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칼럼4: RPG의 액세서리

이번 시간에는, RPG를 더욱 즐겁게 즐기기 위해 사용하면 좋은 다양한 액세서리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액세서리들이 게임 진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액세서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세션을 할 수 있으며, 같이 즐기는 플레이어들 모두에게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습니다.


1. 핸드아웃 (Handout)



RPG에서 핸드아웃이란, 마스터가 플레이어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만든 작은 쪽지, 혹은 메모를 말합니다. 핸드아웃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게임 도중 편지나 중요한 단서를 찾았을 때 핸드아웃으로 그 단서를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활용 방법입니다.

핸드아웃은 가장 쉽게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중 하나이지만 그 효과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핸드아웃에 쓰여진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과, 실제 핸드아웃을 건네 주는 것 사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핸드아웃으로 건네주는 정보는 플레이어들의 손에서 손을 거쳐 돌게 되며, 이것은 마치 실제로 캐릭터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은 현장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또한 마스터가 일일히 설명하지 않아도 핸드아웃을 살펴보며 어떤 단서가 숨어 있을지 궁리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핸드아웃은 마스터가 건네주는 어떤 정보를 대단히 중요하게 보이도록 해 주는 효과를 지닙니다.


핸드아웃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전달하려는 정보를 종이에 쓰거나 그려서 적절한 시기에 건네주기만 하면 됩니다. 특히 추리물이나 깊은 이야기를 지닌 게임을 계획하고 있다면, 핵심적 단서를 건네줄 때 핸드아웃을 사용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분명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시각자료

(출처 표시 : https://www.webbpickersgill.com/gaming/dungeon-master-character-monster-tents/ )

때로는 마스터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 속 장면과 가장 유사한 시각적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RPG에서 사용할만한 이러한 시각자료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룰북의 다양한 일러스트는 물론이거니와, 인터넷의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이 만든 다양한 팬아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장면을 캡쳐한 것 역시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 역시 자신의 캐릭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는 것보다 시각자료를 동원해 묘사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심상 속 모습과 가장 유사한 만화나 영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보여준다면, 다른 플레이어나 마스터의 마음 속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시각자료의 동원에 있어서는 두 가지 문제를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가지고 온 시각자료가 정확히 상상 속 모습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차이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경의 세세한 부분이 중요한 경우, 마스터는 자신이 배경의 모습으로 가지고 온 시각 자료에 더해 부가적 설명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주의점은 시각 자료를 많이 동원하면 할수록 상상력이 차지하는 자리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RPG에서 상상력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자신의 마음 속 캐릭터의 모습과, 마스터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상상하는 모습이 꼭 동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점은 RPG의 중요한 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각자료를 사용하면 상상의 여지는 좁아지며, 모두 그 시각자료에 기반한 모습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3. 지도


RPG에서 사용되는 지도는 크게 “지역 지도”와 “조우용 지도”로 나뉘어집니다. “지역 지도”는 캐릭터들이 현재 위치한 지역에서 시작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 혹은 대륙의 지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로 주어지는 배경에 대한 지도를 말합니다. 한편, “조우용 지도”는 전투 조우 상황등이 벌어질 때 캐릭터와 적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린 지도를 뜻합니다. 특히 D&D 등의 “전술적” RPG에 있어서, 조우용 지도는 거의 필수적인 액세서리에 속합니다. 물론 지도를 사용하지 않고 전투 조우를 진행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만, 전술적 RPG에서는 그런 경우가 오히려 예외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역 지도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이 현재 위치한 곳 너머 지도에 그려진 산맥과 바다, 강과 호수의 이름들은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찾아갈 세계 속 다른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것 만으로도 게임에 약간의 활력을 더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시판되는 배경을 사용하는 경우는 그 배경의 지도를 쓰게 되지만, 자체적으로 지역 지도를 그리고자 할 때에는 몇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지역 지도가 완벽하게 사실 그대로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지도가 일정한 축척 하에 정밀하게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중세 판타지 배경의 지도라면, 오히려 어느 정도는 부정확하고 잘못되어 있어야 정상입니다. 또한, 처음 지도를 그릴 때 모든 부분을 채워 넣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당장 게임에 필요 없는 부분이나, 앞으로 복선이 되지 않을 부분, 등장시킬 예정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확실히 정해두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조우용 지도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전투 등의 조우 상황에서 각 캐릭터나 적들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분명히 표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도에 배치하면 모두가 단번에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을, 설명만으로 해설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나마도 제대로 설명되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ORPG 플랫폼은 온라인 상의 지도 공유 기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유된 지도를 통해,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은 조우의 상황을 파악하고 다음번 자신의 행동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시판되는 모험을 사용할 경우, 대개 그 모험 내에 지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자작 모험을 사용하는 경우, 마스터가 직접 지도를 그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전술적 RPG의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 조우용 지도를 그리는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몇 장에 걸쳐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기술이며 하루 아침에 다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조우용 지도를 그리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우의 상황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도에는 적과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초기 위치, 장애물, 엄폐물, 조명 상태, 이동 상의 문제점, 적이나 아군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 등이 배치될 수 있습니다. 전술적 RPG를 진행하는 마스터의 경험은 지도를 그리고 배치하는 경험에 비례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지도를 그려보고, 다양한 시도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아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전술적이지 않은 RPG라 해도 지도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 지도”에서 설명한 것처럼 지도는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물 배경의 게임을 할 때 역시, 실제 현실 공간의 지도를 사용하면 놀라운 실재감을 줄 수 있습니다. 구글 지도 등에서 게임 배경이 되는 지역의 지도를 출력한 다음, 각 장면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보여준다면 주변의 광경을 그대로 상상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4. 토큰과 미니어쳐

출처: 깔깔고블린

전술적 RPG에서 조우 지도를 사용하는 경우, 토큰이나 미니어쳐는 거의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액세서리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토큰은 보다 단순화된 형태로 캐릭터 및 적들의 위치를 나타내주며, 미니어처는 보다 입체적으로 위치를 보여줍니다.


