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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규칙과 SRD, 향후 지원 계획

저희는 이제 처음 RPG를 시작하기 전에 RPG란 어떤 취미인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분들이나, D&D에 익숙하지 않아서 보다 가볍게 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s: 이하 WotC)가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는 기본 규칙(D&D Basic Rule)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한편, RPG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아마 SRD(System Reference Document: 규칙 참조 문서)의 존재 역시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D&D 5판의 규칙에 기반하여 제작되고 공개된 것들이므로, 많은 분들이 기본 규칙과 SRD 사이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둘을 혼동하시곤 합니다. 실제로 이 두 문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서로 다른 쓰임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기본 규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SRD와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각각 어떤 용도가 있는가를 알려드리고자 이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정보들을 통해, D&D를 보다 편하게 접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본 규칙 D&D Basic Rule

기본 규칙은 SRD가 공개되기 이전, 실질적으로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게임 진행을 위해 WotC가 공개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금 막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한 맛보기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D&D 기본 규칙은 4종의 클래스(로그, 위저드 클레릭, 파이터)만을 담고 있으며, 각 클래스마다 하나씩의 하위 클래스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드워프, 엘프, 인간, 하플링의 4개 종족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경 역시 5개의 배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선택폭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클래스마다 20레벨까지의 성장까지 담고 있기도 합니다. DM을 위한 정보를 볼 것 같으면, 기본 규칙에는 약 20여가지의 마법 물건과 100여종의 괴물에 대한 정보가 나옵니다. 각각 정식 던전 마스터즈 가이드에 실린 200종의 마법 물건이나 몬스터 매뉴얼의 300여종 가까운 괴물에 비하면 기초적인 것만을 상정했음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 규칙은 D&D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감을 잡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본 규칙에 실려 있는 문구는 PHB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기본 규칙은 WotC의 지적 재산권에 해당하므로, 허가 없이 전재하거나 변형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SRD 5th

SRD는 기본 규칙이 공개되고 난 후, 모든 5판 코어 룰북이 발매된 다음 공개되었습니다. WotC는 D&D 3판 시절부터 꾸준히 해당 규칙의 핵심적 부분을 담은 SRD를 공개해 왔고, 이번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SRD는 기본 규칙에 비교하면 더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RD에는 플레이어즈 핸드북에 등장하는 모든 종족과 클래스들이 나와 있고, 선택 가능한 하위 클래스도 더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법 역시 더 다양하게 나와 있는 편입니다. 또한 SRD는 마법 물건이나 괴물의 숫자 역시 기본 규칙보다 더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한편, 선택 규칙에 해당하는 배경 등의 캐릭터 선택지는 SRD에 포함되지 않기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SRD는 철저히 오픈 라이선스를 따르기 때문에, WotC의 지적 재산권에 해당하는 고유명사는 절대 포함하지 못합니다.


과거 3판과 3.5판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SRD의 존재가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SRD의 존재 목적은, D&D 5판과 유사한 규칙을 사용해 자신들의 컨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SRD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 여러가지를 잘 지켜야만 합니다. (이 내용들은 SRD 맨 앞의 법률 정보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RD 사용자는 OGL에 포함되지 않는 WotC의 제품명이나 관련 고유명사를 쓸 수 없으며, 자신이 제작하고 변경한 부분을 분명히 명시해야 하고, 저작권 표기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철저히 지키는 가정 하에서, 창작자는 SRD를 사용해 자신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저작권 표기 및 관련 법률 정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오픈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으며, 불법 저작물이 됩니다.


플레이어즈 핸드북 등 코어 룰북들과의 차이점
(위) 베이직 룰 (아래) PHB | 사용한 이미지의 숫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부분만 떼어놓고 볼 경우, 기본 규칙이나 SRD가 담고 있는 부분들은 PHB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PHB를 사용하는 것에는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 선택지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이터의 하위 클래스로 SRD와 기본 규칙은 모두 “챔피언(Champion)”만 소개하고 있는데, PHB에서는 “배틀 마스터”라는 선택지도 같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PHB에는 다양한 배경들이 주어지며, 또한 재주(Feats) 등의 선택 규칙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DMG나 MM의 경우 그에 해당하는 기본 규칙이나 SRD와의 차이는 훨씬 더 큽니다.

DMG에서 찾을 수 있는 마법 물건 200여종이 다 없다는 것은 오히려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DMG의 전반부는 DM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합니다. 특히 5판 DMG의 정보는 역대 DMG 중 가장 실질적 유용성이 높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세계를 설계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요소들에서 시작해 NPC를 빠르게 제작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DMG에만 나와 있는 내용들은 결코 따로 사기에 아깝지 않은 것들입니다.


