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DKSA입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는 남은 후원 기간 동안 칼럼 시간을 통해 던전 마스터링에 대한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D&D를 즐기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들이 던전 마스터로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에 D&D를 더 정착시키려는 저희의 노력 상당부분은 어떻게 해야 던전 마스터를 하려는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일에 달려 있습니다.
던전 마스터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 한국에서도 마스터링에 유용한 내용의 칼럼이나 정보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스터링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이미 그런 글들을 접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앞으로 칼럼을 통해 전반적인 마스터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D&D의 마스터링, 던전 마스터”에 대한 이야기에 보다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시간에는 DKSA에서 칼럼을 기획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현재 DKSA에는 4명의 마스터가 있습니다. 저희는 던전 마스터링을 시작하는 과정, 마음가짐, 준비, 어려움 등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래 기록은 실제 대화 내용과는 차이가 있지만, 나름대로 요약한 것입니다.
마스터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D: 각자 던전 마스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생각해보면 저는 처음 RPG를 시작할 때부터 마스터링으로 시작했네요.
K: 저도 마찬가집니다. D&D 마스터는 아니었지만요.
S: 저는 플레이어로 시작했는데, 첫 마스터가 두세번 해보더니 못하겠다며 그만둔 다음에 마스터를 했어요.
A: RPG는 쭉 플레이어로 했는데, D&D는 마스터로 시작했어요.
K: 시작할 때부터 마스터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D: 아무래도 게임을 권유하는 사람이 마스터를 하게 되는 비율이 높겠죠.
S: 그렇게 이야기하면 마스터를 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걸까요…
K: 각자 마스터링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가 이유를 짧게 말해본다면?
D: 게임을 너무 하고 싶은데 나밖에 마스터를 할 사람이 없어서?
S: 저도 똑같은데, 사실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K: 그렇게 생각하면, 마스터 하는 사람이 정해진거 같은 이유가 있네요. 다들 이미 마스터가 있
D: 그건 맞는 것 같네요.
A: 저는 팀에서 마스터하시는 분 하는거 보고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건데.
던전 마스터를 시작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스터의 별이 머리 위에 떠 있어서”(=게임이 하고 싶은데, 마스터를 할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말하자면, D&D를 처음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한 사람이, 게임을 하려다보니 마스터링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반면, 다른 사람의 마스터링으로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이 마스터링에 손을 대기까지는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던전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마스터로 시작했다면 플레이어들이나 마스터나 비슷하게 경험은 없는 셈입니다.
마스터를 시작할 때의 어려웠던 점은?
D: 각자 마스터를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면 가장 어려웠던 점이 뭐였나요?
K: 영어요.
D: 언어적 문제는 빼고 이야기하죠.
K: 아니 근데 영어가 가장 어렵죠. 한창 마스터하고 있는데 플레이어 하나가 제가 해석을 잘못 했다는 거에요. 게임 한창 하는 도중에. 갑자기 죽었던 PC가 되살아나는 경험 해본 분 없어요?
S: 그런 경우 많이 있죠. 저도 그랬던 적이 있고요. 한국어판이 있는 게임을 할 때는 좀 덜한데. 근데 한국어 게임도 그런게 아예 없진 않아요.
D: 뭐 저희가 하려는 일이 언어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니까…. 그런데 마스터가 확실히 언어 문제를 많이 겪긴 하죠.
A: 아무래도 규칙이든 뭐든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줘야 하니까요.
K: 맞아요.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
S: 저는 게임할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학생이라서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K: 학생이라서가 아니라도 게임할 곳 찾기는 어려워요. 카페에서 4~5시간 떠들면서 앉아있는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D: 저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 때 지도 그리고 다음날 점심이랑 저녁 먹을 때 학교에서 게임하고 그랬죠.
S: 학교에서 주사위 압수당한 경험 있지 않아요?
A: 플레이어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벌이는게 어려웠어요. 그건 지금도 어렵지만.
던전 마스터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역시 언어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언어 문제가 어렵다는 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마스터링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큰 부담 중 하나는 바로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의 규칙을 가르치는 것” 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스터가 “팀 운영자”로서의 역할도 하다보니 게임 장소나 시간 등을 관리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팀 운영과 유지의 문제는 또한 다른 문제도 불러옵니다.
