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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가튼 렐름즈의 신격 5. 죽음의 삼대신

안녕하십니까? DKSA입니다. DKSA에서는 본격적인 모험자 연맹 9시즌 시작과 소드 코스트 모험자 안내서(Sword Coast Adventurer’s Guide: 이하 SCAG) 소개에 앞서, D&D 팬들과 플레이어 여러분께 SCAG에서 소개된 여러 신격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이 신격에 대한 설명들은 여러분께서 포가튼 렐름즈로 새 게임을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본래 가나다 순에 따라 소개해 드려야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곧 발표될 D&D 5판의 새로운 모험 “발더스 게이트: 아베너스로의 하강(Baldur’s Gate: Descent to Avernus)”를 기념하여 발더스 게이트와 깊은 연관을 지닌 죽음의 삼대신, 베인(Bane), 바알(Bhaal), 머큘(Myrkul)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죽음의 삼대신 이야기: 현재 한국어 자막이 등록 중에 있습니다.>


가락뼈 공기놀이, 해골 굴리기, 빈 왕좌의 이야기

아주 오래전, 모든 분쟁과 죽음, 그리고 저승의 권능을 지닌 것은 오직 하나의 신, 저굴(Jergal)이었습니다. 그는 만물의 종착점을 다스리는 주인이었고, 필멸자들 만큼이나 신들에게서도 크나큰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이든, 증오에 의해서든,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 싸움을 벌일 때나 죽일 때 저굴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의 왕국은 점차 거대해져 갔는데, 결국 세상 만물은 죽어 없어지고 나면 그의 왕국에 들어올 운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오랜 기간 자신의 의무를 수행한 저굴은 점차 권태에 빠졌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왕국 밖에 줄을 서 있는 영혼들을 바라보며 전능과 무능 사이에는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야심에 가득찬 세 필멸자가 저굴이 지닌 힘을 빼앗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 세 필멸자는 이미 신들의 권능을 넘볼 수 있는 실력을 쌓았으나, 그 모든 신들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하고 또한 공포의 대상인 저굴을 노리고 찾아온 것입니다. 이들은 실패하여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함께 힘을 합해 저굴의 힘을 탈추하고자 했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넘어 하데스의 회색 명계 사이에 자리한 저굴의 왕좌에 도착했습니다. 본래 신의 거처는 신의 뜻에 따라 마음대로 변하는 것이니, 저굴의 거처를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저굴이 이들 세 필멸자를 만나기로 했음을 뜻합니다. 저굴의 성에 도사린 수없이 많은 언데드 괴물들을 물리치고 결국 죽음과 저승의 신의 왕좌 앞에 선 셋은 저굴을 대면했습니다.


“이 악의 왕좌는 내 것이야.” 셋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던 수많은 부하를 거느린 폭군이 말했습니다.


“네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리기도 전에 없애버리겠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여온 암살자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너의 정수를 영원히 감금해 주마.” 저승으로 가야 할 수많은 영혼과 시신을 부하로 써온 사령술사가 말했습니다.


저굴은 셋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셋 모두 두려움을 감추고 결의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대로 하시게나들. 나는 이 공허한 힘에 지쳤다네. 자네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자네들이 자신의 지위에 익숙해 질 때까지 내가 조언하고 도와주도록 함세. 그런데, 누가 왕좌에 앉겠는가?”


셋은 저굴의 말에 잠시 혼란에 빠졌다가, 즉시 이 모든 권능을 통치할 자리를 두고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만물의 종착지를 다스리는 주인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온 셋이 서로를 죽이려 드는 모습을 그저 무심히 지켜보다가, 영원히 결말이 나지 않을 것 같자 끼어들었습니다.


“그처럼 오랜 기간 셋이 힘을 합해 왔으면서 결국 서로 싸워 죽일 셈인가? 그냥 셋이서 힘을 나눠 가지면 안되겠는가?”


