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칼럼 7: D&D의 롤플레잉

안녕하세요! DKSA 번역팀입니다. 이번주는 다른 칼럼들이 준비되는 동안, D&D 플레이어 여러분들이 놓치기 쉬운 주제 하나를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바로 “D&D에서의 롤플레잉”에 대한 이야기죠! 많은 분들이 D&D 5판을 하며 재미있는 전투와 캐릭터 육성을 거론하는데, 사실 D&D 5판은 역할연기를 강조하는 “서사적 게임”으로서도 충분히 손색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D&D의 서사적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개념들을 하나씩 소개할까 합니다.

성향(Alignment)과 D&D 롤플레잉의 역사

1974년 D&D가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만들어졌을 때부터 캐릭터 연기를 위한 요소들은 주어져 있었습니다. 최초의 D&D에서는 질서(Lawful), 혼돈(Chaotic), 중립(Neutral)의 3개 성향이 주어졌습니다. 이 성향들은 사회의 규칙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얼마나 개인주의적으로 생각하는가에 따라 나누어진 것입니다. 이 시대의 D&D는 기본적으로 던전을 파는 모험물이었습니다. 따라서 “악한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기본적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던전이라는 극한 환경에서는 캐릭터의 선악이 드러날 기회가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시절 “캐릭터 롤플레잉”이라는 것은 “연기”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보다는 모험자 일행 내에서의 역할(Role)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Role in Party)을 중시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1977년의 베이직 세트에서는 질서-중립-혼돈과 더불어 선-중립-악의 기준이 생겨났습니다. 이것은 D&D가 던전 모험의 연속에서, “세계”를 가진 게임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초의 D&D는 던전에서 괴물들을 물리치며 얻은 보물과 경험치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그렇게 성장시킨 캐릭터로 다시 더 깊은 던전에 내려가는 것의 연속이었을 뿐입니다. 마을은 던전에서 얻은 보물을 처분하고 캐릭터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당시에는 캐릭터의 선악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생겨나며 캐릭터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를 정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따라서 얼마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정해졌고, 이때부터 2가지 기준으로 이루어진 9개 성향이 생겨난 것입니다. 물론, D&D에서 말하는 “질서”, “혼돈”이나 “선”, “악”이 철학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서 “질서”나 “선”을 해석하는 방식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는 점 역시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여하간 9개 성향의 캐릭터 성격 표현 방식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선과 선, 악과 악 사이의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서브컬쳐 장르로도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AD&D가 주춤하던 90년대 말에는 이미 다른 TRPG 장르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던 시절입니다. 이 시점에서 점점 캐릭터 연기가 강조되는 새로운 규칙들이 속속 등장하며 D&D 계통에서 충분히 느끼지 못했던 다양함을 보여주었습니다. TRPG는 더이상 던전을 탐험하다 나와서 다시 던전에 들어가는 게임이 아니었고, “롤플레잉”은 일행 내에서의 역할(Role in Party)보다는 캐릭터로서의 역할(Character Role)의 연기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판타지 세계(혹은 다른 세계)를 자신과 다른 인물로 살아간다는 것 역시 RPG의 즐거움 중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성향의 문제점과 해결법 모색