팀 운영의 문제.
D: 저는 아무래도 플레이어들 사이를 중재할 때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K: 저는 규칙으로 싸우는게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는 편입니다. 하지만 게임하는 중에 싸우면 안되죠.
S: RPG도 사람들이 모여서 하다보니까 충돌은 피할 수 없어요.
A: 저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싸워서 팀이 깨진 적은 없어요.
K: 마스터 하다보면 언젠가는 겪게 될거에요. 저는 팀원들 중에 서로 사귀던 사람들이 있는데 게임 도중에 깨지는 바람에...
D: 그럴 때 마스터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죠. 애시당초 중재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K: 맞아요. 게임해야 하니까 싸우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S: 아니 할 수 있지 않아요? 저라면 게임 끝나고 싸우라고 할 것 같은데.
A: 제가 게임할 때 마스터하던 분은 정말로 게임 끝나고 싸우라고 한 적 있어요.
K: 대단하신 분이네요.
A: 어쨌든 그 팀도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D: 이런 문제는 마스터 혼자서 고민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팀이 깨지면 마스터가 느끼는 책임감이 크니까요.
K: 저는 제 문제가 아닌 걸로 깨지면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아쉬운건 느끼지만.
팀 운영의 문제는 많은 마스터들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일단 D&D를 시작했다는 것은 사람들을 모아서 게임모임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여러 사람이 실제로, 혹은 온라인에서 만나는 것이 RPG의 기본 전제이다보니, 서로간의 충돌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충돌은 마스터의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스터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게임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나요?
D: 각자 게임 전에 준비하는 시간이 얼마쯤 되세요? 4시간 정도 게임하는 걸 기준으로요.
K: 저는 2~3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S: 공식 모험 쓰는 거면 한시간 정도? 직접 만드는 건 저도 한 2시간 걸립니다.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요.
A: 저는 4시간 정도 걸려요. 더 걸릴 때도 있고요.
K: 와. 뭘 그렇게 준비를 많이 하는거에요?
A: 지도 그리고 NPC 만들고 이것저것 이야기거리 준비하고 핸드아웃 만들고 그래요.
D: 저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네요. 조금 더 걸릴 때도 있지만요. 다들 준비 시간에는 뭘 하세요?
K: 저도 비슷하죠. 지도 그리고 괴물 한 번 더 봐두고, 필요한 내용 옮겨놓고.
S: 저는 지도는 그냥 파는걸 뽑아 쓰는 편입니다. 요새는 인터넷에서 괜찮은 지도 파는 곳도 많고요.
K: D&D가 아닌 다른 게임보다 D&D 준비시간이 더 긴 편일까요?
S: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게임 중에서는 주어진 데이터가 거의 없어서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있으니까.
A: 저는 D&D 마스터밖에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D: 제 생각에는 D&D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술형 RPG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밖에 없겠죠.
K: 서사형 RPG도 준비 제대로 하려면 시간 엄청나게 걸리던데요.
S: 사람마다 서로 맞는 RPG가 달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서사형 RPG 마스터를 제대로 해 본 적은 없긴 한데.
K: 이야기 구조가 레일로드식 직선 구성인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 같아요.
D: 시간 외에 게임을 위해서 투자하거나 준비하시는 것들이 있나요?
A: 글쎄요? 저는 먹을 것 사들고 가는 정도? 저는 처음 마스터 할 때는 팀원분이 가진 책 빌려서 봤어요.
K: 이것도 결국 마스터가 게임 권유하는 입장에서 투자하는 것이랑 분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책이나 게임 사는 거는 그런 이유니까.
S: 저는 공식 모험 사고 새로 나온 책 나오면 바로 사느라 투자를 좀 하긴 합니다. 대신 편하긴 하죠.
던전 마스터는 게임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확실히 플레이어들보다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게 됩니다. 이 시간들은 다음 세션에 사용할 지도나 괴물을 그리는 것, 이런저런 소품을 준비하는 것, 이야기를 위한 NPC를 준비하는 것 등에 쓰이곤 합니다. 한편, 처음 게임을 권유하는 입장의 마스터들은 책을 사거나 주사위를 사는 등 게임 자체의 준비를 위해서 더 투자를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마스터링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D: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 말고, 마스터링을 계속하면서 느끼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K: 영어 말고요?
