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칼럼5: D&D의 세계들(5) 드래곤랜스

안녕하세요. 이번 연재에서는 포가튼 렐름즈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장엄한 서사시들이 펼쳐지는 세계인 드래곤랜스(Dragonlance)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소개 순서

  1. 포가튼 렐름즈(the Forgotten Realms)

  2. 레이븐로프트(Ravenloft)

  3. 에버론(Eberron)

  4. 그레이호크(Greyhawk)

  5. 드래곤랜스(Dragonlance)

  6. 기타 세계들



이 사람을 휴마의 가슴으로 돌려보내 주소서.

Return this man to Huma's breast:

햇빛 속으로 사라지게 하소서

Let him be lost in sunlight,

바람 속 숨결이 메아리치는 곳

In the chorus of air where breath is translated;

하늘의 경계에서 받아주소서.

At the sky's border receive him.



하이 판타지의 대표주자

한국에서 출판된 최초의 D&D 소설은 무엇일까요? 역경의 시간(Time of Trouble)을 다루는 아바타 트릴로지일까요? 아니면 선한 드로우 드리즈트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크 엘프 트릴로지일까요?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겠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오래전인 1994년에 D&D의 세계 중 하나인 크린(Krynn)을 배경으로 하는 드래곤랜스 연대기(Dragonlance Chronicles)가 한국에 출판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중역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요. 하지만 당시 이 책을 읽었을 때 어딘가 다른 판타지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느꼈던 분들 역시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이야기 곳곳에는 웅장한 느낌의 시와 음유시인의 노래가 등장하며, 주인공들은 현실적이라기보다 설화 속 등장인물들 같은 분위기를 띕니다. 맞서 싸우는 적들 역시 검과 마법, 스스로의 능력으로 쓰러트려야 하는 상대라기보다, 전설과 이야기 속의 괴물이 되살아난 것이라 그에 맞는 전승을 알아야 물리칠 수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별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은 그 별자리가 상징하는 신이 지상에 내려왔다는 것이며, 안타깝게 죽은 영웅은 별이 되어 지상의 동료들을 묵묵히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신화나 전설 같은 일이 벌어지는 세계 속 이야기”란 바로 드래곤랜스를 말하는 것입니다.


드래곤랜스의 출판 역사


드래곤랜스는 소설가 마가렛 와이즈(Margaret Weis)와 게임 제작자 트레이시 힉맨(Tracy Hickman)이 함께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두 사람은 TSR의 요청으로 “플레이어들의 소설 속 이야기를 재현하고 체험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84년, 최초의 드래곤랜스 소설인 “가을 황혼의 용들(Dragons of Autumn Twilight)”을 시작으로 “연대기 3부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연대기 3부작은 인간들의 오만함으로 신들이 떠나버린 세계에 악한 드래곤들의 여신 타키시스(Tahkisis)가 돌아오려는 것을 막아서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연대기 3부작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역대 가장 훌륭한 D&D 소설을 이야기할 때, R.A.살바토레의 아이스윈드 데일 3부작(the Icewind Dale Trilogy)과 함께 반드시 손꼽히곤 합니다. 게임 제작자였던 트레이시 힉맨은 연대기 3부작의 사건들을 그대로 모험으로 재현할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해 출시했고, 이것들 역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인기는 이후 드래곤랜스의 전설 3부작(Dragonlance Legends Trilogy)으로 이어졌습니다.


TSR은 야심차게 드래곤랜스를 지원했습니다. 당시 협력하던 컴퓨터 게임 제작사인 SSI와 함께 제작한 “크린의 용사들(Champions of Krynn)”, “크린의 데스 나이트들(Death Knights of Krynn)”, “크린의 암흑 여왕(Dark Queen of Krynn)”은 모두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약 10년에 걸쳐, 드래곤랜스는 소설과 게임 양쪽에서 D&D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드래곤랜스의 인기는 80년대 말부터 정체기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드래곤랜스 게임 모험의 한계가 있습니다. 드래곤랜스의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게임으로 재현한 드래곤랜스 게임 모험 시리즈는 시작점부터 RPG의 생명인 자유도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드래곤랜스의 작가들과 TSR의 사이가 점차 소원해진 것도 있습니다. 이 시기, 드래곤랜스는 AD&D가 아니라 “숙명 카드”를 사용하여 판정하는 SAGA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게임 규칙으로 그 무대를 잠시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드래곤랜스의 작가 두 사람은 1995년 혼돈 전쟁(Chaos War)을 다루는 “여름 불꽃의 용들(Dragons of Summer Flame)”을 발표했고, 어쩌면 이것이 드래곤랜스의 세계를 다루는 마지막 소설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TSR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작 Champions of Krynn>

