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연재에서는 D&D의 모든 세계들 중 두 번째로 젊은 세계이자, “가장 현대적인 세계”인 에버론(Eberron)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소개 순서
포가튼 렐름즈(the Forgotten Realms)
레이븐로프트(Ravenloft)
에버론(Eberron)
그레이호크(Greyhawk)
드래곤랜스(Dragonlance)
기타 세계들
에버론, 가장 새로운 세계
에버론의 등장
에버론은 D&D가 위저드사로 넘어온 다음 만들어진 세계라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세계들과는 다른 입장에 있습니다. 사실, 에버론은 굉장히 특이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D&D 3판 발매 후 2년이 지난 2002년, 위저드사는 배경 세계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11,000건이 넘는 공모가 쏟아졌고, 그 중에서 최종으로 우승한 것이 바로 프리랜서 게임 작가였던 키스 베이커(Keith Baker)의 에버론이었습니다. (최종 후보 3인 중에는 유명 웹코믹인 Order of the Stick의 작가 Rich Burlew도 있었습니다.) 이후 에버론은 2003년 D&D 3.5판의 발매에 연이어 정식 캠페인 배경으로 출판되었고, 2004년의 오리진상을 수상하면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에버론은 “지금까지의 D&D 세계”들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주었고, 이 차이점은 점차 낡은 것이 되어가던 D&D 팬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습니다. 과거 TSR 시대에 만들어진 D&D 배경들은 비록 그 분위기는 약간씩 달랐지만, 대부분 중세적 판타지에 깊게 그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버론의 주 무대인 코바이어(Khorvaire) 대륙은 근대적인, 어쩌면 거의 현대적이기까지 한 분위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에버론의 전개 과정
에버론은 3.5판 당시 5년에 걸쳐 20여권에 달하는 룰북과 모험을 출판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배경이 포가튼 렐름즈에 비교해도 그리 뒤지지 않는 속도로 전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새로 유입된 팬들의 지지와, 위저드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7년 D&D 4판의 발매 이후, 4판의 플레이어즈 가이드에서는 새로운 배경 세계인 넨티르 협곡(Nentir Vale)을 선보였으나, 여전히 공식 배경으로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포가튼 렐름즈였습니다. 한편, 에버론은 4판으로서의 전환에서도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2권의 배경과 1권의 모험을 출판하였습니다. 게다가 에버론은 4판 발매 직전인 2006년, 터바인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된 온라인RPG 게임인 던전즈&드래곤즈 온라인의 배경으로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던전즈&드래곤즈 온라인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 확장팩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에버론
2015년 D&D 5판이 출시되고 큰 성공을 거두며, 에버론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커져 갔습니다. 이미 플레이어즈 핸드북을 포함한 여러 룰북에서 에버론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2018년 7월 드디어 에버론을 다루는 배경책인 “에버론의 길잡이 안내서(Wayfinder’s Guide to Eberron)”이 PDF로 출시되었습니다. “길잡이 안내서”는 실제 책으로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DM 길드에서는 “길잡이 안내서”를 바탕으로 한 모험들이 자주 올라오는 편입니다. 에버론은 여전히 다른 세계들에서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차이를 지닌 세계이며, 따라서 여전히 많은 팬덤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2019년 4월 에버론의 원작자 키스 베이커는 DM길드(www.dmsguild.com)를 통해 “에버론의 길잡이 안내서”에서 부족했던 게임적인 부분을 보충한 “모그레이브 대학 문집(Morgrave Miscellany)”를 출판하였습니다. “모그레이브 대학 문집”은 공식 배경 규칙이라고 믿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에버론의 설정들을 게임 규칙으로 녹여냈으며, 기존 3.5 시절에 인기를 끌었던 클래스들을 되살려냈습니다. 비록 정식으로 출판되는 규칙은 아니지만, “모그레이브 대학 문집”을 사용한다면 “에버론의 길잡이 안내서”와 함께 D&D 5판을 배경으로 에버론을 진행하기에 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에버론의 역사
에버론의 고대사
“에버론(Eberron)”이란 드래곤들의 전설 속 세 선조룡 중 하나의 이름입니다. 시버리스(Siberys)와 에버론, 카이버(Khyber)는 함께 이 세상을 만들었고, 위대한 예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들 셋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고, 세상은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시버리스는 세상을 감싸는 빛의 고리가 되어 드래곤들에게 새 생명을 주었고, 카이버는 심연 깊은 곳으로 들어가 수많은 악마의 무리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에버론은 가운데 남아, 상처로 찢어진 대지를 치유하고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곳을 위해 스스로의 몸을 내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에버론은 이 대지의 이름 그 자체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선조룡들의 시대가 저물었을 때, 위대한 예언은 산산히 찢어져 흩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카이버가 품은 수많은 악마들이 지상에 올라오며 악마들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카이버의 악마들은 에버론의 몸에 다시금 씻을 수 없는 수많은 상처를 남겼으나 지상에 남은 선한 종족 중 하나인 코아틀(Couatl)들의 희생으로 다시 카이버의 심연 깊은 곳에 봉인되었습니다.