한편, 9개 성향은 점차 캐릭터 표현을 도와주는 요소가 되기 보다는 연기를 얽매는 요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성향의 문제점은 먼저 캐릭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였어야 할 성향이 캐릭터의 성능에까지 관계하게 되면서 발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AD&D 2nd 당시에 팔라딘 클래스를 하기 위해서는 (능력치도 골고루 매우 높아야 했지만) 무엇보다 성향이 질서 선(Lawful Good)이어야 했습니다. 질서 선 성향은 (당시의 해석으로서는) 사회의 법질서를 지키며 자신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성격이라고 해석되었습니다. 즉, 자신이 바라는 성능의 캐릭터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성향을 연기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다양한 해프닝과 (지금까지도 내려오는) RPG 우스개들이 생겨났습니다. 질서 선 성향을 유지하면서 캐릭터에게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기 위해 다양한 억지 논리들이 개발되었고, “어떤 성향 캐릭터는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들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AD&D는 캐릭터 연기를 중시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어들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성격의 캐릭터들을 연기할 수 있는 다른 규칙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2000년대 D&D 3판/3.5판이 되면서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3판/3.5판은 d20 SRD를 도입하며 게임적으로는 대단히 발전하였으나, 여전히 캐릭터 연기에 대한 부분은 AD&D 시절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캐릭터들은 여전히 9개 성향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했고, 어떤 클래스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맞는 성향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3.5판 중반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법들이 모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변환점은 에버론의 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버론은 캐릭터의 성향과 클래스, 신앙을 과감하게 분리하였습니다. 에버론에서는 선한 종교를 믿는 악한 클레릭이 가능했고, 특정한 클래스를 얻기 위해 특정한 성향을 가져야 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캐릭터의 성능과 캐릭터 연기에 관한 부분을 분리하자 해결의 방법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형 크리쳐에 대해서는 팔라딘의 악 탐지(Detect Evil)나 성향 파악(Know Alignment)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합니다. 4판에서는 보다 실험적인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과거 9개 성향을 5개로 압축하는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질서 선은 선 성향의 극단으로 주어졌고, 반대로 혼돈 악 역시 악 성향의 극단으로 주어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캐릭터 클래스와 성향, 신앙의 분리 역시 (팔라딘 등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향의 압축은 기존 팬덤의 반발 외에도 필요가 없어졌는데, 더이상 성향이 캐릭터의 설계에 있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성능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9개 성향은 여전히 선과 선, 악과 악 사이의 싸움을 표현하기에 좋은 방식이었고 캐릭터 성격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5판에서는 다시 9개 성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5판에서의 역할 연기

D&D 5판은 앞서 이루어진 성향의 문제점 해결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더해 새로이 캐릭터의 성격과 연기를 위한 요소들을 추가했습니다. 이 요소들 중에는 다른 RPG 게임들에서 시도되었던 방식들을 도입하려 시도한 부분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과 성능은 거의 완전히 분리되었고, 클래스에 따라 반드시 특정한 성향을 골라야 하는 제한 역시 사라졌습니다. 또한 D&D 5판은 역대 최초로 플레이어의 캐릭터 성격 연기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는 규칙을 공식적으로 도입하였습니다. 그 결과, 5판은 지금까지의 모든 D&D 중 가장 연기자 플레이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판에서 캐릭터 성격 연기에 관계하는 부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향: D&D의 전통적인 9종 성향을 도로 살린 것입니다. 질서-중립-혼돈, 선-중립-악의 두 기준으로 이루어진 9종 성향은 캐릭터가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중시하는가, 얼마나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배경: 배경은 캐릭터가 클래스를 가지기 전에 경험했던 직업이나 생활 환경등을 말합니다. D&D 5판에서, 배경은 종족, 클래스와 함께 캐릭터를 규정짓는 중대한 부분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캐릭터는 배경에 따라서 배경 요소(Background Feature)를 얻게 됩니다. 이 배경 요소가 전투에서 유용한 능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연기와 막간 활동 등에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족과 클래스에 더해 배경이 도입되며, 캐릭터의 표현폭이 더 커진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배경은 완전히 역할 연기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경에 따라 기술 숙련이나 도구에 대한 숙련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인격 특성(Personality Trait), 유대(Bond), 이상(Ideal), 단점(Flaw): 이 4종의 요소는 함께 개성(Characteristic)이라고 부릅니다. 이 성격들은 캐릭터 제작시 배경을 정하면서 함께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요소들은 캐릭터가 지닌 성격적인 특징, 캐릭터가 유대를 느끼는 사물이나 인물, 사건에 대한 애착, 캐릭터가 지닌 장기적이고 사상적인 목표, 캐릭터가 지닌 성격적 단점이나 들키면 곤란한 비밀 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요소들은 단순히 성향과 배경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의 인물상을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플레이어즈 핸드북(Player’s Handbook: 이하 PHB)에서는 배경에 따라 추천하는 캐릭터의 성격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꼭 추천하는 것을 따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원하는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고양감(Inspiration): 원하는 d20 판정에 이점을 받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인 고양감은 이러한 캐릭터 연기에 대해 보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캐릭터 연기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고양감을 얻을 수 있지만, PHB에서는 위의 성격 4요소에 맞는 캐릭터 연기를 했을 경우 고양감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성향

