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칼럼9: D&D의 세계들(7) 스펠잼머와 플레인스케이프

안녕하십니까? DKSA입니다. 저희는 약속드린 품목 발송 지연과는 별개로, 아니, 오히려 지연되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기존의 흐름을 이어 기다리시는 후원자 여러분과 D&D 플레이어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DKSA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국의 D&D 플레이어 분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한국에서 더 많은 분들이 D&D를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릴 것은 D&D의 여러 세계를 이었던 두 개의 무대, 스펠잼머(Spelljammer)와 플레인스케이프(Planescape)입니다.

소개 순서

포가튼 렐름즈(the Forgotten Realms)

레이븐로프트(Ravenloft)

에버론(Eberron)

그레이호크(Greyhawk)

드래곤랜스(Dragonlance)

다크 선(Dark Sun)

스펠잼머(Spelljammer)와 플레인스케이프(Planescape)

라브니카(Ravnica)와 매직: 더 개더링의 세계들

다른 세계의 가능성


스펠잼머 Spelljammer

D&D는 시작시점부터 순수한 판타지는 아니었습니다. D&D의 아버지 개리 가이객스는 SF팬으로서도 유명했고, 자신이 만드는 게임을 통해 D&D 세계 속에 SF적인 느낌을 녹여내려 했습니다. 그레이호크를 무대로 한 초창기 모험 중 하나인 "장벽 산맥으로의 여정(Expedition to the Barrier Peaks)"는 오어스의 세계에 불시착한 외계 우주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D&D는 판타지 워게임의 연장선에서 그 모습을 크게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장벽 산맥에 불시착한 우주선에 타고 있던 승무원으로 처음 등장한 것이 마인드 플레이어입니다. 어찌보면 판타지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괴체(Abberation)가 D&D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SF와의 접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벽 산맥" 이후 판타지 순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식의 SF 연결점은 고전 D&D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러한 SF와의 융합에 있어서 가장 정점이 된 것이 바로 "스펠잼머"의 등장입니다.

"장벽 산맥으로의 여정"에서 우주선이 등장한 이상, D&D 세계에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하는 수단이 존재함은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침 당시는 단순히 던전과 마을 사이의 왕복에 불과하던 "캠페인"이 주변 대륙과 국가를 아우르는 설정으로 발전되어 하나씩의 세계가 되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 합니다. 스펠잼머가 등장하던 시점, 이미 그레이호크와 포가튼 렐름즈, 드래곤랜스는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스펠잼머는 세계와 세계 사이를 오가는 방법으로서 처음 제시된 것입니다.

스펠잼머의 공개 역시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한편에서는 D&D를 통해 우주를 탐험할 수 있다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판타지의 순수성을 해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등장하였습니다. 개리 가이객스가 TSR을 떠나자 이러한 불만은 점차 커져갔고, 이후 플레인스케이프가 등장하며 존재의 세계들(Planes of Existence)을 완전히 재정의하게 됩니다.


D&D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스펠잼머 우주론에서, 그레이호크, 포가튼 렐름즈 등 각각의 세계는 수정구체(Crystal Sphere)라는 것에 둘러싸인 성계(system)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보이는 별들은 수없이 많은 수정 구체의 모습들을 멀리서 바라본 것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은 죽을 때까지 별들 사이를 오갈 일이 없지만, 전설적인 모험자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잼머쉽(Jammership)을 타고 자신의 수정구체를 떠나 다른 세계로 향할 수 있습니다.

재밍쉽은 (기본적으로는) 마법을 추진력으로 변환하여 비행하는 우주선입니다. 재밍쉽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조타기구(Helm)를 사용해야 합니다. 조타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문사용자이며, 얼마나 뛰어난 주문사용자인가에 따라 얼마나 커다란 함선까지 다룰 수 있는지가 결정됩니다. 잼머쉽은 거품같은 공기막에 감싸여 있으며, 선원과 승객들은 오로지 이 공기막 속에서만 호흡할 수 있습니다. 수정구체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는 플로지스톤(phlogiston: 연소燃素)라는 물질이 흐르고 있습니다. 플로지스톤은 유동체 에테르로 강력한 인화성이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약간만 불길이 닿아도 폭발해 버립니다. 정신력의 힘으로 움직이는 재밍쉽은 머나먼 별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D&D 우주에는 성간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엘프나 드워프 등 여러 세계에 퍼져 있는 종족의 경우 성간 여행을 통해 다른 세계로 이주했다는 것이 당시의 정설이었습니다. 따라서 포가튼 렐름즈의 엘프와 그레이호크의 엘프가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같다는 것입니다.