세 필멸자는 곰곰히 생각하다 저굴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저굴은 가장 강력한 리치 셋의 해골을 가져와 세 필멸자에게 굴리게 했습니다. 가장 멀리 해골을 굴린 자가 승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권능을 맨 처음 차지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셋이 해골을 굴리자마자, 야만과 학살의 주인 말라가 찾아와 해골을 물어가 버렸습니다. 자신도 이 대결에 끼어들어 저굴의 힘을 차지하려 한 것입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결판이 나지 않을 것 같고 다시 세 필멸자 사이에서 위험한 기운이 감돌자, 저굴은 다음으로 가락뼈 공기놀이를 제안했습니다.


세 필멸자는 저굴이 가져온 가락뼈를 가지고 공기놀이를 했고, 폭군이 맨 처음 이겼습니다. “나는 폭군으로서 영원히 군림할 것이다. 모든 증오와 분쟁이 나에게 힘을 가져다 줄 것이며, 내 왕국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은 나에게 복종해야 하리라.” 그가 바로 베인입니다.


두 번째로 승리한 것은 사령술사였습니다. “나는 저승과 죽음의 세계를 취하리라. 네가 모든 것을 다스릴지는 몰라도, 모든 것은 결국 죽게 되어 있다. 죽은 것들은 모두 내게로 오리라. 신들마저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그가 바로 머큘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암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죽음의 권능을 지니겠다. 베인이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머큘의 왕국으로 향하겠지만 나에게도 그 몫을 바쳐야 할 것이다. 너희는 내 뜻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음으로 베인이 지배하는 왕국을 멸할 수 있고, 죽이지 않음으로 머큘을 굶주리게 만들 수 있으니.” 그가 바로 바알입니다.


세 필멸자가 굴렸던 해골을 가지고 있던 말라는 투덜거리며 돌아갔고, 저굴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세 신이 서로의 자리를 정하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베인의 검은 손>


삼대신의 역사

배인, 바알, 머큘은 죽음의 삼대신(Dead Three)이라 함께 칭합니다. 이것은 위의 이야기에 나온대로 세 신이 모두 저굴의 권능 중 일부씩을 얻어 자신들의 신격을 확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 신 모두가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신들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바로 역경의 시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베인과 머큘은 헤아릴수 없이 오랜 옛날 저굴에게서 권능을 나누어 받은 이후, 자신들의 영역을 다스리면서도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신들 위의 신, 아오(Ao)가 지니고 있던 운명의 서판을 훔쳐다 고쳐 쓰게 되면 자신들의 힘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믿고, 운명의 서판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아오는 이 일에 분노하여 문지기 역할을 할 보호의 신 헬름을 제외한 모든 신들을 거처에서 쫓아내 필멸의 세계로 추방해 보냈습니다. 이 일의 결과 모든 클레릭과 팔라딘들은 신성 마법을 사용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마법의 여신 미스트라가 이 연대 책임에 분개해 혼자서 아오를 대면하겠다고 천상의 계단으로 향하다 헬름과 싸워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세계를 둘러싼 마법의 짜임새(Weave) 역시 극도로 위태로워져 마법을 사용하는 자체가 대단히 위험해지기도 했습니다.

지상으로 쫓겨 내려간 삼대신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다시 신격의 자리를 되찾고자 몸부림쳤습니다. 이중 폭정과 증오의 신 베인은 자신을 숭배하던 신도들로 이루어졌던 당시의 젠타림 병력을 이끌고 지상에서도 절대적 폭군이 되기 위해 나섰고, 사방으로 정복에 나섰습니다. 그는 그러던 와중 역시 지상에 추방되어 있던 충성과 의무의 신 토름과 충돌하게 되었고, 두 신은 토름 신앙을 따르던 도시 탄트라스(Tantras) 외곽에서 격렬한 사투 끝에 동귀어진하고 말았습니다. 두 신의 대결은 아바타 삼부작 중 탄트라스에 보다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되었던 아바타 삼부작 중 탄트라스의 표지. 출처: OldPCGames.co.kr>