D: 네. 언어 문제는 빼고요.
K: 시간 관리요. 항상 예정된 시간을 넘깁니다. 4시간 하려고 했는데 실상 해보면 5~6시간 걸릴 때가 많아요.
D: 그건 마스터들이 다 어려워할 만한 일인거 같아요.
S: 기믹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게 좀 어렵네요.
A: 저는 항상 준비한 걸 다 못써요. 준비해 놓은 것 중에 빼먹는게 많아요.
K: 4시간 넘게 준비하면 다 못쓰는게 당연하지 않아요?
A: 그렇긴 하지만 준비를 해놓는게 아무래도 안심도 되니까요.
D: 저는 정해진 날짜에 항상 시간을 비우는게 어려웠는데, 게임 간격이 좀 여유로워지니 할만해진 것 같아요.
K: 정말 매주 준비할 때는 쫒기는 느낌 들고 그러지 않아요? 내일이 게임인데 어떻게 하지? 이런거.
S: 전 별로 그런 느낌은 받은 적이 없어요.
D: 저는 마스터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책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K: 아하… 3.5 시절은 끔찍했죠.
D: 하드커버 8권을 짊어지고 다니는 건 별로 다시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닙니다.
S: 그런 점에서는 요새는 확실히 책 자체는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어요.
A: 처음 마스터를 시작하는 분들은 정기적인 게임을 잡는건 피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나 바쁠 시기는요. 방학때라면 몰라도.
D: 직장인이나 가정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정기적인 게임을 잡는건 역시 플레이어들이랑도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이 좋죠.
K: 하지만 욕심이 앞서니까… 마스터하면 왜 그래도 좀 길게 멋지게 가고 싶잖아요.
S: 그러다가 중단하게 되면 괜히 마음만 더 아파요.
D: 예상한 대로 장기 캠페인 엔딩을 보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 것 같으세요? 저는 50% 정도인 것 같아요.
K: 저는 20%도 안되는 것 같은데. 도중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서 팀이 깨진 적이 많아요.
S: 저는 자작 장기 캠페인은 별로 하는 편이 아니라서. 공식 모험만 하면 대략 70%까지는 엔딩까지 가요.
A: 저는 아직 장기 캠페인 엔딩까지 가본 적이 없어요.
던전 마스터를 하다보면 느끼는 어려움 역시 다양하지만, 언어 문제와 팀 관리 문제를 빼면 가장 큰 어려움은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것의 어려움”, “기믹이나 아이디어의 고갈”, “게임 시간 관리의 어려움” 등이 손꼽혔습니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마스터들의 경우, 너무 짧은 주기로 정기적 게임을 하려다보면 준비 기간이 부족해져서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또 장기 캠페인을 기획해도 플레이어들의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캠페인이 마지막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스터링을 하면서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은?
D: 약간 논쟁이 있을 주제 같은데, 마스터링을 하면서 반드시 버려야 하는게 뭘까요?
K: X고집? 내가 마스터니까 내가 가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같은거요. 플레이어 입장에서 정말 할 맛이 안나죠.
S: 외길 진행에서 길 밖으로 벗어나면 막막하니까 그러죠.
K: 그럼 차라리 이렇게 가면 내가 준비가 안됐다고 이야기를 해야죠. 그리고 플레이어들이랑 임기응변으로 이야기를 만들던가요.
S: 마스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준비 안됐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죠.
K: 저는 하는 편인데. 마스터가 모든 걸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준비 안된 방향으로 진행되면 이야기를 해야죠. 컴퓨터도 로딩이 있는 판에.
A: 그렇게 말하면 자존심도 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K: 자존심을 버리라고까지 말하고 싶은건 아닌데. 지나친 자존심을 세우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낫다는 거죠.
A: 플레이어들이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통할 것 같아요.