성간 무역이나 여행은 막대한 이익을 주긴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막대한 위험을 안기도 합니다. 우주 해적과 우주 괴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스펠잼머의 등장 이전부터 마인드 플레이어들은 각 세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우주관의 등장으로 인해 비로소 이들의 설정이 구체화되었습니다. 마인드 플레이어는 과거 자신들의 배를 타고 돌아다니며 수많은 별들을 지배하던 거대한 우주 제국의 후예였던 것입니다. 그 외에도 거미와 같은 몸에 장어같은 얼굴을 지닌 기괴한 우주 노예 상인인 네오기(Neogi)라거나, 군복을 입은 군국주의 하마 종족인 기프(Giff) 등이 스펠잼머를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배를 버려라!

스펠잼머는 비교적 충실한 우주선 전투 규칙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각의 잼머쉽은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투사기구를 지니고 있으며, 재질과 구조에 따라 얼마나 튼튼한지가 결정됩니다. 커다란 배일수록 튼튼하고 강력하지만, 속도나 선회가 느리기도 합니다. 거대한 우주상선이 작고 빠른 배들로 이루어진 우주 해적 선단에게 당하는 일은 스팰잼머 우주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먼저 투석기나 발리스타 같은 장거리 공격 수단들이 오가고, 공기막끼리 맞붙고 나면 강습 부대가 상대방의 배에 올라타기 위해 접근해 옵니다. 강습부대의 목적은 무엇보다 적선의 조타기구(Helm)를 점거하거나 박살내는 것입니다. 배를 움직이는 힘은 오로지 조타기구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조타기구가 무력화된 배는 항해능력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공기막을 잃거나 공기가 새어나가는 경우 역시 큰일입니다. 두 척의 잼머쉽이 서로 연결되면, 공기의 잔량이 즉각 평준화됩니다. 보통 잼머쉽은 2~3개월 항해할 수 있는 공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이 많아질수록 공기의 소모량도 극단적으로 커집니다.


신비롭고 기이한 D&D 우주

스펠잼머는 발매와 동시에 여러 추가 규칙이나 설정집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집들을 통해, 여러가지 특이한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면 포가튼 렐름즈나 드래곤랜스의 우주는 태양이 중심이 되며 지구 역할을 하는 토릴이나 크린이 그 주변을 공전하는데 비해, 그레이호크의 우주에서는 태양인 리가(Liga)가 오어스 주변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 엄밀하게 과학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처럼 볼 수 있는 세계간의 기묘한 차이점은 우주를 여행하는 또다른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스펠잼머 설정에 따르면 각 배경 성계의 행성과 위성에는 나름대로 살고 있는 거주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릴 주변 우주인 렐름스페이스의 여러 행성들에는 저마다 다른 종족들이 문명을 이루고 있습니다. 콜리아르(Coliar)에는 날아다니는 인간형 종족들과 리저드맨들이 살고 있으며, 글리스(Glyth)에는 마인드 플레이어들의 기지가 남아 있고 여전히 노예들을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렐름스페이스 곳곳에는 엘민스터가 비밀 은신처를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스펠잼머를 다루면서 우주의 괴물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이 사이렌이나 크라켄을 무서워하듯, 잼머쉽의 선원들 역시 우주 괴물들을 무서워합니다. 운석처럼 위장하고 있는 거대한 비홀더인 아스터이터(Astereater)라거나, 금화처럼 생긴 알을 낳는 에일리언 같은 괴물 잇산(Yitsan)등이 대표적인 괴물입니다. 그중에서도 우주를 날아다니며 중력 브레스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스텔라 드래곤(Stellar Dragon)과, 발더스 게이트를 통해 여러모로 유명해진 거대 우주 햄스터(Space Giant Hamster)는 유명합니다.


<우주 최대의 해적항, 거대한 브랄(Bral)의 모습, 출처: Laughingbeholder>

플레인스케이프와 문의 도시 시길(Sigil)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D&D 우주 최고의 무역 도시는 아마도 브랄(City of Bral)이었을 것입니다. (발음에 주의하세요.) 이 거대한 도시는 아예 소행성 하나를 깎아서 잼머쉽으로 만든 것입니다. 브랄은 우주 해적들과 상선 선원들이 비교적 평화로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마치 캐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포트 로얄이나 토르투가 같은 자유항처럼 묘사되었습니다.