<1991년작 Death Knights of Krynn>

<1992년작 Dark Queen of Krynn>

이후 1997년,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사가 TSR을 인수하며 D&D 3판을 발표했고,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드래곤랜스도 돌아왔습니다. 2000년에 마가렛 와이즈가 발표한 “영혼의 전쟁(War of Souls)” 3부작은 모두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며 이 세계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WotC는 2002년에 마가렛 와이즈의 소버린 프레스(Sovereign Press)에 드래곤랜스의 라이선스를 제공해 드래곤랜스 캠페인 세팅을 발표했고, 이후 5년간 20여종의 추가 자료를 출판했습니다.


현재의 드래곤랜스

드래곤랜스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약 190여종의 소설과 RPG 게임을 발표했고, 소설은 도합 2200만부 넘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연대기 3부작”과 “영혼의 전쟁 3부작”은 D&D 최고의 소설을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원작자인 마가렛 와이즈는 현재 그녀 자신만의 출판사를 만들어 여전히 드래곤랜스의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이어지며 많은 팬들을 거느린 세계인 만큼, D&D의 새 판본이 등장할 때마다 드래곤랜스를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WotC의 정책 상, 앞으로도 D&D 5판에서 드래곤랜스의 설정이 독립된 책으로 출판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식 모험에서는 항상 드래곤랜스에 모험을 적용하는 방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드래곤랜스의 팬사이트들 중 가장 거대한 드래곤랜스 넥서스(Dragonlance Nexus)에서는 과거 판본의 설정들을 D&D 5판에 맞도록 수정한 홈브류 자료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약간만 찾아보신다면 안살론 대륙을 무대로 D&D 5판의 모험을 시작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Est Sularus Oth Mithas.

내 명예는 나의 생명.

-솔람니아 기사의 맹세.


안살론 대륙의 역사


드래곤랜스는 크린(Krynn)이라는 세계 속, 안살론(Ansalon) 대륙을 무대로 한 이야기입니다. 크린의 역사는 다섯 시대로 나누어집니다.


별들이 태어난 시대, 태초의 신들이 태어났습니다. 여러 신들 중 가장 높은 팔라다인(Paladine), 길리언(Gilean), 타키시스는 자신들의 형상을 이어받은 아이들인 드래곤들과 함께 크린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여신 타키시스는 아이들을 독차지하기 위해 타락시켰고, 최초의 다섯 유색 드래곤은 그녀에 의해 악하게 변해갔습니다. 선한 신 팔라다인은 슬픔으로 가득차 대장장이 신 레오룩스(Reorx)에게 잃어버린 아이들을 본딴 금속상들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금속상들이 최초의 금속 드래곤이 되었습니다. 팔라다인과 타키시스는 전쟁을 벌였고, 이 전쟁은 거의 크린을 파괴할 뻔 했습니다. 결국 전쟁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닌 상태로 끝나버렸고, 신들은 별들 사이에 자기 자리를 잡았습니다.


꿈의 시대, 하이 오우거와 인간, 엘프들이 문명을 세워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하이 오우거들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감정이 메마른 종족이었고, 곧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며 심지어 잡아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연민의 마음을 배웠던 유일한 하이 오우거인 이그레인(Igraine)을 제외한 다른 오우거들은 곧 인간의 반란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몰락한 하이 오우거들은 사라졌고, 남은 후예들은 잔학하고 덩치큰 종족으로 남았습니다. 대장장이 신 레오룩스는 뛰어난 인간들을 선택해 자신의 재주를 가르쳐 주었으나, 이 제자들은 금방 거만해져 레오룩스를 무시했습니다. 그는 이들에게 저주를 내려 태초의 노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노움 중 하나가 마법의 원천인 붉은 달에서 가져온 회색 보석은 세상에 혼돈과 변화의 힘을 흩뿌렸고, 변이의 결과 세상에는 켄더, 드워프, 미노타우르스 같이 다양한 새 종족들이 생겨났습니다.