D&D 5판은 과거 3.5판까지의 9종 성향을 다시 가져왔고, 여기에 더해 4판에서 처음 도입된 성향없음(Unaligned)을 더했습니다. 성향은 캐릭터가 지닌 도덕적인 지표이자 기준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출판된 클래식 D&D에서는 같은 단어를 “가치관”이라 번역했는데, 이것 역시 잘못된 번역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성향은 캐릭터가 어디에 행동의 기준을 두는가, 무엇을 목적으로 행동하는가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다만, 5판에서는 이 성향이 절대적으로 캐릭터의 행동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같은 성향이라 할지라도 천차만별로 행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똑같은 혼돈 악(Chaotic Evil) 성향의 크리쳐라 하여도, 날뛰는 오우거와 귀족적인 뱀파이어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나 공공의 규범을 무시하며, 오로지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같이 혼돈 악으로 묶이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을 위해 마련된 PHB에서조차 “설명에 쓰여진 그대로 행동하는 완전히 전형적인 캐릭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언급되어 있으니 만큼, 각 성향의 정확한 해석은 오로지 플레이어들 각각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옳습니다.

질서 선(Lawful Good)

질서 선 성향의 캐릭터는 사회적인 규범을 지키며, 그 규범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합니다. 질서 선 성향은 수단이 잘못되었다면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타지에 등장하는 선하고 명예로운 기사들 대다수가 질서 선 성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대신 권위를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립 선(Neutral Good)

중립 선 성향의 캐릭터는 규범을 무시하지 않지만, 일단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 공공에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약간의 법 위반 정도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이들입니다. 또한 개인의 자유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자유를 통해서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혼돈 선(Chaotic Good)

혼돈 선 성향의 캐릭터는 사회의 규범이나 법, 권위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개인의 양심에 따라, 최대한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행동합니다. 폭군의 압제에 저항하는 용사들이 대표적인 혼돈 선 성향의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돈 선 캐릭터들은 사회적 권위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질서 중립(Lawful Neutral)

질서 중립 성향의 캐릭터는 법과 질서, 권위에 최고의 무게를 둡니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이든, 정해진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중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원칙을 중시하는 판관이 대표적인 질서 중립 성향의 소유자라 할 수 있습니다.

중립(Neutral)

과거 D&D3판/3.5판과는 달리, 5판에서는 기본적으로 참 중립(True Neutral) 대신 중립(Neutral)을 가운데에 둡니다. 5판에서의 중립은 선과 악, 질서와 혼돈 사이에 딱히 무게를 두지 않고 어떤 성향이든 고루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말합니다. 즉, 사회 규범이나 개인의 자유 모두 어느 정도 중시하며, 공공의 이익도 신경쓰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 중립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혼돈 중립(Chaotic Neutral)

혼돈 중립 성향의 캐릭터는 개인의 자유에 지고의 가치를 둡니다. 자신을 얽매이는 법과 제도를 질색하며, 어떠한 공적 권위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기분이 내키면 선한 일을 하거나 악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사회의 규범이나 제도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의 뜻에 따라서 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서 악(Lawful Evil)

질서 악 성향의 캐릭터는 사회적인 규범과 권위를 중시하며, 그 규범을 통해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 합니다. 법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권력자들이나 법의 헛점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자들이 대표적인 질서 악 성향의 캐릭터입니다. 질서 악 성향의 캐릭터는 제도적인 권력을 얻고자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큰 악의 조직을 만들거나 그 일원이 되기도 합니다.

