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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링 칼럼 2: D&D 전투 조우 운영의 기초



안녕하십니까? DKSA 지원팀입니다. 오늘 저희들이 알려드릴 내용은 마스터링 칼럼의 두번째 시간으로, D&D 전투 운영의 기초에 대한 내용입니다. 현대에는 D&D 외에도 수많은 RPG 게임들이 있으며, 이 게임들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자랑합니다. 어떤 게임들은 장르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만들어 내는 부분에서 보다 뛰어나며, 또 다른 게임들은 극적인 현실성을 보여주려 합니다. D&D는 판타지 장르의 액션, 특히 여러 명의 모험자가 함께 힘을 합해 난관과 장애를 물리치는 액션의 진행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전투는 이러한 액션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실제로 D&D를 즐겨본 많은 분들이 D&D의 전투에서 큰 매력을 느낍니다.

D&D 전투의 매력

그렇다면 D&D 전투의 매력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그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자신의 선택이 상황을 바꾸어 가는 재미: D&D에서 플레이어의 캐릭터들은 각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며, 일반인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능력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1레벨 파이터라 할 지라도 보통 사람보다 2~3배나 되는 hp를 지니고 있고, 힘도 그만큼 강합니다. D&D 전투가 지닌 매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플레이어들이 그 장면의 중심이 되어, 매번 매번 선택하는 행동으로 상황을 바꾸어 간다는 것입니다.

서로 협력하면서 오는 재미: D&D의 액션은 여러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같이 만들어 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플레이어 한 사람의 행동은 단순히 그 플레이어 주변의 상황 뿐 아니라 일행 전체의 상황도 움직입니다. 일행에 속한 캐릭터들은 같이 힘을 합해 적을 포위해 공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가지 못하도록 적들의 경로를 가로막고 감히 자신을 무시하려는 적을 쓰러트릴 수도 있습니다. 큰 부상을 입은 동료를 치료해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D&D의 액션은 모든 일행이 서로를 믿고 의존할 때 가장 재미있고 아름답게 돌아갑니다.

주사위를 굴리는 원초적인 재미: 성공과 실패가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주사위를 굴리는 순간에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도망가는 적의 두목을 목표로 멀리서 단 한 발의 화살을 날릴 기회가 주어질 때, 모든 플레이어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느끼며 굴리는 단 한 번의 주사위는 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다는 느낌을 그 무엇보다 실감나게 전해 줄 수 있습니다.

위의 3가지 즐거움은 D&D 전투의 매력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D&D의 전투를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D&D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원칙은 아래처럼 정해집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상황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여러 캐릭터가 서로 협력하여 싸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세요.

성공과 실패가 비등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을 통해 주사위를 굴리는 원초적인 재미를 주세요.

이 원칙들은 앞으로의 조우 운영과 설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이 원칙들을 기억하고, 게임을 진행한 다음에도 그날의 세션을 반성하거나 평가할 때 조우에 있어서 위의 3요소를 잘 생각해 봅시다.

캐릭터와 플레이어 파악하기

D&D 마스터링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팀의 플레이어와 캐릭터들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파악”이란 각 캐릭터들이 가진 강점과 약점을 알아보고, 플레이어의 성향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단편 게임이든 장편 게임이든, 이러한 요소들을 파악하고 기록해 둔다면 마스터에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투 조우 상황을 위해 DM은 아래와 같이 간단한 표를 만들어 자신의 모험에 참여한 캐릭터들을 파악해 둘 수 있습니다.

위의 표는 “판델버의 잃어버린 광산(Lost Mine of Phandelver: LMoP)”에 등장하는 예시 캐릭터들을 이용한 것입니다. 위 캐릭터들은 1레벨이라 아직 클래스의 기능과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강점과 약점들이 드러나 보입니다. 전투 상황이 벌어지면 D와 K는 전열을 이루어 적의 공격을 받아 낼만한 hp와 AC를 지니고 있으며, S와 A는 후방에서 공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D와 K는 모두 민첩 내성이 약하므로 민첩 내성을 요구하는 주문이나 효과를 받았을 때 취약하리라는 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행은 모두 건강에 상당한 투자를 했으므로 건강 내성을 요구하는 효과들에 대해서는 잘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플레이어의 성향까지 포함하는 보다 상세한 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실제 DKSA의 마스터들이 사용하곤 하는 표를 약간 정리한 것입니다.