한편, 꿈의 시대에도 드래곤들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공포의 존재였습니다. 특히 엘프와 드워프들은 숲과 산에 자리잡은 드래곤들과 맞서 싸우며 첫 번쨰 드래곤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시기, 엘프들은 세 마법의 신을 통해 다섯 개의 드래곤 석(Dragon stone)을 만들었습니다. 이 마법의 돌들은 전쟁을 멈추었고, 이후 땅 속 깊은 곳에 봉인되었습니다. 드워프들이 어쩌다가 이 드래곤 석 중 하나를 찾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결과 2차 드래곤 전쟁이 벌어졌고 이 전쟁은 세 명의 위대한 마법사가 모든 드래곤을 지하에 봉인한 이후 끝났습니다. 세 마법사는 각자 고위 마법의 탑(the Tower of High Sorcery)를 세웠습니다.



오우거의 압제에서 벗어난 인간들은 에르고스 제국을 세웠고, 엘프들과 무역을 개시했습니다. 엘프들은 최초의 도시 실바네스티에서 별들의 대변자가 살해되며 내전에 휩싸였고, 에르고스는 이 내전에 개입하였습니다. 이 동족상잔의 전쟁은 엘프 왕 키스 카난(Kith-Kanan)이 모든 종족들 사이의 평화를 이끌어내며 퀼리네스티를 세우며 끝났습니다. 폭군들이 지배하던 에르고스 제국에서는 장미의 반란이 일어나 솔람니아 기사단이 독립하였습니다. 에르고스가 점차 무너져갔고, 동맹인 엘프 국가 실바네스티 역시 고립주의를 펼치며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꿈의 시대를 통틀어 필멸의 종족들은 수많은 내분을 일으키며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여신 타키시스가 수많은 아이들을 이끌고 세상에 돌아오려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차 드래곤 전쟁 동안, 고위 마법의 탑은 드래곤 석을 본딴 드래곤 보주(Dragon Orbs)들을 만들어 유색 드래곤들을 막아세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젊은 솔람니아 기사인 휴마(Huma)와 실버 드래곤 하트(Heart)는 스스로를 희생해 여신 타키시스를 다시 봉인하였습니다. 그녀는 세상이 온전히 남아 있는 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약에 묶였습니다.


3차 드래곤 전쟁이 끝나면서 세 번째 시대인 힘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자, 인간들은 드래곤이 그저 전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제들이 다스리던 이스타르가 점차 강성해져 “신성 이스타르 제국”이 되었고, 안살론 대륙의 거의 전체를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사제왕”들은 타락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신들의 권능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힘의 시대 동안 인간들은 신들의 존재조차 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들의 존재가 거의 완전히 허구의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을 때, 이미 세상에 신의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자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타락의 끝에 대격변(Cataclysm)이 벌어집니다. 대륙들은 갈라지며 무너져 새로운 바다가 생겼고, 위대한 이스타르의 도시들은 산산히 망가졌습니다.


대격변 이후를 절망의 시대라 부릅니다. 이 어둠의 시대에, 인간들은 황폐해진 대륙에서 근근히 하루를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도적과 질병이 만연했고, 괴물들이 곳곳에 출현했습니다. 소소하게 남은 선의 세력들은 서로를 적으로 지목하며 협력을 거부했습니다.


이 시기, 여신 타키시스는 다시 돌아오기 위한 계략을 꾸몄습니다. 바다속으로 가라앉은 이스타르의 대신전 속에서, 그녀는 시초석(the Foundation Stone)을 찾아냈습니다. 이 시초석이야말로 그녀의 봉인을 풀 열쇠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녀의 아이들은 유색 드래곤은 잠들어 있던 금속 드래곤의 알을 훔쳐 사악하게 변화시키고, 드래코니언(Draconian)이라는 종족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 끔찍한 변화는 금속 드래곤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그녀는 남아 있는 알을 인질로 금속 드래곤들을 협박했습니다. 전쟁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종전 후 남은 알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래곤랜스 연대기의 사건


그리하여 드디어 타키시스의 군대가 다시 안살론 대륙을 집어삼키게 되었습니다. 드래곤 대군주(Dragon Higlord)들은 유색 드래곤과 드래코니언들을 이끌었습니다. 남아있는 인간과 엘프의 세력들은 항복하거나 포위당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완전히 그녀의 손에 들어가기 직전, 몇몇 모험자들이 “마지막 우리 집 여관(the Inn of Last Home)”에 모였습니다. 하프 엘프 태니스(Tanis Half-Elven), 드워프 플린트 파이어포지(Flint Fireforge), 솔람니아 기사인 스텀 브라이트블레이드(Sturm Brightblade), 켄더 태슬호프(Tasslehof), 고위 마법의 탑 출신인 마법사 레이스트린(Raistlin)과 그 형제인 전사 카라몬(Caramon)등은 흩어져 전설 속 옛 선한 신들의 흔적을 찾기로 하였고,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시 모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치유와 생명의 여신 미샤칼의 사제인 야만 부족장의 딸 골드문(Goldmoon)과, 그녀를 사랑해 같이 추방된 바바리안 전사 리버윈드(Riverwind)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들고 있던 푸른 수정 지팡이는 이 세상에 선한 신들이 실제로 존재했고, 그 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음을 증명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이들 일행이 바로 드래곤랜스 연대기 3부작의 주인공들입니다.