중립 악(Neutral Evil)

중립 악 성향의 캐릭터는 지극히 이기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행동 원리는 이기적인 욕망이며, 이 욕망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이용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합니다. 약간이라도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면 바로 계약을 파기하는 용병 악당들이 대표적인 중립 악 성향의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혼돈 악(Chaotic Evil)

혼돈 악 성향의 캐릭터는 사회와 공공의 가치를 무시하며,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행동합니다. 혼돈 악 성향을 지닌 캐릭터들은 무자비한 파괴자가 되기도 하고, 교묘한 계획으로 사회와 질서를 무너트리고 혼돈을 퍼트리는 것을 즐기는 타락자가 되기도 합니다.

성향없음(Unaligned)

사회를 구성하지 않는, 동물 수준의 지능을 지닌 존재에게는 성향이 없습니다.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공 질서가 존재하지 않고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존재는 “성향없음”으로 표기되는 것입니다.

참 중립(True Neutral)

과거 D&D3.5판까지는 선악, 질서와 중립 사이에 이 모든 성향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참 중립”이 있었습니다만, 5판에서는 공식적으로 참 중립이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참 중립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어려웠던 것, 캐릭터의 행동 원칙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바란다면 DM과의 상의를 통해 중립을 선택하되 여전히 참 중립 캐릭터로 균형을 추구하려 할 수 있습니다.

성향 정하기

과거 3.5판까지 D&D 캐릭터의 성향을 정하는 것은 먼저 자신이 만들 캐릭터의 클래스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몽크를 하고 싶다면 질서 성향을 해야 했고, 바드를 하고 싶다면 혼돈 성향을 골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5판에서는 클래스와 성향이 완전히 분리되었고, 종교와 성향 역시도 기본적으로는 분리되었습니다. 물론,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신도에게 신이 힘을 내려줄 리는 없으므로 클레릭 등의 경우는 여전히 신앙과 성향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야 하긴 합니다. 한편, 팔라딘은 엄밀히 말하면 신이 아니라 맹세를 통해 힘을 얻는 것이므로 성향에 따른 제약이 다른 방향에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한 몸을 바치겠다는 헌신의 맹세를 따르는 팔라딘은 구조적으로 악한 성향을 띄기 어려울 것입니다. 5판은 성향과 캐릭터의 성능 자체가 거의 분리되었으므로, 아예 캐릭터의 성향을 정하지 않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선택 규칙: 성향 점수(Alignment Score)

주의: 이 규칙은 공식적인 것이 아닌 홈브류입니다.

성향을 아예 정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 이후 일부 마법 물건 등에 조율해야 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D&D 5판에서 분리가 많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마법 물건 등은 특정한 성향의 캐릭터만이 조율해야 하는 등의 한계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향 점수를 도입하는 방식의 변형 규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향 점수는, 캠페인의 진행 도중 캐릭터가 선택한 방향에 따라 성향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택의 갈림길에서 사회의 질서를 따르기로 한 캐릭터에게는 질서 점수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기로 한 캐릭터에게는 혼돈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거나 잔혹한 일을 벌인 캐릭터에게는 악 점수를,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거나 선한 일을 한 캐릭터에게는 선 점수를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점수를 줄 때에는 DM의 판단에 의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필요하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투표에 의해서도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질서, 혼돈, 선, 악 점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그에 해당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판단하여 성향을 요구하는 물건에 조율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규칙을 도입하는 경우, 캐릭터를 만들 때 정한 성향에 반대되는 행동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반대되는 성향의 점수를 얻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단, 이 규칙을 적용할 때에도 성향의 변화가 게임적 능력에 중요한 차이를 주게 해서는 안됩니다. 클레릭이나 팔라딘 등의 경우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캐릭터 연기가 성향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또한 팔라딘의 악 탐지(Detect Evil) 등의 성향 파악 능력이 사실상 인간형 크리쳐에게는 사용할 수 없도록 변경되었다는 점 역시 분명히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배경 요소