위의 표는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데 사용되는 상시 감지, 상시 수사, 상시 통찰 수치를 써놓고, 여기에 더해 플레이어의 성향을 같이 기록한 것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마스터일수록, 이런 표를 통해 플레이어와 캐릭터들의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길 권합니다. 플레이어들 개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플레이어 자신이 가진 성향을 이야기하게 한다면, 이러한 특징은 이후 게임을 더 재미있게 진행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조우의 변형

이번 칼럼 맨 앞에서 이야기했듯, D&D 전투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는 먼저 “플레이어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상황이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저 “무엇을 하든 자유롭습니다.”로 끝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가장 즐거워하는 선택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결정에 따라 조우의 구성 자체를 변화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앞서 마스터링 연습의 일환으로 예를 들었던 LMoP의 도입, 크래그마우 은신처의 고블린 소굴을 떠올려 봅시다. (지난 판델린 이야기 1화를 참조하면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장면은 크래그마우 은신처의 첫 번째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고블린 6마리와의 싸움을 장면입니다. 통로도 좁은데다 적의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이 전투에 들어서기 이전에는 일행들이 잠시라도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전술을 의논할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로그가 잠시 정찰하고 안쪽에서 고블린들의 목소리가 적어도 다섯 이상은 들린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다면, 분명히 긴장이 흐를 것입니다. 여기까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왔을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스터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플레이어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의견을 (가능하면 그 캐릭터의 목소리로) 들어보고, 재미있겠다 싶으면 적용해 주는 것만으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재미는 크게 늘어납니다.

4명으로 구성된 일행은 의논 끝에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프 위저드인 A가 자신의 캐릭터 시트에 “고블린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블린어로 흉내를 내서 고블린들 중 일부를 밖으로 유인하겠다는 생각을 꺼냈다고 해 봅시다. 이 아이디어가 다른 플레이어들의 호응을 받는다면, 충분히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행은 뒤로 적당히 빠지고, 엘프 위저드가 목소리를 높여 고블린어로 외치는 장면을 연기할 수 있습니다. 그 연기가 다른 플레이어들을 재미있게 했거나 영리하게 고블린들의 특징을 찌르는 부분이 있었다면, 판정에 이점을 주어도 좋습니다. 위저드는 매력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8점, 수정치 -1), 기만 기술을 숙련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DC 10의 평범한 판정마저도 어려운 시도가 될 수 있지만, 이때는 클레릭이 안내Guidance 주문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줍시다. 1d4의 보너스는 작으나마 유의미한 것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DM은 고블린들이 그리 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8점, 수정치 -1) DC 10의 매력(기만) 판정 시도에서 플레이어가 성공을 거둔다면, 적어도 한두마리의 고블린들이 유인되어 밖으로 나오고, 주인공들은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고블린들을 각개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예시는 간단한 것이며, 그 외에도 수십수백가지 변형이 가능한 것이야말로 D&D를 포함한 RPG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일행은 이전 전투에서 고블린 하나를 사로잡아 달래거나 협박해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할 수도 있으며, 밖에서 요리를 거하게 벌여 냄새를 풍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들이 상상력을 펼쳐 내놓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또한 어려운 시도를 해야 할 때라도 다른 동료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기만 기술에 숙련을 찍은 로그가 능숙하게 고블린에게 붙잡힌 포로 흉내를 내서 판정에 이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대로 클레릭은 안내 주문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한 사람의 기지로 성공을 거두는 것에 잘못은 없지만, 여러 명의 동료들이 함께 가진 능력을 모아 성공하는 것이 더욱 큰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뛰어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낸 플레이어에게는 아낌없이 고양감(Inspiration)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감은 D&D5판이 이야기 진행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규칙입니다. 고양감을 가진 플레이어는 d20을 굴릴 때 고양감을 소비해 판정에 이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블린어로 고블린들을 유인하겠다고 한 플레이어, 능숙하게 연기를 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고양감을 받을만한 일을 해 낸 것입니다. 이 고양감은 아쉽게 판정에 실패했을 때나 정말 위기일발의 상황에 사용할 중요한 자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캐릭터가 지닌 능력들을 묘사하게 하기

D&D에서 플레이어들이 움직이는 캐릭터는 제각각 뛰어난 능력이 있는 영웅이자 용사들입니다. 1레벨 캐릭터들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는, 자기 캐릭터가 지닌 능력을 만끽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레이트소드를 들고 있는 파이터라면 단 한번에 고블린들을 두쪽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클레릭은 부상을 입어 죽어가는 동료나 실다르를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로그는 몰래 숨어들어가 고블린들을 염탐하고 오거나, 암습 공격으로 강력한 피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위저드는 마법의 힘으로 멀리서도 적들을 공격하고, 적을 잠재우거나 갑자기 친구처럼 느끼게 만드는 등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은 마스터보다는 플레이어가 직접적으로 묘사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캐릭터의 강점을 묘사해 가며 캐릭터와 일체화를 느끼고 게임에 애정을 쏟게 됩니다.

