해 RPG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감을 잡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팀의 캠페인 기간이 너무 길어서 끝까지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그 팀의 플레이어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상담해 보는 것 역시 좋은 생각입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여부, 자신의 참여 가능성, 게임의 장르와 사용하는 규칙, 캠페인의 예상 길이를 확인했다면, 자신이 그 팀에 참가할 수 있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팀마다 구인 인원이 정해져 있으므로, 지원한 이후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읍시다.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을 만들거나, 디스코드 등으로 채널을 만들어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RPG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제가 권하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모임 중 더 편한 쪽을 찾자.
오프라인이라면, 이동에 1시간 이상 걸리지 않는 지역에서, 게임 5-6시간의 여유를 두고 귀가할 수 있는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참가할 수 있는 팀을 찾자.
온라인이라면, 자신이 빠지지 않고 참가할 수 있는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팀을 찾자.
한글화되어 있는 규칙을 사용하는, 자신이 관심있는 장르의 게임을 고르자.
처음부터 너무 긴 기간 이루어지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1회성 게임이나 단기 캠페인을 찾자.
위에서 말한 바대로, 여러분이 하고 있는 고민은 여러분만의 것이 아닙니다. 게임을 하고 싶은 희망자들은 분명 곳곳에 있으니, 해당하는 조건을 찾는 것이 처음엔 어렵게 보일지라도 꾸준히 확인하다보면 분명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은, 아예 스스로 게임 모임을 만드는 것 역시 좋은 생각입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어 스스로 게임 모임을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주변의 목마른 플레이어들이 손을 뻗어 올 것입니다.
오프라인 게임의 좋은 점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현대 디지털 멀티플레이어 게임들은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매칭하여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실로 편리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시대에, 짬을 내고 장소를 구해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얼굴을 보며 게임을 한다는 것이 귀찮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나 MMORPG의 전성 시대에는 TRPG가 상당히 위축되기도 했었습니다.
꼭 MMORPG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모여야 한다.”는 장벽은 현대의 게이머들에게 상당히 크게 느껴지긴 합니다. 그 결과 온라인 RPG가 확산되었고, 특히 “음성/화상 채팅”이 가능해지며 더욱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게임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좋은 점 첫번째 - 존중과 친밀함
온라인 게임을 하다보면 매번 매너있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님을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때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에 들어 왔는데, 매너도 없고 적대적인 플레이어들과 만나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온라인 게임 문화가 확산되며, “트롤”의 숫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며 한번 매칭되고 나면 다시 볼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 다른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해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트롤들의 방식이기 때문에, 계속 얼굴을 보아야 하며, 실제로 만나서 게임하는 테이블 게임에서는 트롤의 수가 매우 적습니다.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오프라인 게임에서는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처음 만날 때에는 일면식도 없고 어색하던 사이라도, 같이 TRPG를 하는 동안 친근해지고 같이 놀러 다니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홀로 게임하는” 플레이어 대부분은 영화도, 다른 취미도 홀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사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슷한 취미를 지닌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꼭 혼자 해야 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좋은 점 두번째 - 빠르고 덜 난잡한 진행
현대에는 음성/화상 채팅으로 인해 이런 부분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은 테이블 게임보다 오래 걸립니다. ORPG 게임의 경우, 화상으로 공용 채널을 열더라도 서로 떠들기 시작하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직접 만나서 하는 오프라인 게임의 경우, 규칙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서로 주사위를 굴리는 시간 등이 비교적 빨리 처리되며, 각자 이야기를 하더라도 난잡해지는 경우가 더 적습니다. TRPG든 ORPG든 모임 한 번을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본적으로 4시간이 넘기 때문에, 이 진행 속도의 차이는 꽤 크게 다가옵니다.