신들 중에서도 강대했던 베인의 죽음은 다른 두 동료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살인의 신 바알과 죽음의 신 머큘은 둘 다 각자의 방법으로 죽음을 피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도 헛되이, 살인의 신 바알은 보야스키르 다리(Boarskyr Bridge)에서 필멸자 도둑 시어릭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도둑의 신 마스크(Mask)의 아바타이기도 한 검 갓스베인(Godsbane)으로 인한 죽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죽음의 신 머큘은 베인과 함께 훔쳤던 운명의 서판 중 하나를 자신의 거처에 숨겨두고, 베인이 가졌을 나머지 한 쪽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수색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그는 나머지 서판 반쪽이 미드나이트(Midnight)라는 이름의 인간 여마법사와 일행들의 손에 들어갔음을 발견하고, 그녀를 쫓기 위해 워터딥에 죽음의 하인들을 내려보냈습니다. 그러나 미드나이트는 마법의 여신 미스트라의 일부가 들어가 있었고, 천사으이 계단 앞에서 둘이 벌인 대결은 머큘이 분해Disintegrate 광선을 맞아 파괴되며 끝납니다.

본래 저굴에게서 나누어 받은 세 신의 힘은 제각기 다른 과정을 통해 다시 다른 신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먼저 바알의 힘은 갓스베인으로 자신을 살해한 시어릭의 것이 되었습니다. 토름과 동귀어진한 베인의 힘 역시 아오의 뜻에 의해 시어릭에게 갔으며, 머큘과 미드나이트가 대결할 당시 머큘의 죽음으로 인해 머큘의 권능마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해 시어릭은 환상과 거짓의 여신 레이라마저도 갓스베인으로 죽여 그 정수를 흡수해 폭정, 증오, 살인, 죽음, 환상, 거짓이라는 막대한 권능을 차지한 악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어릭의 영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어릭은 저승의 권능을 차지한 이후, 고대로부터 내려온 그 권능들의 본래 주인 저굴마저도 외면하게 하는 정신나간 짓들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필멸자였던 시절부터 강력했던 그의 권력욕에 더해, 새로운 미스트라로서 승천한 과거의 짝사랑 미드나이트에 대한 증오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그는 미드나이트를 두고 연적 관계였던 모험자 켈렘버의 영혼을 찾아 고문하기 위해 사후세계를 뒤졌으나 어디에서도 그의 영혼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어릭은 교단 내에 배신자가 있어 켈렘버의 영혼을 훔쳐두고 있다고 결론내리고는 교단 내에서 대숙청을 감행해 과거 머큘, 베인, 바알을 섬기던 클레릭 중 자신이 보기에 덜 교화된 것 같은 자들을 학살하는 한편, 단지 그의 영혼을 추적하고자 신들조차 두려워했던 혼돈의 사냥개 케제프(Kezef, the Chaos Hound)를 판데모니엄에서 풀어주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만행은 과거 케제프를 창조했던 저굴이 그를 완전히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어릭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켈렘버의 영혼은 그가 신들을 살해할 때 사용한 검 갓스베인 속에 있었고, 갓스베인의 모습을 취해 있던 도둑의 신 마스크는 켈렘버의 영혼을 미스트라에게 넘겨주며 죽음의 도시에서 시어릭에 대한 반란을 계획했습니다. 시어릭이 드디어 갓스베인을 둘로 부러트린 날, 마스크와 켈렘버의 영혼은 풀려났고 켈렘버는 시어릭에게서 죽음의 권능을 되찾았습니다.

이 이야기, 즉 시어릭과 켈렘버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시어릭 차레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본래 저굴의 것이던 세 권능 중 저승의 권능이 켈렘버에게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머큘은 본래 미스트라와의 싸움에서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그 역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의 교단 중 시어릭에게 넘어가지 않은 소수의 종파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의 머큘은 저승의 신 켈렘버 아래에서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바알의 피의 벽>