D: 제가 말을 꺼냈지만 저도 한 마디 하고 싶은데, 저는 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주의자 마스터는 게임을 시작할 수가 없어요. 플레이어들 네다섯명의 생각과 주사위의 결과를 어떻게 모두 예측하고 대응책을 전부 다 마련해 놓겠어요? 독심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완벽주의 마스터는 자기도 플레이어들도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S: 호승심이 있는 마스터도 피곤하죠.
A: 마스터링을 하면서 호승심은 왜요?
S: 그런 경우가 가끔 있는데, 플레이어들을 이겨야 한다고 믿는 마스터들이 있어요. 물론 게임 조우에서 이겨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그러면 게임 진행이 안되니까요. 그런데 플레이어들이랑 경쟁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있긴 있더라고요.
A: 저는 상상이 잘 안되는데…
D: 호승심이라고 하기엔 좀 어려운 것 같은데, 마스터 중에서 일부는 정말로 정해진 CR과 자원 내에서 괴물을 골라서 PC 파티랑 생사의 전투를 벌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해요. 저는 그것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플레이어들이 그런걸 재미있어한다면요.
S: 저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마스터가 쓸 수 있는 자원이 괴물 뿐인게 아니잖아요? 무대 설정도 장애물도 마스터가 마음대로 정하는데, 거기서 생사의 전투를 벌이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D: 플레이어들이 재미있어 한다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재미없어하는데 그러면 문제겠지만요.
마스터링에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을 들어 보았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고집”, “플레이어들에게 권위를 세우려는 자존심”, “완벽하게 모든 것을 준비하려는 생각” 같은 것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플레이어들과 함께 게임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기보다 자신과 플레이어들이 서로 겨루거나 상대한다고 여기는 생각이라는 점입니다.
마스터링을 하면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D: 그러면 이제 마스터링을 하면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어떤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조금 더 말하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마스터를 해보면 좋겠다 싶은게 있다면요?
A: “이런 이야기도 재미있겠는데?” 싶은 생각이요.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이나 판단을 이야기에 잘 반영해 주는게 좋다고 봐요. 물론 자기 이야기가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저번에 “수날의 마지막 순간”도 보면, 마스터가 하는 이야기는 주로 플레이어의 선언에 판정을 시키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거잖아요. 그 순간에는 마스터랑 플레이어가 같이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K: 하지만 그게 심해지면 짜고치는 게임이 되는게 문제에요. 주사위의 의외성이 있는 이유가 없잖아요.
S: 하늘을 날고 있는 드래곤의 등 위에서 목을 찍으려는데 주사위가 1이 떴다면?
K: 으아악! 도끼가 날아가는거죠. 사실 저는 그래서 그런 장면에서는 꼭 주사위를 굴리라고 해야 하나 싶어요. 멋진 장면이 개그가 되는데.
D: 주사위를 굴리는 자체의 재미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죠.
S: 개그가 되는게 꼭 나쁜가요? 정말 그때 1 나오면 다들 웃겨 터질걸요.
K: 그건 그렇겠죠.
A: 1 나오면 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진지하게 유지할 수는 있을거에요. 도끼가 비늘에 튕겨 떨어졌으면 이제 맨 손으로 목을 뜯거나 단검으로 찍거나 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 되잖아요. 여전히 멋있을 것 같은데요?
K: 그런게 마스터의 역량이라는 거죠. 주사위가 예상하지 못한 숫자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장면으로 이어가는 능력요.
S: “마스터가 원하는 장면”이 아닌게 중요하네요.
D: 마스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인 것 같아요. 같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즐거운지 파악하는 능력 말이에요. 당장 저만해도 같이 게임하면서 누가 표정이 안좋거나, 심심해 하면 마음 속에서 경보가 울리죠.
S: 마스터 하면서 온라인 게임이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온라인 게임에서는 목소리까지는 들을 수 있어도 이 사람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잖아요. 같이 할 때는 바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파악이 되는데.
K: 엔터테이너로서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동감을 하는데, 저는 인내심이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 인내심요?
K: 마스터 하다보면 같은 이야기를 수십번 할 때가 많아요. 플레이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인내심이 없으면 금방 힘이 빠질걸요.
S: 그러고보니 저번에 레딧에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 고등학생들이 노인 커뮤니티에 가서 마스터링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한다더라고요.