토큰의 경우, 준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조우용 지도의 크기에 맞추어 적당히 종이를 자른 후, 그 종이에 캐릭터와 적들의 이름을 써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캠페인에서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더 공들여 토큰을 만드는 경우 역시 존재합니다.


토큰을 사용할 경우의 장점은 이미 조우용 지도를 사용하는 경우에서 해설한 바와 같습니다.

미니어쳐의 경우, 보다 극적인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판타지 배경 게임에서 드래곤 등의 거대한 적과 마주하는 경우, 이 적을 지도에 배치된 미니어쳐로 보았을 때의 감각은 토큰으로 보았을 때와 사뭇 다릅니다. 상호간의 크기 차이에서부터 실재 감각이 느껴지며, 적의 움직임을 더욱 크고 효과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적절한 미니어쳐를 사용할 수 있다면 조우 상황의 재미는 확실히 커집니다.


출처: 깔깔고블린

다만 미니어쳐의 경우, 개인이 필요한 모든 미니어쳐를 구입하고 보관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니어쳐의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며, 또 일부 미니어쳐는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채색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도 합니다.


게임 장소를 제공하는 카페 등 일부 시설의 경우, 이런 플레이어들에게 미니어쳐를 사용하는 경험을 주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미니어쳐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미니어쳐를 보유한 게임 공간들이 있습니다. 조우용 지도 위에 미니어쳐를 세워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나 아슬아슬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둔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남을 추억이 될 것입니다.


5. 음악

Strahd von Zarovich - Theme (OST of D&D)


RPG 게임은 상상력의 산물이며, 음악은 이러한 상상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방송 송출이나 기타 상업적인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YouTube 등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영화나 게임의 OST는 그대로 최고의 액세서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강력한 뱀파이어와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 순간 Bloodborne이나 Dark Souls 의 OST를 사용하거나, SF 장르에서 가장 강력하고 압도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 StarWars의 Imperial March를 사용하면 대단히 훌륭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음악은 마스터와 플레이어들 간에 공유하고 있는 매체 경험이 많을수록 그 효과가 강력합니다. 음악이 연상시키는 장면을 마스터와 플레이어들 모두가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음악을 통해 숨겨진 주제를 전달하거나, 게임 내 세계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음유시인의 노래나 전쟁터의 북소리를 OST로 연출하면, 플레이어들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D&D 팬덤들은 공식 모험이 발표될 때마다 그 모험에 어울리는 다양한 OST를 발표합니다. 이러한 OST는 YouTube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음악은 비용이 들지 않는 액세서리인데다 효과도 좋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몇가지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먼저, 음악을 사용할 때에는 음량에 주의해야 합니다. 음악을 너무 크게 재생할 경우 게임 장소의 주변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플레이어들의 선언이 잘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위기의 연출을 위해 음악을 재생하였다면, 적당한 음량으로 조절하고 선언할 때에는 줄여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마스터나 플레이어간에 공유하고 있는 매체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어느 한 쪽만 알고 있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임 분위기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친숙한 음악을 쓰는 편이 좋습니다.


6. 카드 등의 공식 액세서리


RPG가 보다 대중화되면서, RPG를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단순히 규칙을 파는 것에서 나아가 관련된 액세서리를 보다 넓게 상품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마스터 스크린 정도에서 그치던 액세서리는 이제 주사위를 굴리기 위한 탑 처럼 생긴 소도구나 게임 중 사용하는 주문 등이 쓰여 있는 카드 등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습니다.


공식 액세서리의 경우, 그 만듦새가 믿을만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D&D의 경우, 던전 마스터 스크린이나 주문 카드 등의 액세서리는 게임 진행의 편의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스트라드의 저주”에서 점을 칠 때 사용하는 “타로카 카드(Tarokka Card)” 등의 도구는 플레이어들에게 실재감과 흥미를 유발하는 용도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식 액세서리의 경우, 가격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이러한 액세서리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여유가 있다면, 색다른 게임 경험이 필요하거나 더 편리하게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한 상품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액세서리의 준비


아무래도 게임 경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마스터이다보니, 액세서리의 준비 역시 마스터가 하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그러나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의 계획이나 이야기에 중요한 지도 등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여기 소개된 액세서리들은 플레이어들 역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특히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사전에 이야기를 거쳐, 다음번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을 골라오고 적절한 시각자료를 찾으며 미니어쳐를 동원해 게임을 한다면 그 즐거움은 더욱 커집니다.


RPG 모임의 재미와 즐거움은, 마스터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나누어 져야 할 책임입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들 역시,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들에 대해 한번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서로 분담할 수 있을 만큼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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