<날아다니는 거대 가오리/던전/우주선 스펠잼머(the Spelljammer). 출처:spelljammer wiki>

브랄만큼이나 거대하며 그보다도 불가사의한 것이 바로 캠페인의 어원이 된 초거대 잼머쉽, 스펠잼머(the Spelljammer)입니다. 이 우주비행 가오리의 등 위에는 성채와 주변 건물들이 있습니다. 이 신비한 가오리는 우주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려오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껏 제대로 승선해 조사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수많은 우주선을 제작해 온 종족인 아케인(Arcane)족 조차 스펠잼머의 기원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 스펠잼머야 말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던전으로 창조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스펠잼머

플레인스케이프가 완전히 그 자리를 대체하고 나서, 수정구체와 플로지스톤, 우주를 날아다니는 잼머쉽의 이미지는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 우주관에서는 더이상 우주 해적이나 우주 무역이 발붙일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마인드 플레이어들의 설정이나 기스(Gith), 기프, 네오기 등의 설정에서 스펠잼머의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아스트랄 해(Astral Sea)를 기반으로 하는 플레인스케이프의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D&D 5판에 들어서 스펠잼머의 팬들을 흥분시키는 몇가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 우선, 공식 모험이나 설정 곳곳에 스펠잼머의 흔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친 마법사의 던전(Dungeon of Mad Mage)에서는 던전의 일부로 좌초하여 파묻힌 잼머쉽이 등장했습니다. 이 잼머쉽의 조타기구가 전설 등급 마법 물건으로 공개되었으며, 이것을 통해 선박이나 승용물을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당연하지만, 이 좌초한 잼머쉽의 조타기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마인드 플레이어 선장과 대결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D&D 5판은 3판/3.5판이나 4판 시절과는 달리 승용물(Vehicle)의 규칙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솔트마쉬의 유령(Ghosts of Saltmarsh)을 통해 승용물과 항해에 대한 규칙이 대대적으로 공개되었는데, 사실 이 규칙들은 과거 스펠잼머에서 사용되었던 규칙들을 상당부분 재현한 것입니다. 조종사(Helmsman)가 주요한 행동을 정하고, 선원들의 수와 배치에 따라 특정한 능력들이 사용가능해지는 방식으로 선박이나 승용물의 능력을 구현한 것이 이후 잼머쉽의 재등장을 가능하게 하려는 포석이 아닐까 하고 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늘에 보이는 잼머쉽 노틸러드의 모습. 출처: 발더스 게이트 3 티저>

또한, 컴퓨터 게임으로 공개될 예정인 발더스 게이트 3탄의 티저에서는 발더스 게이트를 침공한 마인드 플레이어 무리들의 모습 뒤로, 이들이 타고 다니는 잼머쉽인 거대한 노틸로이드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관계로, 스펠잼머의 팬들은 장장 20여년만에 잼머쉽을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꿈이 부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에 차 있습니다. 이미 DM길드에는 이와 관련된 창작물들도 다수 등장하였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 Planescape


1994년, TSR은 스펠잼머 우주론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속으로서 D&D 우주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한 것이 바로 플레인스케이프 우주관입니다.

이러한 플레인스케이프 우주관의 등장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스펠잼머는 여러 물질계 세계 사이의 여행에 중점을 둔 배경이었습니다. 포가튼 렐름즈의 워터딥에서 그레이호크로 우주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우주 해적이나 괴물에 맞서 싸우는 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플레인스케이프는 관념적인 "이세계"를 주무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 우주관은 태양계를 설정하거나 별들 사이를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그 대신, 천국과 지옥을 연상시키는 아예 다른 존재의 세계를 오가게 됩니다.