증오와 폭정의 신 베인은 토름과의 동귀어진으로 파괴되었지만, 자신의 귀환을 위해 복잡한 수를 마련해 둔 상태였습니다. 먼저 그가 인간이었을 당시 만들어 두었던 그의 아들 이야크투 쯔빔(Iyachtu Xvim)이 있습니다. 베인의 죽음 이후 그의 정수 대부분은 시어릭에게 넘어갔지만, 쯔빔 역시 일부를 전해 받은 것입니다. 그는 역경의 시간 동안 젠틸 킵 지하에 감금되어 있다가, 시어릭이 교단을 차지하게 되었을 때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쯔빔은 시어릭 교단 내에서 분열을 일으켰으며, 과거 베인의 사제였던 프줄 쳄브릴(Fzoul Chembryl)의 협력을 받아 아버지의 권능 중 일부를 이어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약 10년간 미약한 신격으로서 존재하던 쯔빔은 프줄의 모략으로 인해 스스로를 녹색의 불꽃에 던졌고, 그 자리에서 쯔빔의 몸을 통해 베인이 죽음에서 부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베인은 다시 살아나자마자 과거 어쩔 수 없이 시어릭 교단에 몸을 담았던 모든 베인의 사도들을 다시 끌어들였으며, 강대한 신으로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의 삼대신 중 마지막 하나인 바알의 이야기는 가장 길고 복잡합니다. 바알의 부활은 무엇보다 컴퓨터 게임인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에서 잘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알의 정수는 그가 생전에 만들어 둔 수많은 바알스폰(Bhaalspawn)들에게 흩어져 있던 상태였고, 이 바알스폰들은 골육상잔의 운명을 타고 났으며, 최후의 1인만이 바알의 정수를 이어받아 새로운 살육의 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바알스폰들은 인간 외에도 별별 종족이 다 있었으며, 그 중 최후의 1인으로 알려졌던 이는 결국 발더스 게이트의 대공작이 되었으나 신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신이 되지 않기를 선택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가 진정한 마지막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은 1482년 급작스레 벌어진 또다른 바알스폰 비에캉(Viekang)의 존재가 증명해 줍니다. 마지막 바알스폰과 비에캉은 서로 죽음을 맞이할 정도의 대결을 벌였고 최후의 승자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싸움 이후 살아남은 것은 무언가 기괴하고 거대한 피투성이 존재였다는 것이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모든 자손이 죽자, 갈곳을 잃은 바알의 정수는 다시 하나로 모여 바알로서 부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부활하자, 시어릭은 살육의 권능을 잃게 되었습니다.

죽음의 삼대신이 다시 모두 부활한 것입니다.




<머큘의 뼈의 삼각형>


삼대신의 현재

베인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5판에서도 강력한 신격으로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는 지배욕과 투쟁 본능, 증오를 다스리는 신이니만큼, 당연히 강력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의 차이점이라면 역시 젠타림과의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5판 이전, 특히 3.5판의 젠타림은 베인 교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젠타림은 상호 이익을 위한 비밀조직에 가까울 뿐, 베인 교단과 특출나게 더 가까운 사이인 것은 아닙니다.

머큘은 삼대신 중 현재 가장 미약한 위치에 있는 신이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거 베인과 함께 운명의 서판을 훔쳐내 역경의 시기를 불러왔던 장본인인 머큘은 죽음 이후 가장 늦게 부활하였고, 그나마 그가 차지하고 있던 권능 중 저승 세계의 통치권은 이미 켈렘버가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켈렘버의 조언자로 여겨지고 있으나, 그의 조언은 켈렘버의 눈을 흐리는 것들입니다. 그는 죽은 자가 마땅히 취해야 할 안식을 부정하게 더럽히며, 주인인 켈렘버의 자리를 빼앗고자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살육의 신 바알은 부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신입니다. 그의 교단은 시어릭 시절에 완전히 박살나 버렸지만, 오늘날에도 많은 “신도”들이 있습니다. 이 신도들은 대부분 숨겨진 연쇄살인마이거나 암살을 통해 기도를 하는 살인 청부업자들입니다. 바알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점점 더 많은 신도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자신을 죽였던 시어릭에게 최종적이고 완전한 복수를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쯔빔의 몸을 깨고 다시 살아난 바알>


삼대신과 다른 신들과의 관계.

당연하게도 죽음의 삼대신은 서로를 제외하고는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세력이 거의 없습니다. 악신들 사이에서도 자연의 난폭한 힘을 상징하는 탈로스나 말라와는 사이가 나쁘고, 선한 신들이나 중립적인 신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나 베인과 머큘은 역경의 시기를 일으켰던 원흉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많은 고난을 겪었던 신들과 필멸자들에게 있어 삼대신은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악의 세력입니다. 오그마를 필두로 한 지식의 신들이나 챠운티, 라샌더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의 선한 신들은 모두 그들을 멀리합니다. 일부의 예외는 완전한 중립의 신이 된 켈렘버와 상실과 어둠의 여신 샤르 정도입니다.