캐릭터를 만들 때, 종족과 클래스를 정하고 나면 배경을 정하게 됩니다. D&D 5판의 캐릭터는 배경을 선택함으로써 더 다양한 성격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똑같은 인간 파이터라 하더라도 배경을 군인으로 하느냐, 귀족으로 하느냐, 범죄자로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배경은 그에 따라 기술과 도구 숙련을 받게 되므로 완전히 역할 연기만을 위한 부분이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배경 요소(Background Feature)는 역할 연기를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 배경 요소는 대개 그 배경의 캐릭터가 사회와 어떤 연관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군인 배경의 캐릭터는 클레릭이나 몽크라 하더라도 군대나 용병단 출신으로 그에 맞는 계급을 지니고 다른 군인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습니다. 예능인 배경의 캐릭터는 위저드나 바바리안이라 할지라도 악기를 다루거나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돈을 벌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배경 요소는 던전이나 탐험 도중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많지만, 사회적 교류를 할 때나 막간 활동 때에는 충분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PHB에 주어진 각각의 배경마다 서로 다른 배경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이후에도 다른 규칙이나 배경 서적이 발매될 때마다 그에 연관된 배경과 배경 요소가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스트라드의 저주(Curse of Strahd)에는 새로운 배경인 홀린 자(Haunted One)가 등장합니다. 이 배경은 끔찍한 악몽이나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것에 홀려 고통받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합니다. 이 배경을 선택하면 비전학, 수사, 종교학, 생존 중 기술 2개를 선택해 그에 따른 숙련을 얻고, 두 가지 언어를 더 얻게 됩니다. 그 중 하나는 천상어나 심연어 등의 특이 언어를 배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러브크래프트적인 분위기의 오컬트 연구자를 컨셉으로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홀린 자는 배경 요소로 어둠의 심장(Heart of Darkness)을 얻습니다. 이 캐릭터가 겪어왔던 공포의 경험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캐릭터의 눈을 마주보면 주눅이 들고 겁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 캐릭터가 유해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가능하면 편의를 봐 주려고 할 것입니다

이 요소는 괴물과 싸우는데 도움을 주지 않지만, 게임 도중 NPC들과 만나 연기를 할 때 이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NPC가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줄 것입니다.

인격 특성

인격 특성(Personality Trait)은 4가지 개성 중 하나로,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두 가지를 정하게 됩니다. 인격 특성은 단순히 성향이나 배경만으로 나타날 수 없는 캐릭터의 독특한 부분을 드러내 주는 하나의 문장 형태를 띕니다. 예를 들어, “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일수록 더 퉁명스럽게 대한다.”거나, “나는 자신이 아는 화제가 나오면 끼어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같은 것이 좋은 성격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성격 특징들을 통해 캐릭터들은 서로 같은 성향에서도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상

이상(Ideal)은 4가지 개성 중 하나로, 캐릭터의 원동력이자 믿음, 가장 중대한 목표 등을 나타냅니다. 캐릭터가 모험에 뛰어들게 된 이유가 이상이 될 수도 있고, 모험자가 된 이유나 클래스를 가진 이유와 관계없이 전적으로 자신의 믿음에 의한 것이거나, 신앙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캐릭터가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추구하려는 것이 바로 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PHB에서는 캐릭터의 성향과 이상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으며, 예시로 주어지는 이상 역시 성향에 연관되는 것이 많습니다. 질서 성향의 캐릭터라면 책임과 권위를 이상으로 삼을 것이고, 악한 성향의 캐릭터라면 자신의 만족과 권력의 추구를 이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유대

유대(Bond)는 4가지 개성 중 하나로, 캐릭터가 세상과 가진 연결고리를 설명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이상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추구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유대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애착을 느끼는 물건이나 장소가 유대로 지정될 수도 있으며, 연인, 배우자, 부모, 자식이 유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가 소속감을 느끼는 조직이나 집단 역시 유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단점