사실, "천국과 지옥"에 관련한 문제야말로 플레인스케이프가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1980년 당시 D&D가 급격하게 인기를 끌게 되자, 보수적인 종교 측에서는 D&D의 신학적 문제를 두고 비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신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의 모델과 함께, 천사와 악마가 등장하여 천사를 죽이고 악마를 도와주는 게임이 가능하다면서 D&D를 "악마 숭배의 게임"이라고 한 것입니다. 과거 스펠잼머와 D&D내의 SF적인 뉘앙스가 보다 자유로이 돌아다니던 시절, 실제 지구 역시 잼머쉽으로 오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레이호크의 설정상 재긱이나 모덴카이넨, 멀린드 등 이미 지구에 다녀간 캐릭터들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실존하는 천사와 악마의 고유명사를 쓰는 것이 큰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70년대 뉴에이지의 반작용에서 시작된 이러한 흐름은 1988년 리스 폰 스타인(Lieth Von Stein) 살인사건을 통해 크게 폭발하였습니다. 결국, TSR은 AD&D 2판을 내면서 "천사"와 "악마"를 연상케하는 모든 고유명사나 관련 표현을 빼버리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만들어낸 고유명사를 집어 넣었습니다. 따라서 AD&D 2nd 시절 천사는 아시몬(Aasimon)이 되었고, 데몬은 타나리(Tanar'ri)가 되었으며 데빌은 바테주(Baatezu)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후 세계에 해당하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념 역시 더이상 기존 종교를 자극하지 않도록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리하여 만들어진 플레인스케이프 역시 (몇몇 정통주의자의 기대처럼)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만들었다기보다 지금껏 RPG계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켰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거대한 바퀴(Great Wheel) 우주론>

플레인스케이프 우주론

플레인스케이프 우주론의 기초는 이미 1987년 세계들의 설명서(Manual of the Planes)에서 주어졌습니다. 질서와 혼돈, 선과 악으로 이루어진 우주적 대결로 인해 거대한 바퀴 모양의 우주론이 생겨난 것입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물질계는 이 우주적인 대결의 한복판이며, 또한 그와 동시에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원소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이 우주론은 "다른 물질계 우주가 어디 있느냐?"에 답해주지 않습니다. 그 대신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계 바로 바깥에 에테르계가 있고, 사대원소계들이 있으며, 관념의 세계인 아스트랄계 너머로 선악이나 질서-혼돈의 근원적 사상들이 얽혀 이루고 있는 외부 이계들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우주적 힘들이 모두 모여 각축장을 이루는 것이 물질계이며, 모두에게 공평히 거리를 두고 있는 곳이 아웃랜드(Outland)이고, 이 아웃랜드 중심에는 우주의 바퀴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첨탑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들조차 다가가면 힘을 점차 잃어버리게 되는 이 첨탑 꼭대기 위에 떠 있는 것이 바로 "문들의 도시" 시길(Sigil, the City of Doors)"입니다.


<문의 도시 시길. 출처: torment wiki>

세계와 차원 사이의 차이

과거 저희 DKSA가 밝혔던 것처럼, Plane이라는 단어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저희를 괴롭혀 왔습니다. 저희 역시 한국에서 가장 널리 쓰여지는 "차원"이라는 단어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사용해 왔기 때문에, Extradimension과 Extraplanar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가장 정확한 의미에서 Plane에 해당하는 단어는 "계(界)"입니다. 본래 Plane은 신비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존재의 세계(Planes of Existence)에서 기원한 말로, 물리적인 위치라기보다는 차라리 존재의 여러 단계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불교 철학에서 말하는 육도(六道)가 Plane의 가장 가까운 대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위치하는 물질적 단계를 넘어서면 영적인 존재가 되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다시 초상적인 존재가 된다는 식입니다.

반면, 차원(Dimension)은 위치, 좌표와 결부되는 개념입니다. 타차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좌표가 생기거나 있던 좌표 중 일부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저희는 Plane을 현제 "세계", "이세계", "이계"등으로 번역하고 있음을 다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토니 디터리찌가 그린 고통의 여군주(the Lady of Pain)>

플레인스케이프 등장의 의미

1994년 플레인스케이프의 등장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습니다. 무엇보다, 플레인스케이프는 지금까지의 D&D 책들과는 구성이나 형태가 달랐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주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니 디터리찌(Tony DiTerlizzi)의 유려한 그림들이 큼지막하게 지면을 차지했고, 곳곳에 인상적인 인용구가 들어갔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등장은 D&D의 모험이 관념적인 차원에 들어섰음을 의미합니다.