D: 저도 그 기사를 읽어 봤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러긴 어렵겠지만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S: 그 기사에도 나와 있었는데, 노인분들도 플레이어로서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해요. 같은 규칙이나 내용을 여러번 설명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인거고요. 인내심이 없으면 마스터를 계속 하긴 어려워요.
마스터링을 하면서 중요한 마음가짐으로는 플레이어들의 이야기 흐름도 재미있게 따라가 주는 “상상력과 호기심”,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 “인내심” 같은 것이 손꼽혔습니다. 이야기에서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침착함”도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질”이나 “공정함” 같이 당연히 나와야 할 요소들이 먼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그런 부분은 이미 기본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요?
마스터링은 재미있습니까?
D: 그래서 마스터링은 재미있습니까?
K: 당연히 재미있죠. 그게 아니면 계속할리가 없잖습니까.
S: 재미없다면서 계속하는 마스터는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A: 재미있어요.
D: 그렇다면 마스터링의 재미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K: 플레이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죠. 게임을 하다보면, 꼭 성공을 해야만 플레이어들이 즐거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의외성이 플레이어들을 재미있게 만들거든요. 내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나갔을 때보다 주사위가 기막히게 떠서 플레이어들이 더 즐거워한다면 그게 더 좋죠.
A: 저는 준비 과정 그 자체가 재미있어요. 지도를 그리고 NPC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요. 내가 이렇게 만든 곳에서 플레이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 하고 상상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리고 상상대로 나와주면 좋고요. 실제로 게임을 하는 시간도 재미있지만, 준비 과정 자체도 충분히 재미있어요.
S: 저는 이런저런걸 써먹어보는 재미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몬스터 매뉴얼에 나오는 괴물들을 하나씩 등장시켜보고, 재미있어 보이는 NPC 아이디어도 써먹고, 기믹도 만들어보고요. 기믹이 생각한 것처럼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긴 하지만, 기막힌 아이디어가 제대로 먹히면 그것만큼 즐거운게 없어요.
D: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스터링을 경험해 보지 않은 플레이어에게 마스터링을 권유할 수 있을까요?
K: 저는 꼭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가 해보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요.
S: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저는 마스터는 결국 하게 되는 사람이 정해진게 아닐까 해요. 안하는 사람은 안하거든요.
D: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S: 글쎄요? 저는 그런 사람은 결국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내서 할거라고 생각하는데.
A: 저는 플레이어만 3년 하다가 D&D로 마스터를 했는데…
S: 그건 마스터를 할 운명이었던 거죠.
A: 어쨌거나 가장 신나는 건 같이 게임한 분들이 정말 재밌었다고 해 줄 때에요. 다음에 언제 또 할 거냐고 할 때 진짜 신나요.
당연하지만, 모든 마스터들은 마스터링이 재미있어서 합니다. 플레이어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그렇듯, 마스터링은 의무가 아닙니다. 본인이 재미없어진 마스터링은 금방 티가 나고, 플레이어들도 그 사실을 민감하게 느낍니다. 마스터링에서 느끼는 재미는 어떤 것들이 있냐는 질문에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은 역시 “플레이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 “준비 과정에서의 상상”, “기믹과 아이디어, 다양한 괴물들을 써보는 것” 등이 들어갔습니다. 각자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 것은, 마스터 역시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유형이 있기 때문입니다.
D&D 마스터링과 다른 마스터링간의 차이점은?
D: 그래서, 저희가 앞으로 이야기해야 할 내용을 정하기 위해서 말인데, D&D 마스터링은 다른 RPG 마스터링에 비교해서 더 쉽다고 보십니까? 어렵다고 보십니까?
S: 저는 D&D가 훨씬 쉽다고 생각해요. 준비되어 있는 데이터의 양이 다르니까요. 마스터가 쓰려고만 마음먹으면 온갖 게임 자료를 쓸 수 있죠. 예시가 거의 없어서 뒤지고 찾아야 하는 게임보다는 D&D로 시작하는게 더 쉽습니다.
K: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S: 네. 언어적인 장벽이 없다면요.
