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칼럼 6: 홈브류 컨텐츠의 시대

안녕하십니까? DKSA입니다. 이번 칼럼은 D&D5판의 홈브류 컨텐츠 정책과 던전 마스터즈 길드(Dungeon Masters Guild: 이하 DM길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DM 길드의 메인 페이지>
홈브류 컨텐츠란 무엇인가?

홈브류(Homebrew)란 본래 “집에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RPG에서 홈브류 컨텐츠란, 소비자가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는 모든 컨텐츠를 뜻합니다. 즉,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 이하 WotC)가 제작하지 않고 던전 마스터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와 추가적인 규칙들, 자작 캠페인 세계와 지도 등이 모두 홈브류 컨텐츠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RPG와 홈브류 컨텐츠의 관계

RPG는 태생적으로 홈브류 컨텐츠와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30년 넘게 대단히 많은 모험들이 공식적으로 출판되어 왔습니다만, 실제 그 모험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던전 마스터가 모든 것을 오로지 “책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RPG는 임기응변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정해진 이야기만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RPG를 하다보면 거의 분명히, 반드시 홈브류 컨텐츠를 제작하고 사용해야 하는 시점이 생깁니다.

당장 “판델버의 잃어버린 광산(Lost Mine of Phandelver)”를 시작하려 해도, 맨 처음 고블린의 기습 장면을 위해 (원래 스타터 셋에는 없는) 지도를 그린 마스터는 그 순간 이미 “홈브류 컨텐츠”를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RPG는 태생부터 홈브류 컨텐츠를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홈브류 컨텐츠에 대한 노하우는 과거부터 많은 여러 D&D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홈브류의 노하우는 다시 제작자에게로 피드백되어 규칙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홈브류 컨텐츠”가 극적인 성장을 이룩한 것은 d20 SRD가 공개된 2000년대 초반입니다. 공개 게임 라이센스(Open Game License)는 그 당시까지 애매하던 홈브류 저작권의 한계선을 명백히 표시하였습니다. 창작 의욕이 있다면 누구나 공개된 d20 규칙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며, d20은 폭발적으로 몸집을 불려 갔습니다. d20의 성공 이후, 유사한 방식으로 규칙의 얼개를 공개하는 방식이 RPG 출판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기도 하였습니다.

팬 컨텐츠에 대한 WotC의 입장

홈브류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팬 컨텐츠(Fan Contents)에 대한 언급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홈브류 컨텐츠가 “게임 진행에 관계되어 제3자가 제작한 컨텐츠”라면, 팬 컨텐츠는 홈브류를 포함해서 “팬이 만들어낸 컨텐츠” 전체를 포함하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D&D에 관계된 영상, 팟캐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음악, 이야기 등이 모두 팬 컨텐츠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DKSA가 지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D&D에 관련된 팬 컨텐츠 제작에 대해 문의를 해 오셨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사실 항상 동일합니다.

저희는 한국 내에서 WotC의 저작권 및 기타 법적 권리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WotC의 저작권에 관련된 내용을 저희에게 문의하시는 것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의 답변이 WotC의 입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플레이어 여러분의 D&D의 팬 컨텐츠에 대한 관심은 사실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D&D 5판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트위치, 유튜브 등에서 D&D 관련 채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저희 역시 이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한국어로 된 D&D 팬 컨텐츠가 활발하게 생산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따라서 저희는 팬 컨텐츠에 대해 문의하시던 분들에게 항상 WotC가 발표한 “팬 컨텐츠 정책 페이지”를 안내해 드렸습니다. 해당 페이지는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WotC의 팬 컨텐츠 정책 페이지: https://company.wizards.com/ko/fancontentpolicy

위의 정책 페이지를 읽어보신다면 아실 수 있겠지만, WotC는 자신들의 컨텐츠를 재창출해 수익을 얻는 것만 아니라면 전반적으로 팬 컨텐츠에 대해 자유로운 입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수익 역시 컨텐츠 판매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이나 기부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비교적 관여하지 않는 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에 관련된 사항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판단하는 것은 저희가 아니라 WotC와 변호사의 문제이긴 합니다.

세계 속 팬 컨텐츠 수익의 구조들

다만 실제로 위의 컨텐츠 정책에 의거해, D&D 5판을 통해서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저희는 대표적인 경우 몇 가지를 예로 들고자 합니다.

<크리티컬 롤(Critical Role)>

트위치, 유튜브 등의 채널 후원

실제로 가장 많은 수의 팬 컨텐츠 제작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채널들을 실로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게임 실황을 라이브스트림하거나, 이후 녹화해 공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규칙들을 소개하거나, WotC의 새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거나, D&D를 소개하는 내용들 역시 영상이나 음성 채널로 만들어져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 / 음성 채널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공개되어야 하며 오직 후원에 의한 수익만이 허가됩니다. 크리티컬 롤(Critical Role)이나 다이스, 카메라, 액션(Dice, Camera, Action) 등 인기 채널의 경우, 동시에 수천명 이상이 스트림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레이호크의 세계인 플라네스의 지도를 만드는 Anna B. Meyer의 파트레온 페이지>

파트레온 등을 통한 후원

창작자를 후원하는 플랫폼인 파트레온(Patreon) 등을 통해서 후원을 받는 경우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트레온은 “제품”이 아니라 “창작자”를 후원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 후원을 통해 만들어지는 컨텐츠가 무료로 공개되기만 한다면 WotC의 팬 컨텐츠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파트레온에는 특히 판타지 세계의 지도를 만들거나 던전 및 지형의 지도를 만드는 창작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DM길드

DM길드는 대단히 특별한 방식의 홈브류 컨텐츠 후원 방식입니다. DM길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5판과 SRD, OGL, 그리고 DM길드

WotC는 D&D5판의 문을 열며, 지금까지의 라이센스 정책을 두 가지로 변경하였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과거와 같은 OGL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는 공개된 5판의 SRD를 이용하는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이 상품을 만들고 별개의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 경우는 WotC의 저작권및 상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방식으로 새로이 공개된 것이 바로 DM길드입니다. 이것은 D&D를 즐기는 플레이어와 마스터들이 자신들의 홈브류 컨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만약 본인이 만든 홈브류 컨텐츠가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원하는 파일 형식으로 제작해 원하는 가격으로 DM 길드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DM 길드는 SRD와 달리 포가튼 렐름즈 배경을 사용할 수 있으며, 비홀더, 마인드 플레이어 등의 “등록된 상표” 개체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DM 길드로는 자신의 독자적인 캠페인을 등록할 수 없습니다. (독자적인 캠페인을 판매하려면 OGL에 맞추어 첫번째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DM길드는 OGL과는 다른 방향에서 D&D 5판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DM길드에는 세계 곳곳의 플레이어와 마스터들의 아이디어가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