플레인스케이프는 던전을 주파하고 마법 보물을 얻어 점점 더 강해지며 다시 더 깊은 던전에 들어가는 것에서 시작한 D&D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과거 단지 캐릭터의 묘사를 돕기 위해 존재하던 성향을 중심 축에 가까운 자리로 끌어온 것입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모험들은 선과 악의 대결, 질서와 혼돈의 대결처럼 도덕과 관념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또한, 플레인스케이프를 통해 D&D 세계의 "신"이 가지는 위상 역시 달라졌습니다. 각각 자신들의 세계에서 강대함을 뽐내는 신들조차 플레인스케이프에서는 "권세(Power)"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신교적 신들의 절대성을 약화한 이러한 흐름에는 기존 종교의 영향 역시 존재합니다. 여하간 플레인스케이프의 모험들은 물질계와는 그 형태가 크게 달랐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주인공들은 아예 인간이나 물질계 종족들이 아니라 천사 혹은 악마와 필멸 종족 사이의 혼혈(아시마르 혹은 티플링)이거나, 원소의 혈통을 잇는 것(제나시)이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웅들은 지옥에 내려가거나 아스트랄 바다를 떠도는 죽은 신의 시체를 두고 싸움을 벌였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힘들이 휴전하는 중립 지대인 시길의 길거리에서 모험을 벌였습니다.


시길, 문의 도시

포가튼 렐름즈에는 워터딥이 있고, 그레이호크에는 자유도시 그레이호크가 있듯, 캠페인 배경에는 그 배경을 상징하는 도시가 있기 마련입니다. 모든 세계와 관념을 아우르는 플레인스케이프의 중심 도시는 바로 문의 도시 시길입니다. 시길은 모든 관념과 권세로부터 균형을 유지하는 아웃랜드의 중앙, 신들조차 힘을 잃는 무한의 첨탑 꼭대기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길은 마치 반지, 혹은 안을 파놓은 도넛처럼 생겼습니다. SF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마치 링월드(Ringworld)처럼 생겼다고 이야기하면 더 이해하기 쉬우실 것입니다. 시길은 모든 세계의 주민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바테주와 타나리, 모드론과 슬라드를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길을 “문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시길에 모든 세계로 통하는 포탈이 다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포가튼 렐름즈의 무대인 토릴에서 그레이호크의 별인 오어스로 가려 할 때 잼머쉽을 타고 날아가야 했다면, 이제는 일단 시길로 통하는 문을 연 후, 시길에서 다시 목적지로 향하는 문을 열어서 가면 됩니다. 다만,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문이 어디에 있을지, 그게 얼마나 오래 열려 있을지, 어떤 조건에 맞추어 열리는지는 조사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시길을 다스리는 것은 본명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로운 존재인 고통의 여군주(the Lady of Pain)입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해 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신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아볼레스들조차 그녀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고통의 여군주는 시길 내에서 마치 신과 같은 권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누구의 숭배도 받지 않고 숭배를 요구하지도 않으며, 그 누구에게도 힘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AD&D 플레인스케이프 시절, 시길에는 파벌(Faciton)들이 있었습니다. 이 파벌들은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의 네가지 방향성 뿐 아니라 자신들이 우주와 여러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나누어졌습니다.


<숙명자 파벌의 우두머리(Factol)이자 파벌 전쟁의 시발점이 된 로완 다크우드>

파벌 전쟁 이전의 파벌들

아타르(Athar): 극단적인 무신론자들과 회의주의자로 이루어진 파벌입니다. 이들은 신들의 신성을 부정하며, 신들 역시 매우 강력할 뿐 필멸자와 다름없는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본래 이들은 죽은 신 아오스카(Aoskar)의 신전 자리인 깨진 신전(the Shattered Temple)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파벌 전쟁 때 시길에서 추방되었습니다.

근원의 신봉자들(Believers of the Source): 우주에 존재하는 개개인 모두에게 신, 혹은 그에 필적하는 초월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힘이 내재해 있다고 믿는 파벌입니다. 이들은 삶 그 자체가 시험이자 시련이며 그 시련을 거쳐 나가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들의 본거지는 시길의 대 제련소(the Great Foundry)입니다.

냉담의 결사(Bleak Cabal): 광인과 실존주의자로 이루어진 파벌입니다. 이들은 믿음이나 신앙 그 체가 아무런 쓸모 없는 짓이며, 삶에 의미 따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우주에는 오직 물리법칙만이 존재할 뿐, 나머지 모든 것은 허상이며 가치가 없다고 합니다. 이들의 본거지는 시길의 거대한 정신병동인 성문건물(the Gatehouse)입니다.