단점(Flaw)는 4가지 개성 중 하나로, 캐릭터가 숨기려고 하는 비밀이나 캐릭터가 지닌 개인적인 공포, 약점, 큰 문제가 될 만한 나쁜 습관 등을 말합니다. 단점은 캐릭터가 가지는 개성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런 흠이 없는 영웅에게는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점은 공공연하게 드러날 수도, 가능한 한 숨기려 들 수도 있습니다. 단점의 핵심적인 요소는, 이 점으로 인해 캐릭터가 이성적인 판단이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만한 성격이나 탐욕 등의 성격적 단점도 가능하며,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의 행적이 단점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개성을 사용하는 방법

캐릭터의 개성을 이루는 인격 특성, 이상, 유대, 단점은 캐릭터가 어떠한 선택을 행할 때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완전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학적 존재들이 아님을 표현하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캐릭터의 선택이나 판단이 항상 개성과 일치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자기 캐릭터의 개성에 따라 행동하거나 선택했을 때, DM은 그에 따른 보상으로 고양감을 줄 수 있습니다. 던전 마스터즈 가이드(Dungeon Master’s Guide: 이하 DMG)에서는 특히 이러한 개성 요소들 때문에 캐릭터가 눈에 띄게 불리하거나 이익이 적은 선택을 하게 될 경우 고양감을 주는 것을 권장합니다. 게임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한 대신, 그에 따르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편, 딱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선택에서 개성에 따라 행동한 경우, DM은 판정에 이점을 주거나 DC를 낮추는 등의 보너스를 줄 수 있습니다. DM의 판정이 여의치 않다면, 동료 플레이어들의 추천으로 고양감을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선택 규칙: 고양감 사용 방식 변형

주의: 이 규칙은 공식적인 것이 아닌 홈브류입니다.

고양감(Inspiration)은 동시에 하나만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능력 판정이나 명중 굴림, 내성 굴림을 할 때 고양감을 사용하면 그 판정에 이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DM의 판정에 따라, 고양감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에서는 한 번에 2개까지의 고양감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히 이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사위를 다시 굴리도록 하는 방식으로 고양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고양감을 사용해 불리점을 없애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고양감을 주는 방식 역시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습니다. DMG에서는 DM이 고양감을 주는 대신, 플레이어 각각의 판단에 의해 세션 당 한 번씩 다른 플레이어에게 고양감을 주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양감은 많이 주고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시점에 사용하기 위해 고양감을 아끼려 하기보다는 자주 쓰는 대신 자주 얻을 수 있게 한다면, 플레이어들이 더 적극적으로 캐릭터의 성격과 개성을 연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DMG의 선택 규칙 1: 플롯 점수

DMG에서 소개하는 플롯 점수(Plot Point)는 플레이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개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플롯 점수 선택 규칙을 사용하면,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자신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 뿐 아니라 DM이 만든 이야기의 틀을 약간씩 변형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플롯 점수 규칙은 장기적이고 이야기가 꽉 짜여진 캠페인보다는 단편 모험이나 짧은 이야기의 연작에서 더 유용합니다.

플롯 점수 선택 규칙을 사용하는 경우, 플레이어들은 세션마다 1점씩의 플롯 점수를 얻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플롯 점수를 사용해서 게임의 내용 중 일부를 변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험자 일행이 만난 상인과 흥정하고 있을 때 누군가 플롯 점수 1점을 사용해 이 상인이 사실 변장한 암살자라거나 악마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던전을 탐험하다가 누군가 플롯 점수 1점을 사용해 이 방 어딘가에 비밀문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에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DMG에서는 플롯 점수를 사용한 DM 교대 방식까지 소개하고 있지만, 일단 오늘 칼럼에서는 그 부분까지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DM은 플레이어가 플롯 점수를 사용할 때 먼저 이렇게 플롯을 변경하는 것이 이야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야 합니다. 상인이 사실 변장한 악마였다고 바꾸기 위해 플롯 점수를 사용했다면, 그 악마가 이야기에 영향을 주어야 합니다. 그냥 “상인으로 변장한 악마”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인으로 변장한 악마이며, 저주받은 마법 물건을 값싸게 넘겨서 악행을 저지르게 하려는 생각이다.” 같은 방식으로 보다 이야기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플롯 점수를 소비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순전히 게임적 이익을 위해 플롯 점수를 소비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던전에서 갑자기 플롯 점수를 소비해 “이 던전의 벽 뒤 비밀문에는 금화 5,000gp 정도의 보물이 있다.” 같은 식으로 사용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플롯 점수는 직접적인 게임 이익을 제공하지 않아야 하며,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플롯 점수를 사용해 동료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방해하거나 해를 끼치게 해서도 안됩니다.