심화학습: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조우 조정하기

만약 조금 더 경험을 쌓은 상태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조우를 조정하는 것으로 더욱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위의 예를 조금 더 계속 사용해 봅시다. 플레이어 4인 그룹 중에는 이야기 창조자, 최적주의자/전술가, 자극자/연기자, 퍼즐 해결사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성향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해 주는 것으로서 전투 조우를 단순히 이동하고 치고받는 것에서 한결 더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야기 창조자 플레이어에게는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쓰러트린 고블린 중 하나는 실다르 홀윈터나 과거 다른 상인에게서 빼앗았던 기념품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기념품(작은 장신구, 옷가지 등 큰 가치는 없어도 됩니다.)을 발견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 창조자 플레이어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열릴 수 있는 작은 로켓 안에 몇가닥 머리카락이 들어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주고, 이 “실마리”는 나중에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극자/연기자에게는 무엇보다 아까 예시같이 연기로 고블린들을 끌어내는 장면 같은 것이 가장 재미있는 순간입니다. 자극자 성향이 강한 플레이어라면 독자적인 행동을 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은신 판정의 결과가 매우 높게 나왔다면 로그가 숨어들어가 고블린들 몰래 무장을 못쓰게 만들 수도 있으며, 고블린을 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퍼즐 해결사는 어려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게임적 장치를 주거나, 수수께끼의 단서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행 내에 퍼즐 해결사가 많다면, 실다르가 사실 군주 연합(Lords’ Alliance)의 요원이라는 점 자체를 풀어내야 할 수수께끼로 줄 수 있습니다. 실다르의 갑옷, 말투에서 무언가 파악할 수 있다는 요소들을 던져 주는 것입니다. 퍼즐 해결사의 캐릭터는 당연히 높은 통찰, 수사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찾아내서 스스로 궁리해 파악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이미크와의 싸움에서 통찰 판정을 통해 이미크가 사실 항복하길 바란다거나 클라그를 처치하고 자기가 우두머리가 되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퍼즐 해결사를 즐겁게 합니다.

DM에게 중요한 점은, 모든 조우마다 모든 플레이어 성향을 만족시키는 요소를 모두 넣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조우가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좋긴 합니다) 다만 마스터로서 자신의 플레이어들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렇게 파악한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바탕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만 파악하고 있으면 됩니다. 물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조우에서는 가능한 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성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좋습니다.

전투 조우의 목적 생각하기

모든 전투 조우가 “적의 전멸”로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목표의 방식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물론 전멸이 가장 쉽게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전멸이 꼭 모든 적들을 다 죽이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적을 항복시키거나, 아군을 무사히 구출해 도망하거나, 일정 시간을 버티는 것이 목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겁이 많은 고블린들은 수적 우위가 무너지면 금방 항복이나 도주를 생각할 것입니다. 눈앞의 무시무시한 모험자들이 수많은 동료들을 도륙해가는 모습을 보고 최후의 한 명까지 싸우리라 예상하는 것이 어쩌면 더 비현실적일 것입니다. 던전 마스터즈 가이드(Dungeon Masters Guide)에서는 선택 규칙인 사기(Morale) 규칙을 통해, “적의 지도자가 쓰러지거나, 원래 규모의 절반 이하만 남거나 하는 경우 DC 10의 지혜 내성 굴림을 굴려 실패하면 사기가 무너져 도주하거나 항복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 규칙을 따른다면 6명의 고블린 중 3명이 쓰러지거나 이미크가 쓰러진다면 나머지 고블린들은 DC 10의 지혜 내성을 굴려 실패할 시 항복하거나 도주할 것입니다. 전투 조우의 목적을 정할 때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시간: 조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어서는 안됩니다. 매 라운드 끝없이 밀어닥치는 좀비를 100마리 처치하라는 목적은 (단지 그것만이라면) 너무나 단조롭고 시간만 길게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목적은 단번에 크게 진척시킬 방법을 설계하거나 해서 그 시간을 단축시켜야 합니다. 시간 자체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것과, 단조롭고 지루해지는 것 모두 피해야 할 요소입니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원이 이미 죽거나 무력화되었다면 나머지 졸개들을 일일히 공격해 쓰러트리는 것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더이상 변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는 적이 얼마나 남아 있건 과감하게 처치된 것으로 보고 전투를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이도: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운 목적은 플레이어들의 흥미를 잃게 합니다. 몰려오는 적의 대군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삼았는데 단지 옆의 레버를 당기기만 해도 된다면 이 조우를 해결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성취감도 들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너무 어려운 목적은 캐릭터들을 죽거나 실패하게 만들 뿐입니다. 무엇이 너무 어려운 목적인가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할 만큼 길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일단 중요한 포인트들은 “단 한 번의 판정 실패로 죽거나 목적에 실패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일행이 절대 명중시키지 못할 정도로 적의 방어력이 높거나, 주사위를 굴리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명중 보너스가 높아서는 안됩니다.” 정도로 짚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손도 발도 쓰지 못할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장면은 전투 조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그냥 이벤트로 처리해야 합니다. (혹은 다른 기믹을 준비하여 대처하는 것을 조우로 만들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릴 때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명심하십시오.