모임 장소 정하기
만약 이미 있는 모임에 참가하게 된 경우는 이미 장소가 정해져 있을 수도 있지만, 장소를 찾는 경우라면 너무 시끄럽거나 너무 조용하지 않고, 4-6시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이 너무 많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 장소를 찾아봅시다. 많은 경우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이나 마스터의 집에서 모이기도 하지만, 그게 마땅치 않다면 스터디룸을 사용하거나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카페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TRPG를 하다보면 “반드시” 소음이 발생하므로, 격리되지 않은 카페의 다인석이나 스터디룸을 사용할 경우는 주변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 도중에는 분명히 음료도 필요해지고, 배가 고파서 간식을 먹어야 할 경우도 많으니, 카페 등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 역시 좋은 생각입니다.
온라인 게임의 좋은 점
온라인 게임은 무엇보다,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사실 과거 온라인 게임들은 제한된 통신 환경으로 인해 진행이 난잡하고 느린 단점들이 컸지만, 최근에는 발달된 통신 환경과 다양한 플랫폼,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도구로 인해서 점차 그러한 단점들을 만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자간 실시간 음성/화상 채팅이 가능해지면서, 마치 정말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특히나 지방이나 기타 비교적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같이 게임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경우, 온라인 게임은 유일한 해결책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게임에 사용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플랫폼, 게임 방식과 주의점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첫 모임의 이야기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적당한 시간에 만나는 오프라인 게임 모임에 참가하는 행운을 얻었거나, 자기 스스로 게임 모임을 만들고자 해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모았다면, 이제 처음 팀 만남을 가져야 합니다.
RPG를 오래 하면서도, 매번 처음 팀 만남을 할 때만큼 긴장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플레이어/마스터라도, 첫 모임에는 항상 기대와 설렘, 약간의 두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스터를 만났다면, 이제 첫 세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첫 모임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가곤 합니다.
캠페인의 장르.
마스터가 있는 모임에 참여했다면, 마스터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캠페인의 장르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이 장르는 바로 캠페인의 주제이자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이 장르에 대한 설명은 위의 구인광고에서도 확인했겠지만, 만나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장르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경이 판타지인가, 현대인가, SF인가, 역사물인가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이야기의 구체적인 분위기도 다양합니다. 판타지라 하더라도 얼마나 현실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가, 주로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다루는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기도 합니다. 따라서 마스터가 현실적인 공포물을 진행하고 싶다고 한다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지나치게 개그스럽거나 비현실적이어서는 곤란합니다.
물론, 장르에 대한 설정이 오롯이 마스터의 권한인 것도 아닙니다. 플레이어들 역시 자신이 기대하는 장르가 있을 수 있고, “같은 장르”라고 하더라도 해석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스터에게 장르의 분위기에 대한 제안을 하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캐릭터 구상 교환
플레이어들이 모이면, 서로가 생각하는 캐릭터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D&D 등의 “전술적인” RPG의 경우, 이러한 파티의 구성은 캐릭터 개개인만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모험에 도전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중시하는” RPG들 역시, 서로 캐릭터의 구상을 교환하면서 미리 아는 사이나 캐릭터간 관계를 설정해 놓으면, 이후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편리해지고 다양한 역할연기가 가능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교환할 때에는 몇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불쾌해하지 않을 캐릭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RPG는 무엇보다 함께 즐기는 게임입니다. 본인의 캐릭터가 다른 플레이어들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러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온라인 게임에서의 “트롤”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만약 자신의 캐릭터 구상이 다른 플레이어의 것과 충돌한다면, 그 플레이어 및 마스터와 함께 의논하여 해결책을 찾아 보아야 합니다.