K: 저는 D&D가 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냥 괴물을 여기저기 던져두는 게임으로 만들거면 모를까, 전술을 맞추고 기믹을 짜는 것은 안해본 사람이 하려면 어려울 수 있어요. 특히나 공식 모험도 보면 어떤 것들은 그냥 괴물이 있다는 것만 표시해 두고 괴물의 행동 양식 같은 것도 안나왔잖아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몰라요.
D: 그런 면에서 보면 AD&D 때 몬스터 매뉴얼이 더 좋았어요. 어떤 괴물들은 아예 라운드에 따라 행동 순서가 정해져 있었거든요.
K: 저는 서사형 RPG랑 D&D는 서로 어려운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미 마음속에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서사형 RPG가 더 쉽죠. 마찬가지로 마음 속에 기믹이나 전술이 있는 사람은 D&D가 더 쉽고요. 그런 면에서 제가 어렵다고 한 건, 이야기를 만들기엔 D&D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거에요.
A: 저는 D&D밖에 마스터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D&D 마스터링에서 어려운 부분들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주어진 자료가 많은 건 좋은데, 자료를 사용하는 법은 배우는 수밖에 없잖아요.
K: 허허벌판에 드래곤이 하나 달랑 나오면 걔는 3라운드도 못가서 곤죽이 될거에요.
S: 티아X트가 나와도 허허벌판이면 곤죽이 됩니다.
D: 그러면 저희가 앞으로 마스터를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해서 어떤 내용을 소개하는게 더 도움이 될까요?
K: 저는 전술이나 기믹의 아이디어, 사용법을 알려주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건 정말 아쉬운 부분인데, 마스터링의 노하우나 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막힌 아이디어의 함정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써먹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S: 이야기의 실마리 같은 걸 소개해도 좋겠네요. 이야기를 짜는 방법은 이미 DMG에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요. 세계를 만드는 방식 같은 것은 이미 다른 마스터링 강좌에서도 많이 소개하고 있는 것이지만, 어떻게 모험에 끌어들여서 어떻게 끝맺는가는 좀 더 자세히 설명해도 괜찮겠죠.
A: 저는 실제로 마스터를 시작하는 분들의 고민 상담 같은걸 편지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해봤으면 좋겠어요. 한 분의 고민은 분명 다른 분들에게도 고민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D: 제가 마무리를 짓자면, 저는 플레이어들의 유형에 따라 대응 방법 같은 부분을 좀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용적인 도움말들을 제공하고 싶고요.
K: 실용적인 도움말이라. 한가지 떠오르는게 있네요. DM을 시작하려는 여러분. 처음 마스터링을 하는 거면 재주(Feat)랑 멀티클래스는 허락해 주지 마세요.
S: 왜요? 빌딩의 즐거움을 몇배로 끌어올리는데.
K: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할 수 있는 행동 선택지가 늘어나면 게임 시간이 2배로 늘어나요.
S: 아하… 그래도 익숙해지면 재미있습니다. 시간이 늘어나긴 합니다만, 익숙해지면 시도해 보세요.
D&D 마스터링의 장점은, 많은 데이터와 준비된 세계가 있어서 마스터가 사용할 수 있다는 자원이 많다는 점에서 마스터들이 모두 동의했습니다. 반면, 어려운 점은 그 데이터와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스터링의 도움말로서, 저희는 “가르치는 강좌” 보다는 “가르치지 않는 도움말”을 보다 목표로 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마스터링 칼럼에서는 던전 마스터로서 보다 실용적인 도움말, 기믹이나 장치의 아이디어, 이야기의 실마리, 임기 응변 방법, 괴물이나 함정, NPC 등의 이용 방법 등을 소개해 드릴 것입니다.
맺음말
본격적인 칼럼을 시작하기 전 이번 시간에는 DKSA의 마스터들 간의 대담을 기록해 보여드렸습니다만, 앞으로는 각 마스터들이 자신의 관여 분야에 대해 실용적인 팁을 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저희는 D&D를 시작하려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마스터링에 관련된 경험을 공유해 주셔도 좋고, 곤란했던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셔도 좋습니다. 저희는 클래스 소개를 하는 틈틈히 마스터링에 관련된 팁과 일화, 노하우를 조금씩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정식 발매 이후에는 괴물 사용법과 주문 사용법, 조우 등에 대한 내용이 홈페이지 칼럼에 연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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