전투 조우에서 생각해야 할 요소.

조명: 잊어버리기 쉽지만, 조명은 가장 중요한 지형 요소입니다. 인간은 암시야가 없으며, 대부분의 플레이어 종족들 역시 60ft 범위의 제한된 암시야만 지니고 있습니다. 칠흑같은 밤에 120ft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전장 내에서 어디에 조명이 있는가, 그 조명이 어디까지 밝은 빛을 내며 어디까지는 약한 빛을 내는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만약 일행 중 누군가가 조명을 들고 있다면, 그 일행의 위치 역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암시야를 가진 영리한 적이라면, 맨 처음 조명을 가진 적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엄폐: 보너스의 누적이 크지 않은 D&D5판에서 절반 엄폐와 ¾ 엄폐가 제공하는 +2/+5 보너스는 대단히 강력합니다. 특히 크리쳐들이 서로에게 엄폐를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흔히들 착각하는 요소입니다만, 엄폐는 장거리 공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10ft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근접 공격이라 할 지라도, 가운데 크리쳐를 두고 그 너머에 있는 적을 공격하려면 당연히 엄폐를 신경써야 합니다. 벽과 모서리를 돌아가며 싸울 때에는 벽과 모서리가 엄폐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형: 더 많은 이동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지형, 끼어 들어가야 하는 공간, 계단이나 사다리로 올라가야 하는 길 등은 전투 전체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2티어 이후부터는 전투의 높낮이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만, 일단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 쉽게 가지 못하는 곳,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조건을 만족시켜야 갈 수 있는 곳 등을 나누어 생각해 봅시다. 조우의 목적이 특정한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형을 생각하며 특정한 행동이나 환경으로 일반 지형을 어려운 지형으로 바꾸거나, 어려운 지형의 효과를 없애는 등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전투 조우의 난이도를 천차만별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가 모든 요소를 미리 다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요소를 미리 지정해 두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플레이어들은 얼마든지 임기 응변에 따라 전장에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때 마스터가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은 “그것이 얼마나 다른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하며, 지지를 받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좋아한다면, 전장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것으로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먼저 플레이어들에게 이야기 해둘 만한 점은, “다른 캐릭터의 행동을 방해하거나 그 능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최소한 서로 의논을 거쳐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동료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길을 무너트리려 하거나, 동료들이 볼 수 없도록 시야를 가리거나, 동료들이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할 수 있는 엄폐를 파괴하는 등의 행동은 (비록 그것이 효율적이라 할 지라도) 의논을 거쳐 쓰는 편이 좋다는 점입니다.

정리하며

D&D의 전투 조우는 단순히 서로 캐릭터 데이터를 이용해 치고 받으며 싸우는 것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조우는 플레이어들이 즐거워하는 요소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캐릭터들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으며, 서로 협력하는 것의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여 줄 수 있습니다. “D&D의 전투가 재미있다.”는 말은 단순히 D&D가 게임적으로 잘 짜여진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서, 그 레벨에 맞는 적들과 붙여 놓으면 재미있게 싸울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D&D는 전투 조우를 통해 캐릭터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RPG이며, 전투 조우를 통해 자기 캐릭터에 애정을 품고 동료들과 진심으로 협력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마스터링 칼럼에서는 공식 모험의 조우를 개편하는 예시를 통해, 전투를 보다 재미있게 짜는 방법을 실제로 연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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