삼대신은 모두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신들과 크고 작은 적대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인은 한때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충성과 의무의 신 토름을 증오하며, 머큘은 미스트라를 증오합니다. 그러나 세 신들은 모두 자신들의 죽음에 연관되었던 단 하나의 신, 거짓의 왕자 시어릭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시어릭은 단순히 이 삼대신 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신들의 적개심을 사고 있으니만큼, 그것이 특별히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현재 시어릭은 자신이 한때 차지했던 거의 모든 권능을 도로 빼앗기고 시리니샤드 사건으로 완전히 미쳐버린 채 자신의 거처에 틀어박혀 영원한 망상을 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신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대신은 언젠가 완전히 시어릭의 권능을 빼앗고 그를 영원히 파멸시키길 바라고 있습니다.




<베인 부활의 일등공신 프줄 쳄브릴>


삼대신 신앙의 현재

삼대신의 신도들은 대놓고 신앙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삼대신을 상징하는 해골은 대개 어두운 뒷골목이나 지하 깊은 곳에 있고, 삼대신의 교회들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곳에서 비밀리에 활동을 합니다. 특히 바알의 신도들 중 다수는 살인을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고 있고, 머큘의 사제들은 죽은 자들을 안식에 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과거 젠타림에서는 베인의 숭배행위가 공개적이었고, 여전히 일부에서는 베인의 교회가 버젓이 드러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삼대신 신앙은 소드 코스트와 북부 전역에서 위험한 행위로 취급받지만, 처벌의 정도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터딥의 법령에 따르면, 삼대신 신앙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살인, 강도 등의 엄연한 범법 행위를 포함하지 않으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발더스 게이트에서는 삼대신 신앙의 증거가 드러난 경우 즉결 처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발더스 게이트 자체가 과거 바알스폰들의 사건에 깊이 연관되어 많은 고통을 겪었던 곳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삼대신의 신도들은 대개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베인의 신도들은 폭군이거나 노예 상인들이며, 일부 사악한 용병단에서도 베인을 믿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나마 베인의 신도들은 일반 사회외 크게 어긋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알의 사제들은 암살자 혹은 연쇄살인마이고, 머큘의 사제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시체들을 움직이며 조종하는 이들입니다. 당연히 이들 신앙의 증거가 발견되면 주변 공동체는 발칵 뒤집히며, 숨어 있는 사제들을 찾기 위한 심문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 신도들은 모두 비밀리에 움직이는데 익숙합니다.


삼대신의 사제들을 연기하기.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삼대신의 사제들을 캐릭터로 만들 일이 별로 없습니다. D&D에서 악 성향의 게임을 허가하는 경우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DM이라면 각 신들의 사제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어떠한 행동들을 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으며, 일부 예외적으로 악 성향의 게임이 허가되는 경우에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베인 교단과 사제.

베인 교단은 한때 젠타림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었고, 젠타림과 거리가 생긴 지금도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때 완전히 시어릭의 교파에 삼켜질 뻔한 베인 교단이지만, 지금은 (광신도들만 남아있는) 시어릭 교단을 압도할 만큼 강성해진 것입니다. 베인 교단은 주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일부 권력 지상주의자들이나 노예상, 용병단장, 군인이나 귀족들 사이에서 퍼져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두 악신처럼 사회에서 완전히 괴리된 사이코패스 집단이라기보다, 사회의 규칙 자체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고 싶어하는 소시오패스 집단에 가깝습니다. 베인 교단은 철두철미한 복종의 원칙 하에 움직이지만, 생각보다 하극상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며 상관은 부하를, 부하는 상관을 두려워합니다. 상관은 언제 부하가 자신의 뒤통수를 노릴지 몰라 불안해하며, 부하는 상관이 자신을 버리는 패로 던질까봐 두려워합니다. 사실, 이러한 조직이 잘 움직이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베인은 야심가를 총애하며, 철권의 질서로 교단을 움직이곤 합니다. 젠틸 킵이 버려진 지금, 베인 교단의 중심지는 다크홀드입니다.