둠가드(Doomguard): 엔트로피의 최종적인 승리를 믿으며 모든 것이 결국 파괴되기 마련이라고 주장하는 파벌입니다. 이들은 시길의 무기고(the Armory)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파괴를 숭상하는 만큼 강력한 무력을 갖추었습니다.

더스트멘(Dustmen): 생명과 죽음 너머 진정하고 영원한 허무가 존재하며, 그 영원한 허무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하는 파벌입니다. 허무주의에 깊게 물들어 있는 이들은 산 것과 죽은 것 모두를 아무런 차별없이 바라보므로, 시길에서 장의 절차를 담당하였습니다. 이들의 본거지는 묘소(Mortuary) 였습니다.

숙명자(Fated): 궁극의 적자생존을 주장하는 파벌입니다. 이들은 모든 권력과 힘은 차지하고자 하는 의지의 싸움이며, 지킬 힘이 없는 자들은 빼앗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기록 보관소(Hall of Records)를 본거지로 삼고 있었으며, 시길에서 징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질서 협의체(Fraternity of Order): 지식이 곧 힘이라고 주장하는 파벌로, 시길 내에서 재판관이나 변호사 등 법적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들은 우주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면 곧 무한의 권능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시길의 법원(City Court)을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자유 연맹(Free League): 스스로를 파벌로 여기지 않으며, 다른 파벌들의 "사상"에 염증을 일으킨 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입니다. 이들은 지독한 개인주의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파벌로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자유 연맹이 가장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는 곳은 시길의 대 시장(the Great Bazaar)입니다.

하모니움(Harmonium): 조화를 뜻하는 이름과는 반대로, 절대적이고 유일한 질서를 세워야만 안정과 평화가 온다고 믿는 무장 파벌입니다. 이들은 도시 병영(City Barrack)을 근거지로 삼고, 도시 내에서 경찰 병력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꽉 막힌데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기 때문에 "돌대가리(Hardhead)"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머시킬러(Mercykiller): 자비심을 죽인다는 이름 그대로, 절대적인 보복과 복수를 추종하는 파벌입니다. 악행은 반드시 몇배로 되갚아 주는 모토에 따라, 오히려 자비를 베푸는 자들이야말로 악행을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시길의 감옥(Prison)을 지키는 간수들로 시작하였고, 가혹하게 처벌을 집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혁명 연맹(Revolutionary League): 무정부주의자와 혁명주의자들로 이루어진 파벌로, 질서는 곧 억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파벌의 상하구조도 존재하지 않고 본거지조차도 없습니다.

유일자의 징표(Sign of One): 시길 최고의 달변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파벌은 세상 모든 이들이 각자의 현실을 지니고 있으며, 이 현실은 상상력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대변인의 전당(Hall of Speaker)을 중심으로 모이곤 합니다.

감각회(Society of Sensation): 극단적인 경험주의자와 쾌락주의자들이 모여 만든 파벌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감각을 통해서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따라서 항상 새로운 감각을 느끼기 위해 매번 점점 더 새롭고 극단적인 경험을 하려 했습니다. 이들은 도시 축제회관(Civic Festhall)을 본거지로 삼고 있으며, 공연활동을 주로 하곤 합니다.

승천 결사(Transcendant Order): 정신과 신체를 끝없이 갈고닦아 완벽에 이르게 하면 더 높은 단계의 존재로 승천할 수 있다고 믿는 파벌입니다. 이들은 도시의 대체육관(Great Gymnasium)을 중심으로 모여 무예와 명상을 수련하곤 했습니다.

자오시텍트(Xaositects): 오로지 혼돈을 통해서만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절대적인 혼돈의 신봉자들로 이루어진 파벌입니다. 이들은 벌집(Hive)이라 알려진 시길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혼잡스러운 곳에 본거지를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이 집단의 성격이나 목적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파벌들은 포가튼 렐름즈나 다른 D&D 세계의 조직들과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다릅니다. 물질계에서 권력이나 재물을 두고 싸우는 조직들과 달리, 외부 이계의 존재들이 실제로 오가곤 하는 시길에서 생겨난 파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나 사상 그 자체가 세상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파벌들은 시길의 여러 분야를 맡아 활동하며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고 있었습니다.

