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클래스 소개 12: 팔라딘

안녕하세요. DKSA 지원팀입니다. 저희는 새로 D&D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플레이어즈 핸드북에 등장하는 클래스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가나다 순서에 따라,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클래스는 팔라딘입니다.

우리 얘한테 뭐 좀 물어볼게 있으니까 나가 있어.

D&D 역사를 통틀어 단 한번도 약했던 적이 없던 클래스가 바로 팔라딘입니다. 팔라딘은 본래 D&D 초기 시절, 파이터가 선택할 수 있는 하위 클래스의 일종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팔라딘을 하기 위해서는 시작시 굴려서 나오는 능력치가 대단히 높아야만 했습니다. 매력은 17 이상이어야 했고, 지혜 13, 근력 12, 지능과 건강도 9 이상이어야 했습니다. 대체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주사위를 굴려보다가 뭔가 대단히 높게 나오는 것 같다고 하면 “(주사위) 신에게 선택받았다.”며 팔라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AD&D 2nd 시절 팔라딘은 지금의 컨셉 대부분을 갖추었습니다. 클레릭과 유사한 약간의 신성 마법을 사용하고 파이터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등 장비를 다 갖출 수 있으며, 그에 더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손을 대는 것으로 동료들을 치료해 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막강한 클래스에게도 중요한 제한이 있었으니, 역할 연기가 대단히 경직되었다는 것입니다. 4판 이전까지, 팔라딘 캐릭터는 무조건 ‘질서 선(Lawful Good)’ 성향이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AD&D 시절에는 가질 수 있었던 마법 물건의 갯수에도 엄격한 제한을 받았습니다. 총 10개 이상의 마법 물건을 지닐 수 없었으며, 갑옷이나 무기와 같은 장비는 그중에서도 더 제한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제한 사항을 어길 경우, 팔라딘은 자신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회개할 때까지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처럼 경직된 역할에 더해, 팔라딘의 고유한 능력이었던 악 탐지(Detect Evil)가 만나며 문제가 더 심각해 졌습니다. 고전적인 AD&D에서 팔라딘의 이미지는 이런 것입니다.


DM: 여러분이 괴물을 쓰러트리자, 사로잡혀 있던 마을 사람들이 와서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험자 분들! 저희가 어떻게 보답을 해드리면 될까요? 저희는 가난한 촌것들입니다만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가…”


팔라딘: 됐고, 악 탐지를 켤께요. 빨간색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나요?


DM: ...없어요.


팔라딘: “저희는 단지 저희 의무를 수행한 것 뿐입니다. 보답같은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가요. 가난한 사람들한테 뭐 받으면 저 회개해야 함.


로그: “야”


팔라딘: 차라리 빨간색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DM: “야”

특유의 강력함, 높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당연히 일행의 전면에서 말하게 된다는 것,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능력을 잃는다는 위기감에서 오는 경직성, 악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만나 만들어진 이런 해프닝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아래는 AD&D 팔라딘을 겪어본 사람들의 말입니다.

“나는 마을 사람들이 대접해 준 음식을 먹다가 흘린 것을 회개하기 위해 1주일을 단식해서 기도를 했어.”


“거짓말인게 뻔히 보이는 항복을 해왔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기사도에 어긋나는 거라 받을 수 밖에 없었지.”


“내가 있으면 동료들이 포로에게 약간 과격한 심문을 하지 못하니까 나는 주로 동굴 밖에서 보초를 서곤 했어.”


그러다보니, 이런 역할 상의 제약을 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발상들이 등장하며 대단히 많은 자극자들이 (순전히 재미를 위해) 팔라딘으로 기행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무엇이나 주워먹는다고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팔라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질병 면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AD&D 시절의 팔라딘 역시 무엇이든 먹고 보는 역할을 맡은 적이 많습니다. 특히 질병에 면역이라는 점을 이용해 던전에서 슬라임을 먹었다는 이야기나, 높은 마법 방어능력이 있으니 일단 수상해 보이는 곳에 먼저 팔라딘을 던졌다는 이야기는 어떤 테이블에서나 나왔던 것입니다. 신성 복수자를 들면 마법 저항이 생기는 점을 이용해 일단 마법을 쓰는 적이 나타나면 달라붙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출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팔라딘>

3판에 들어온 시점에서, 팔라딘들은 다른 클래스와 많이 평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막힐 정도로 높았던 능력치 요구량이 완화되었고, 동일레벨에 비해 너무 강력했던 기능들이 약해졌습니다. 또한 이 시점부터 팔라딘의 역할 제한 역시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질서 선 성향밖에 할 수 없었긴 했지만, 명예 규칙이 많이 완화되었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가호를 잃는 일은 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3.5판의 Unearthed Arcana에서는 “질서 선이 아닌” 팔라딘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었습니다. 팔라딘은 3판/3.5판에서도 여전히 다른 근접 클래스 직군(파이터, 바바리안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점이 많았지만, 완전히 상위 호환으로는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3.5판 시점부터 상대의 성향을 알아내는 능력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것은 D&D 게임 서사의 중요한 변곡점이기도 했습니다. D&D에서 보다 서사적인 부분을 신경쓰게 되며, 상대의 선악과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해치는 “성향 파악” 능력들을 제거하게 된 것입니다. 팔라딘의 역할과 개성이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은, D&D가 “악을 때려잡는 전투의 연속”에서 조금씩 벗어나 캐릭터간의 서사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최소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위의 예시에서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 일행에 팔라딘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행 전체에 가하는 제약과도 같았습니다. 과거 팔라딘 설계에서 가장 고약했던 것은 이러한 제약을 “게임적 성능”에까지 결부시켰다는 것입니다. 4판과 5판 들어서 팔라딘의 성향 제한이 점차 약해진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4판에서의 팔라딘은 신성(Divine) 원천을 쓰는 방어자(Defender) 역할의 클래스가 되었고, 4판이 시작한 이후 마지막까지 방어 역할에서 최강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레벨부터 플레이트를 입을 수 있는 빵빵한 AC, 구조적으로 높게 책정된 다른 방어 지표들로 인해 팔라딘은 반사 공격이 아니면 거의 손도 댈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물론 그 대신 공격력은 다른 방어자 클래스보다 약간 떨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만, 자신의 역할에 가장 충실했던 클래스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AD&D 시절까지 팔라딘의 이미지 중 하나였던 “신성한 복수를 수행하는 자”를 새로운 공격자 클래스인 어벤저(Avenger)가 가져가 버린 것 때문도 있습니다.

5판에서 다시 모습을 보인 팔라딘은 3.5판 당시의 컨셉을 거의 다 되찾았으며, 여기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보다 자유롭게 역할을 설정할 수 있도록 특정한 성향이나 신앙이 아니라 “맹세”에 능력의 기반을 두게 되었습니다. 5판의 팔라딘은 여전히 신성 주문을 사용하며, 강력한 방어력을 지녔고, 동료들을 치료해 주며 주변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오오라를 발할 수 있습니다. 4판에서 어벤져가 가져갔던 이미지도 다시 가져왔습니다. 역대 “선택받은 자들”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5판의 팔라딘은 많이 평준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팔라딘에게는 많은 매력이 있습니다.

일행 내에서의 역할

전투 조우시, 팔라딘은 파이터, 바바리안 등과 마찬가지로 적과 가장 가까이에서 싸우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물론 팔라딘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거리 무기를 썼을 때의 이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가장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