MM의 경우, SRD가 상당수의 괴물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삽화와 설명의 차이일 것입니다. SRD에서는 괴물의 “자료”만을 소개합니다. 기본 규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MM에서는 괴물의 삽화 뿐 아니라, 습성이나 생태, 성격, 특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자료만 가지고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물론, 사용자 본인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이겨내지 못할 만큼의 어려움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직접 묘사하는 어려움보다 삽화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한국 RPG 플레이어들이 보다 쉽게, 보다 편하게 D&D를 접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기본 규칙을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기본 규칙은 비록 간단하지만, TRPG란 무엇인가, 혹은 D&D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리 부족함 없는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기초적인 판정 방식만을 사용하고 싶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상상을 통해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 SRD를 사용하시는 것도 권해 드립니다. 저희는 SRD에 대한 번역 계획이 아직 없습니다만, SRD는 기초적인 법률 정보를 준수할 경우 누구나 쉽게 번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만큼 확산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가장 바라는 것은 기본 규칙으로 흥미를 느끼신 다음 저희가 번역한 내용물들을 통해 D&D의 진짜 즐거움에 깊이 빠지시는 것입니다. 저희는 여러분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참조- OGL (오픈 게임 라이센스)와 DM 길드

오픈 게임 라이센스는 SRD 사용의 원칙이 되는 라이센스 규약입니다. 한국의 플레이어 여러분이 이 라이선스 규약을 준수하는 경우, 원하는 대로 SRD를 사용해 자신만의 게임이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제작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중요한 제한점들이 있습니다. “D&D”를 포함한 상품명이나 고유명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창작의 길에 맨 처음 접어든 사람들은 상당수 이러한 제한을 완벽히 따르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보다 쉽게 “D&D” 등의 상표명을 쓰면서도 어렵지 않게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DM 길드(DMs Guild)입니다. DM 길드는 WotC의 감독 하에 DriveThru RPG가 운영하는 온라인 마켓으로, 이 곳에서는 D&D의 관련 지적 재산권을 사용하는 창작물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DM 길드에는 실제로 엄청난 양의 개인 창작물이 등록되어 있으며, 개중에서는 공식 책에 버금가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것도 다수 있습니다.


한국의 플레이어 여러분들이 D&D를 즐기시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신다면, 그 아이디어를 그냥 버리지 마시고 컨텐츠로 만들어 보십시오. DM 길드에 등록하면 다른 누군가의 창의력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며, 판매에 따른 이익도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DM 길드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운영되고 있으나, 한글로의 자동 번역만으로도 충분히 사용가능합니다. 또한 다국어 상품 역시 판매 중에 있으므로, 저희는 이후 DM 길드를 통해 한국에서도 개인 창작물 모험 등이 더욱 많이 유통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DM 길드로 인해 활짝 열린 “홈브류의 시대”에 대해서는 이후 다시 칼럼을 통해 더 자세하게 소개 드리겠습니다.


DKSA의 향후 지원 계획

저희는 한국 RPG 시장의 문을 열었던 던전즈 & 드래곤즈 클래식의 길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 역시 D&D 클래식을 접한 세대이며, 그때 저희들이 느꼈던 흥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때 저희가 느꼈던, 세계와 모험에 대한 갈증 역시 그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토대로 생각해 보았을 때, 저희는 목표하는 대로 한국에서 D&D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핵심적인 지원 몇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던전 마스터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마스터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입니다. D&D5판의 던전 마스터즈 가이드와 몬스터 매뉴얼에는 이미 지난 어떤 판본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씨앗들이 들어가 있지만, 그 외에도 저희는 이후 칼럼을 통해 마스터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계속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마스터들이 자주 어려움을 겪곤 하는 괴물의 사용법이나 조우 구성 방식 등도 조언을 드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희가 “공식 모험”을 내년 안에 발매하고자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공식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뛰어난 모험을 읽어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마스터들의 아이디어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저희는 내년에 출시될 “스트라드의 저주” 뿐 아니라, 앞으로도 다른 모험들 역시 계속 검토하고 번역하여 소개해 드릴 것입니다. 저희가 이러한 지원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팬덤의 지지와 유지력이 있어야 합니다만,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열의와 관심을 보건대 적어도 일정 기간은 지원을 계속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새로이 D&D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D&D5판은 과거의 규칙들에 비해 간소화 되었으면서도, 깊이있는 판정과 게임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RPG의 재미 역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실제 영미권에서 D&D는 단순히 게임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정도로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분들이 노인정에서 자원 봉사 나온 젊은이의 마스터링을 받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학교에서 D&D 소모임 활동으로 영상을 만드는 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5판이 넓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5판이 그만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규칙인 까닭이 큽니다. 저희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D&D는, 나아가 RPG는 참 좋은 취미입니다. 저희는 이 취미를 보다 널리 퍼트리고 싶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맨 처음 마주하는 어려움은 “같이 할 사람들을 찾는 것”입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할 계획은 없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D&D 커뮤니티에 협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와서 몇시간 가볍게 즐기고 갈 수 있는 취미의 하나로 D&D의 자리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같이 할 사람들을 찾고 난 다음 찾아오는 어려움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앞으로의 칼럼과 정보 소개로 조금씩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곧 공개될 기본 규칙을 통해 D&D의 분위기를 느끼고 저희의 정보를 이용해 게임을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만약 직접 책을 사기 전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SRD를 다루는 모임을 찾아보시는 것 역시 추천합니다.


저희의 일차적 목표는, “D&D를 하고 싶지만 언어 때문에 못하는 일만은 없게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에게도 한계가 있으며, 저희의 활동은 라이센스 원 보유자 및 현지화 담당사의 관리와 감독 하에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플레이어 여러분이 보여주시는 뜨거운 성원을 생각하면, 저희의 잘못으로 이 성원을 꺼트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주부터는, 기존 칼럼들의 흐름에 더해 텀블벅에서 후원중인 상품들의 소개를 할 예정입니다. 각권의 자세한 내용과 저희의 방침에 대해서는 이후의 칼럼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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