AD&D의 끝자락에서

플레인스케이프는 독특한 디자인과 창의적인 내용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플레인스케이프는 역시 D&D 멀티미디어 게임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 중 하나인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Planescape: Torment)”의 무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철학과 사상, 관념 간의 대결을 주제로 하는 시길의 파벌들 이야기는 D&D의 새로운 지평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AD&D가 끝나가는 시점에, 플레인스케이프 역시 여러 사건들을 맞이하며 공식적으로는 끝을 맺고 맙니다. 가장 먼저, 파벌들간에 대립이 극에 달해 벌어진 파벌 전쟁(the Faction War)이 있습니다. 숙명자 파벌의 지도자인 로완 다크우드(Rowan Darkwood)가 고통의 여군주를 몰아내고 스스로 시길의 권력을 차지하려 한 시도에서 시작된 이 전쟁은 필멸자들로 이루어진 일련의 모험자들이 개입하며 끝났고, 그 과정에서 여러 파벌들이 완전히 몰락하거나 공격을 피해 시길을 떠나서 다른 이계로 향했습니다. 파벌 전쟁은 시길의 질서와 조화를 완전히 무너트렸습니다. 그러나, 그 후 그보다 더 크고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마침내 공포의 데미플레인 레이븐로프트에서 탈출한 베크나(Vecna)가 시길에 나타난 것입니다. 베크나는 레이븐로프트에서 물질계에 근원을 두고 있던 그레이호크의 악한 반신 이우즈(Iuz)를 집어삼켰고, 그 힘과 자신의 계략을 통해 시길로 연결된 문을 통해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원래 신이 들어오지 못하는 시길에서 고통의 여군주가 지닌 힘을 통해 근본적인 멀티버스의 구조 자체를 자신의 뜻대로 변화시키려 했습니다. 모든 것이 베크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 직전, 모험자들의 활약에 의해 베크나의 계략은 좌절되었고 다시 고통의 여군주는 시길의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베크나는 이우즈를 (문자 그대로) 토해냈고, 다시 오어스의 일개 신격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격 자체는 상승했습니다.) 멀티버스를 재창조하려 한 베크나의 시도는 완전히 복구할 수 없는 것이었고, 이 시도로 인해 수많은 것들이 근본부터 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수없이 많은 평행세계들로 분화된 이 변화를 통해, AD&D의 세계는 완전히 끝을 맺고 D&D 3판의 형태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철학적 주제와 이야기로 높은 평가를 받은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오늘날의 플레인스케이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D&D를 한 사람의 인생에 대입해 보면 스펠잼머와 플레인스케이프의 위치는 확실히 특별하다 할 수 있습니다. 스펠잼머가 무한의 상상력과 활력을 지닌 장난꾸러기 어린이의 시대였다면, 플레인스케이프는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사춘기의 새로운 시도들에 가까웠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플레인스케이프는 전형적인 D&D의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보다 극적인 구조에 집중하는 후발주자들의 분위기에 가까웠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플레인스케이프는 여전히 많은 팬들이 있고, 이들은 시길의 이야기와 여러 존재의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들이 계속 등장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날, 시길은 여전히 아웃랜드의 중심에 있는 도시, 모든 세계로 통하는 문이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베크나의 사건 이후로는 더이상 우주의 법칙을 고쳐쓸 수 있는 장소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길에 본거지를 두고 멀티버스의 관념과 사상에 따라 나누어져 있던 파벌들은 대부분 흩어지거나 사라졌습니다. 새로운 파벌들이 생겨나 빈 자리를 채웠으며, 기존 파벌들 중 달아난 이들은 카르케리나 구층지옥 등의 외부 이계 곳곳에서 다시 시길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를 통해 만들어진 전이계(Transitive Plane), 내부 이계(Inner Plane), 외부 이계(Outer Plane)의 구조는 3판/3.5판 시절에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4판 시점에서 전체적인 변화가 생겨나 일부가 태초의 혼돈(Elemental Chaos)에 들어가는 등 차이가 생겼으며, 5판의 던전 마스터즈 가이드(Dungeon Master’s Guide)에서는 멀티버스가 하나의 정해진 형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구상하고 바라는 바에 따라 거대한 바퀴 모형이나 세계수 모형, 세계 기둥 모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길은 여전히 모든 세계와 연결된 문을 지닌 문들의 도시이며, 여러분의 모험자들 역시 충분히 높은 레벨에 올라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시길에 갈 일이 생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이야말로 전설 속에 이미 잊혀진 유물이나 전승을 찾을 수 있고, 수많은 세계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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