연대기 속 여러 사건들을 통해 주인공들은 금속 드래곤들의 알을 구출하고, 금속 드래곤을 깨우며, 고대의 전설에 따라 “드래곤랜스”를 제작하여 타키시스의 군세를 물리치게 되었습니다.

여신은 다시 심연으로 돌아갔지만, 세상에 나온 드래곤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대기의 영웅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아리아칸을 필두록 한 타키시스 기사단은 다시금 안살론을 정복하며 혼돈과 파괴를 가져왔습니다. 이들의 힘은 오래전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극소수의 하이 오우거, 이르다(Irda)의 개입을 불러왔습니다. 이들은 회색 보석을 파괴해 세상에 다시 혼돈을 풀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 타키시스 기사단은 혼돈과 맞싸울 수 밖에 없었고, 혼돈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혼돈은 선과 악 모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혔지만, 영웅들이 회색 보석의 파편을 모으고 선악의 세력이 협력한 끝에 혼돈을 다시 회색 보석에 봉인할 수 있었습니다.

끝없는 신들간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크린을 바라본 신들은 더이상 세계에 관여하지 않고 떠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섯번째 시대이자 마지막 시대인 필멸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신들이 세상을 떠나기로 하면서 크린에서 마법의 힘 역시 사라졌지만, 오직 타키시스만은 완전히 세상에서 자신의 힘을 물리기 전, 혼돈 전쟁에서 활약한 마법사 팔린(Palin)에게 변장한 채 다가와 다른 기원의 마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주었습니다.


필멸의 시대와 영혼의 전쟁

필멸의 시대는 혼돈 전쟁의 여파에서 회복하며 시작하였습니다. 혼돈 전쟁에서 힘을 합해 싸웠던 선과 악의 세력은 새롭게 재편되었고, 다시금 서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 미나(Mina)가 나타납니다. 랜스의 전쟁 당시 옛 신들의 대변자였던 골드문은 미나를 발견하고 자식처럼 키웠습니다. 그녀는 골드문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크린에 다시 신의 뜻을 펼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미나가 14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유일신(One God)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유일신의 인도를 따라 거대한 폭풍에 휩쓸렸던 그녀는 타키시스 기사단의 후예인 네라카 기사단(Knights of Neraka)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녀는 유일신의 의지를 세상에 펼치기 시작하였지만, 유일신은 여신 타키시스의 변장에 다름아니었습니다. 이로써 영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최초의 엘프 도시 실바네스타가 미나와 유일신의 기사들에게 무너지고, 고대의 드래곤 대군주들이 차례차례 쓰러지거나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두어가스트의 신전에서 유일신을 다시 크린에 불러오려는 의식을 취하지만, 과거의 영웅들이 풀려난 금속 드래곤들을 타고 날아와 이 의식을 방해하려 했습니다. 장절한 싸움 끝에, 미나는 결국 타키시스를 완전히 불러내는데 성공합니다. 모든 신들이 떠난 가운데 크린에 강림한 타키시스가 유일한 여신이 되기 직전, 팔라다인은 스스로의 신위를 포기하며 타키시스에게도 필멸성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최초에 함께 크린을 열었던 팔라다인과 타키시스는 동시에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오늘날의 안살론

영혼의 전쟁 이후에도 드래곤랜스의 이야기는 소설로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옛 신들은 다시 조금씩 힘을 되찾았고, 새로운 신들이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륙 곳곳에는 아직도 강대한 드래곤들이 있지만, 대군주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인간과 엘프 등 필멸자들의 세력은 미약하지만, 완전히 절망이 지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멸의 시대를 무대로 하는 모험자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탐험과 모험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대 떨어지는 운석을 스쳐

that it draws you through meteors

겨울의 혹한을 스쳐

through winter's transfixion

흩어지는 장미를 스쳐

through the blasted rose

상어로 가득한 대해를 스쳐

through the sharks' water

검은 바다의 무게를 거쳐

through the black compression of oceans

바위조차 녹이는 용암을 거쳐

through rock-through magma

허무의 농양으로 자리하리니.

to yourself-to an abscess of nothing

그대 자신의 허무를 깨달으리니

that you will recognize as nothing

되새기고 되새기며 알게되리니

that you will know is coming again and again

그대 처한 운명의 법을.

under the same rules.