플롯 점수를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들은 DM은 그 선언을 못하도록 제지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들의 투표에 의해 그러한 변경에 대해 거부권을 주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플롯 점수 사용 방식은 D&D의 사회적 교류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편 캠페인의 경우, 플롯 점수를 이야기의 방향을 바꿀 때 마스터가 준비한 요소 상당수가 틀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장편 캠페인에서는 쓰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DMG의 선택 규칙 2: 명예와 이성 점수

DMG에서는 연기를 위한 새로운 능력치로 명예(Honor)이성(Sanity) 점수를 도입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의 근력, 민첩, 건강, 지능, 지혜, 매력에 더해 새로이 2종의 능력치를 추가하고, 이 2종에 따로 점수를 배분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DMG에서 명예나 이성 점수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명예 점수의 경우, 매력 대신에 설득(Persuasion), 기만(Deception) 기술에 연관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낮은 매력의 캐릭터라 하더라도 높은 명예를 지닌 경우, 설득 판정에 명예 기반 보너스를 받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DMG에서 설명한 대로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나 권위에 불복종하려는 경우, 거짓말이 들킨 경우 명예 내성 굴림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명예 내성 굴림에 실패한다면 조직에서의 평판(Renown)을 깎거나, 일정 기간 동안 사회적 교류 판정에 불리점을 주거나, 아예 명예 점수 자체를 1점 깎을 수도 있습니다.

이성 점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강과 마찬가지로 내성 굴림 용으로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래라면 지혜를 기반으로 내성을 굴리게 되어 있는 정신 지배 계열 주문이나 강력한 공포, 광기 주문의 경우 이성 점수를 기반으로 내성 굴림을 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명예 점수와 마찬가지로 이성 내성 굴림의 경우도 실패할 시 광기를 얻거나, 게임 상에 불리점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명예와 이성 점수의 경우, 캐릭터가 그에 맞는 연기를 한다면 보너스로 이점이나 불리점을 주어 판정하게 만들기 쉽고, 다른 6종 능력치에 비해 올리고 내리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수들이 게임 내에서 너무 중요하게 사용되는 경우, 캐릭터 설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캐릭터 설계는 6종의 능력치를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하며, 레벨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몇몇 능력치를 올려서 균형을 맞춥니다. 2종의 능력치를 추가로 더하고 처음에 8종에 점수를 분배하게 하는 것은, 다른 능력치들을 그만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명예나 이성 점수를 도입할 경우 초기 캐릭터 설정의 자유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귀족처럼 대단히 명예로운 위치를 선택하려 하는 경우나 위대한 옛것과 계약한 워락처럼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경우, DMG에서 예시로 주는 것처럼 8~15점 단위의 점수로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캐릭터 연기를 위해 능력치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경우에만, 다른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받아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XGE의 선택 규칙: 연줄과 호의