장르와 역할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코믹한 판타지 RPG를 하고자 모인 팀에서 갑자기 둠 슬레이어나 마스터 치프가 나오면 곤란합니다. 자신이 상상한 캐릭터가 마스터가 미리 이야기한 장르에 잘 맞는지, 그리고 팀에서 서로 분담하기로 한 역할에 어울리는지 생각해 봅시다. 만약 장르나 역할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데 자신이 그 캐릭터를 꼭 하고 싶다면, 마스터와 다른 플레이어들을 설득하거나 “왜 그 캐릭터가 어울리는지”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팀의 규칙 정하기
캐릭터에 대한 구상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해야 할 역할을 정하고 캐릭터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다시 한번 모임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고, 모임 내부의 규칙들을 정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하는 게임이다보니, 모이다보면 지각도 생기고 결석도 생깁니다. 또한 플레이어들끼리 의견이 갈릴 경우,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미리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시간
이렇게 준비 모임이 끝나고 나면, 캐릭터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남은 시간에 도입부 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스터가 준비해 왔다면 말입니다.) 도입부 게임이 없는 경우, 마스터와 팀에서 지정한 장르와 연관된 다른 미디어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판타지 장르 게임을 하기로 했다면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나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 중 어떤 작품의 분위기가 더 좋은지, 마스터나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떤 작품에 가까운 분위기를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더욱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포물을 하려고 해도, “바이오 해저드”과 “언틸 던” 같은 게임의 공포와 “링”,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의 공포는 굉장히 다릅니다. 플레이어들 각자는 서로 다른 미디어 경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미디어 경험을 나누는 과정 역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스터가 장르를 정하는데 있어 참고한 작품을 아직 경험한 적 없다면, 그 작품을 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첫 모임을 끝냈다면, 이제 정말로 흥미로운 RPG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된 것입니다. 다음 모임 때부터 여러분은, 자신이 움직이는 캐릭터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수많은 사건을 겪게 될 것입니다.
다음번 칼럼에서는, 온라인으로 RPG를 하기 위한 과정과, ORPG에 사용되는 여러 플랫폼, 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용어 설명
TRPG: 테이블 탑 롤플레잉 게임을 뜻합니다. 넓은 의미로는 온라인 게임까지 포함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하는” 오프라인 테이블 롤플레잉 게임을 칭합니다. 가끔 RPG라고만 할 때도 있습니다.
ORPG: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Roll20이나 디스코드, IRC, 메신저 등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TRPG를 하는 경우입니다.
규칙: “시스템”이라고도 합니다. D&D, 던전 월드, 새비지 월드, 크툴루의 부름, 인세인, 로그 호라이즌 등, RPG를 하기 위해 사용되는 규칙들을 말합니다. 각각의 규칙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분위기를 내는데 도움을 주며,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특징들이 변하곤 합니다. 몇몇 규칙들은 다양한 장르에 대응하기도 합니다.
플레이어: 넓은 의미로는 게임 마스터와 캐릭터 플레이어를 모두 칭합니다만, 좁게는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 캐릭터로 RPG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를 일컫는 말입니다.
마스터: 사용하는 규칙에 따라 게임 마스터, 혹은 던전 마스터(DM), 스토리텔러(ST)라고도 합니다. RPG 게임의 주재자, 심판, 이야기꾼, 진행자입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NPC들을 마련하는 사람이며, 이야기의 사건을 주로 진행하고 규칙을 운영하며 판정하는 사람입니다. RPG는 1명의 마스터와 여러 명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임입니다.
캐릭터: 게임 속 세상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의 말입니다. 대개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조종하며, 그 역할을 맡아 연기합니다.
파티: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진 일행, 팀입니다. 각각의 규칙에 따라 다양한 다른 이름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세션: 한 번의 게임 모임을 뜻합니다. 세션 하나에 하나의 이야기가 다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대개 규칙, 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한 세션은 4-6시간 정도 걸립니다.
캠페인: RPG에서는 여러 개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이야기를 캠페인이라고 합니다. 캠페인의 기간은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간은 대개 짧으면 2-3개월, 길면 1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캠페인이 길수록 캐릭터는 많은 경험을 쌓아 점점 더 강력한 능력을 얻고 어려운 적과 대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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