베인 사제들은 전사를 방불케하는 중무장을 하고 있으며,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권능을 휘두르고 싶어합니다. 베인의 사제들은 명령Command이나 암시Suggestion처럼 상대를 조종하는 주문에 능하며, 항상 부하들을 데리고 있습니다.


바알 교단과 사제.

바알 교단은 베인의 교단처럼 철저한 조직 하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한 명의 스승이 여러명의 제자를 데리고 움직이는 방식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편입니다. 바알 교단은 주로 살인 청부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며, 굳이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죽일만한 목표라고 생각하면 별 말없이 상대에게 죽음을 선사합니다. 대개 바알 교단의 사제들이란 이미 재미로 수십명을 죽여본 연쇄살인마이거나, 신의 명령만 받는다면 누구든지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청부업자입니다. 바알 교단은 과거 역경의 시기 시어릭 교단에 흡수되기 전 이미 파멸에 가까운 피해를 받았었습니다. 베인과 토름이 탄트라스에서 결전을 벌일 당시, 바알 교단의 대부분을 희생하여 그 힘을 베인이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후 시어릭이 바알의 남은 교단을 장악했고, 그나마도 바알스폰 사건 당시 다시한번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알의 교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끈질기게 이어져 내려오는 점조직의 전통과, 바알이 권능으로 두고 있는 살육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해 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바알 사제들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사람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암살에 필요한 수단과 기술을 능숙하게 익히고 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전문적으로 독을 다루는 법을 익혔고, 단검이나 다트 등 숨기기 좋은 무기들을 지니고 다닙니다.


머큘 교단과 사제.

머큘 교단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소수 남아 있는 머큘의 사제들은 미쳐 날뛰는 시어릭의 광신도들에게서 겨우 목숨을 건사한 이후, 죽음의 엄격하고 중립적인 면을 강조하며 새로이 세력을 확장한 켈렘버의 교단에 이미 압도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남은 머큘의 고위 사제들은 물질계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 지내다가 다시 복귀하였으며, 자신들의 죽은 신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켈렘버가 처음 신격을 얻었을 때와 달리, 현재의 켈렘버는 대단히 엄격하고 차가운 신이 되었으며, 단순히 머큘을 따랐던 자들이라고 마구잡이로 죽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자의 안식을 방해하는 일을 역겹게 여기고 있으며, 마땅히 자신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통해 연명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깁니다. 따라서 머큘 교단은 그 무엇보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안달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켈렘버 앞으로 끌려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적극적으로 언데드가 되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여담이지만, 머큘 교단의 몇 남지 않은 간택자와 “죽음의 판관”으로서의 이야기는 컴퓨터 게임인 네버윈터 나이트 2의 확장팩 “배신자의 가면”에서 꽤 깊이있게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머큘 교단의 사제들은 사령술 마법을 습득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묘지나 지하의 카타콤을 배회하며 시체들을 이끌고 다닙니다. 죽음에 매혹된 자들이나 아예 죽음 그 자체를 회피하려는 자들, 죽음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머큘의 사제가 되곤 합니다. 머큘 교단은 이미 공식적인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들 교파는 철저하게 스승과 제자들 사이의 소규모 조직으로만 활동하는 편입니다.




<아베너스로의 하강 표지>


발더스 게이트와 죽음의 삼대신

발더스 게이트: 아베너스로의 하강에서는 죽음의 삼대신 신앙이 발더스 게이트 내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바알스폰 사건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발더스 게이트이기 때문에, 삼대신 신앙의 증거가 발견되면 법적인 재판 없이 즉결 처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웃 도시 엘투렐이 불가사의하게 증발해 버렸을 때, 발더스 게이트의 대공작이자 불타는 주먹 용병단의 장군이기도 한 울더 레이븐가드(Ulder Ravengard) 역시 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혼란에 찬 발더스 게이트에서는 점차 실종과 죽음이 잦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실종 뒤에는 죽음의 삼대신을 숭배하는 자들이 암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발더스 게이트의 첫 모험에서, 이 죽음의 삼대신을 따르는 사악한 자들과 싸움을 벌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라진 대공작 울더 레이븐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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