자나사의 만물 안내서(Xanathar’s Guide to Everything: 이하 XGE)에서는 막간 활동을 새로 정리하면서 몇가지 특수한 추가 규칙을 제공했는데, 그 중 연줄(Contact)이나 호의(Favor)는 역할 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XGE에서 변경된 막간 활동 중 노닥거리기(Carousing)를 행하면 연줄(Contact)을, 종교적 봉사(Religious Service)를 행하면 호의(Favor)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노닥거리기의 경우, 어떤 사회 계층 사람들과 노닥거렸는가에 따라 지출되는 금액이 달라지며, 그 대신 판정을 통해 한두개의 연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지닌 연줄을 소비해, 필요한 NPC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행의 로그가 중류 계층에서 노닥거리기를 한 결과 연줄을 하나 만들었다면, 이 연줄을 소비해 DM에게 “장물아비 보석상 NPC”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NPC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DM이 정하게 되지만, 캐릭터에게 어느 정도의 호의를 가진 것으로 설정됩니다. 한편, 노닥거리기 판정에서 크게 실패한 경우, 적대적인 연줄이 하나 생겨납니다. 이것은 반대로 DM이 새로 추가하는 NPC로, 캐릭터에 악의를 가지고 일행의 행동을 방해하려 들 것입니다.

종교적 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호의는 기본적으로 주문 사용 비용을 할인해 주거나, 간단한 종교적 의식을 치르게 해주는 등 게임적이고 금전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는 효과이지만, 노닥거리기로 얻는 연줄과 마찬가지로 종교적인 NPC 하나를 만들어 내는 권한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만들어진 NPC 역시 성격은 DM이 정하게 될 것입니다.

연줄과 호의 등은 위의 플롯 점수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단순히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에서 벗어나 이야기와 세계 속에 자신이 원하는 NPC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캐릭터 연기 강조 시의 주의점

오늘 소개한 요소들을 사용하면 팀 내에서 캐릭터 연기를 강조하고, 자신이 정한 캐릭터의 개성에 맞는 연기를 할 경우 고양감 등 게임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팀 내에서 이러한 요소를 사용할 때에는 주의점이 있습니다.

먼저, 연기가 강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연기는 플레이어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하는 것입니다. 목소리 연기가 어색한 사람은 그러한 연기를 강요받아서는 안됩니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원할 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좋은 연기에 보상을 주는 것은 좋지만 연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페널티를 주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미리 정한 캐릭터의 성향, 배경, 개성 등을 이유로 캐릭터의 선택이나 연기를 제한해서는 안됩니다. 실제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성격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며, 때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미리 정해진 성격이나 성향과 다른 연기를 하는 경우, 성격이나 성향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낫습니다. D&D 5판에서는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성격이나 성향 변화에 따른 불이익이 크지 않으므로, 그 점에 대해서 미리 플레이어와 의논을 하도록 합시다. 이러한 의논을 할 때에도, “미리 정해진 요소에 맞지 않아 페널티를 주거나 처벌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메타게임적 판단에 대처할 때에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D&D를 오래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플레이어에게 게임적인 지식이 축적되며 “캐릭터는 알 수 없지만 플레이어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플레이어적 지식을 게임에 직접 활용하는 것을 메타게임적 판단이라고 합니다. 메타게임적 판단은 캐릭터의 몰입이나 현실성을 약화하기 때문에 좋지 않지만, 어쨌든 막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DM은 캐릭터의 지식에 대해 판정을 요구하거나 “메타게임적 판단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캐릭터가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메타게임적 판단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고양감이나 이점을 주는 것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맺으며

흔히들 D&D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연기자나 이야기 창조자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조금 더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DM들이 고민을 하곤 합니다. 또한 D&D에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에 대한 고민도 많이들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D&D 역시 던전과 마을을 오가는 최초의 RPG에서 시작해 30여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변형을 거쳐 왔고, 이야기를 중시하거나 캐릭터 연기를 중시하는 플레이어들에게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요소들을 갖출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성격 특성, 유대, 이상, 단점 등을 이용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선택하면서도 캐릭터에게 고양감을 줄 수 있고, 판정에서 이점을 받아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플롯 점수 규칙이나 연줄 규칙 등을 사용하면 단순히 DM이 만든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넘어 그 세계 속에 다른 NPC를 창조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요소를 더해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D&D 5판의 진화는 단순히 규칙을 일신한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하게 게임을 즐기도록 해 줍니다. 만약 여러분의 팀에 이야기적 요소가 부족하다면, 이러한 부분에 주목해서 그러한 요소를 더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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