-검은 장미의 노래(the Song of Black Rose) 중-


드래곤랜스의 특징

드래곤랜스 최대의 특징은 특유의 신화적, 전설적 분위기입니다. 드래곤랜스를 무대로 한 이야기들은 웅장하며, 하나하나의 사건이 세상을 완전히 바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은 보다 “현실적 판타지”를 표방하는 그레이호크나 포가튼 렐름즈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야기 속 영웅들은 검과 마법에 뛰어나고 용감하게 도전에 나서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시련을 물리치지는 못합니다. 희생과 연민이 따라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들은 단순히 영웅들의 역량만으로 물리칠 수 없는 강대한 적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그 적이 자기 자신의 오만과 악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단초가 됩니다.


한편, 드래곤랜스의 종족들 중에서도 특이한 종족들이 많습니다. 이르다(Irda)는 강력한 힘과 마법,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으나 극도로 무감정하고 계산적이며 무자비한 “하이 오우거”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드래곤랜스의 미노타우르스는 미궁을 떠도는 황소 머리의 괴물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문명을 쌓은 종족입니다. 그러나 안살론에서 무엇보다 유명한 것은 “공포”라는 단어와 담을 쌓은 조그만 종족 “켄더(Kender)”입니다. 연대기와 전설 3부작, 다양한 이야기들에 이어 영혼의 전쟁에까지 등장한 인기 캐릭터인 태슬호프 버푸트는 밝고 선량하지만 호기심 많은 말썽꾸러기 종족인 켄더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안살론에는 (포가튼 렐름즈의) 워터딥이나 그레이호크 같은 대도시가 없습니다. 문명 세계의 힘 역시 훨씬 미약하며,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무너지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안살론에서의 모험은 개개인의 부와 성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악의 세력에서 세상을 구하려는 처절한 시도에 가깝습니다.


드래곤랜스를 추천하는 이유


한국에서는 오래전 중역된 연대기만 소개되었지만, 드래곤랜스의 소설들은 포가튼 렐름즈의 것들 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만큼 긴 역사와 많은 자료를 축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드래곤랜스의 특이한 분위기 역시, 포가튼 렐름즈나 그레이호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을 줍니다. 일반적인 “모험자”와 세상을 구하려는 “영웅” 사이에 선이 있다면, 드래곤랜스는 영웅의 이야기를 만들기에 더할나위 없는 세계입니다. 동일한 판타지 장르 중에서도 보다 환상에 가까운 쪽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에 가장 가까운 D&D 세계를 꼽을 때 반드시 드래곤랜스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옛 세계는 수많은 클리셰들의 원전이기도 합니다. “인간과 엘프 사이에 태어나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하프엘프”, “몰락한 기사단의 명예를 고집스럽게 지키는 기사”, “늙고 퉁명스럽지만 동료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드워프” 등의 클리셰는 모두 그 근원을 드래곤랜스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이러한 클리셰들은 이미 많이 소비되기도 했고, 심지어 일부는 역전이 일어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났다고 원전이 가지는 매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드래곤랜스 최대의 매력은 사실 그 세계 자체의 모험을 즐길 때보다, 여러분 자신의 세계를 설계할 때 잘 드러납니다. 좋은 이야기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나 장소 하나하나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드래곤랜스는 이러한 “판타지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연습을 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세계가 되어줄 것입니다.


맺으며

드래곤랜스의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뺴놓을 수 없는 것은 사실 소설의 등장인물들입니다. 연대기의 주인공들 뿐 아니라, 블루 드래곤의 숙녀인 키티아라(Kitiara), 흑장미의 기사인 최초의 데스나이트 로렌 소스 경(Lord Soth) 등 악당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합니다.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이 이미 저마다의 결말을 맞았지만, 여러분의 세계 속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을 꼭 안살론에서만 등장시켜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세계를 만들 때 이 매력적인 인물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사실 2008년에 드래곤랜스 연대기의 첫번째 작품인 “가을 황혼의 용들”이 파라마운트 사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흥행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살펴보면 쟁쟁한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스몰빌(Smallville)에서 렉스 루터 역을 한 마이클 로젠바움이 태니스 하프엘프 역을 맡았고, 키퍼 서덜랜드가 마법사 레이스트린 마지어 역을 맡았습니다. 일반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바로 홈비디오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영상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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