드래곤들이 떠나고 악마들이 봉인되고 난 이후, 세계는 거인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거인들은 원시 상태였던 엘프들을 노예로 부리며 잊혀진 대륙 젠드릭(Xen’drik)에서 부흥하였고, 남은 드래곤들과 조약을 맺고 비전 마법을 배웠습니다. 거인들은 오늘날까지 세상에 남은 경이로운 업적들을 이루었으나, 점차 문명이 정체되어 가던 차에 기나긴 지배에서 벗어나려던 엘프들의 저항을 맞아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는 엘프들의 독립을 도와주던 드래곤들의 입김 역시 들어가 있습니다.
거인들의 문명이 사라지자, 에버론의 여러 대륙은 수많은 종족들이 난립하는 혼돈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중앙 대륙인 코바이어(Khorvaire)에서는 고블리노이드들이 거대한 제국을 세우고, 그 외에도 여러 종족들이 저마다의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오크들은 드루이드 결사를 만들어 꿈 세계의 침략을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점차 이들 종족 중 일부의 몸에서 예언의 조각, 드래곤마크(Dragonmark)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엘프 왕국은 드래곤마크 가문들 사이의 내전으로 그 중 하나가 멸망하기도 했습니다. 드래곤들은 머나먼 대륙 아르고네센(Argonessen)에 머물며 이 모든 것을 조심스레 살피고 때로는 간섭을 했습니다.
인간의 시대
그러나 코바이어 남서쪽의 대륙 살로나(Sarlona)에서 새로운 종족인 인간들이 이주해 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놀랍도록 진취적인 종족인 인간은 특유의 적응력을 발휘해 대륙의 패권을 순식간에 휘어잡았습니다. 인간에게 무려 다섯 종의 드래곤마크가 발현된 것 역시 이 세력 확대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몇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블리노이드의 거대한 제국은 몰락하였고, 그 자리는 인간의 왕국이 차지하게 됩니다. 대륙 중앙을 차지한 이 나라는 왕 갈리퍼(Galifar)의 이름을 따 갈리퍼 왕국이라고 불렀습니다. 갈리퍼는 자신의 거대한 왕국을 다섯 자녀에게 나누어 주었고, 자신은 통합왕국의 왕이 되었습니다. 이 다섯 왕국을 오대왕국(the Five Nations)이라 부릅니다.
갈리퍼 통합왕국과 오대왕국의 시대는 무려 800여년을 비교적 평화롭게 흘렀습니다. 이 시기동안 코바이어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중앙에는 드래곤마크와 마법의 힘을 이용한 번개철도 (the Lightning Rail)가 깔렸고, 비전 의회(Arcane Congress)에서는 마법의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은빛 불꽃 교회(the Church of the Silver Flame)가 설립된 것 역시 특기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평화는 없는 법, 894년 갈리퍼 통합 왕국의 왕 자롯(Jarot)이 죽었을 때, 계승권을 놓고 오대왕국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결국 최종전쟁(the Last War)로 발전됩니다.
최종 전쟁은 무려 100년간 지속되며 오대왕국과 코바이어 전역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 시기 동안 발전된 기술과 마법, 드래곤마크의 힘은 오로지 전쟁을 위해 더욱 발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아를 지닌 인공생명체, 워포지드(Warforged)의 발명은 특기할만 합니다. 이들은 이름에서 말해주듯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최종전쟁의 마지막 장면은 특히 커다란 고통이 되었습니다. 오대왕국 중에서도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어리(Cyre)의 수도에서 거대한 마법적 폭발이 일어나며,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파괴해 버렸습니다. 시어리는 이제 비탄의 땅(the Mournland)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고, 수많은 유민들이 발생했습니다. 이 폭발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크나큰 슬픔으로 인해, 남은 나라들은 스론홀드 조약(the Pact of Thronehold)을 맺었고 마침내 최종전쟁이 끝나게 되었음은 사실입니다. 모두가 시어리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되는 것만은 진정 두려웠던 것입니다.
에버론의 차이점
에버론의 역사를 보았을 때는 사실 기존의 D&D 세계들과 많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버론은 확연히 큰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멸자와 신앙, 철학, 그리고 성향
에버론은 공인된 D&D 세계 중 최초로, 신앙과 철학, 클래스의 능력을 거의 완전하게 구분한 세계입니다. 물론 에버론에도 클레릭과 팔라딘이 있으며 이들은 신성한 힘에 기반한 마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에버론에서는 신을 인격을 가진 실체라기보다, 일종의 철학적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또한 신의 신도가 신성 마법을 쓰기 위해 반드시 신의 성격과 일치하거나 유사한 성향을 지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선한 철학을 가르치는 신의 성직자가 비열하고 사악한 인물인 경우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편, 반드시 “신”을 믿지 않더라도 어떠한 철학을 따르면 그에 따라서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에버론이 최초였습니다. 물론 에버론에서도 여타 D&D 세계와 유사한 감각의 다신교적 신들(소버린 호스트)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정적인 정화를 주장하기에 정의로운 팔라딘들과 광신적인 이단심문관이 공존하는 은빛 불꽃 교회나 오래 전 불사의 몸이 된 엘프 리치 여왕을 섬기는 볼의 혈통 교단(the Blood of Vol)은 확실히 여타 D&D 세계의 신들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신앙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표현방식의 용인
이처럼, WotC는 에버론의 발매를 기점으로, 필멸자와 세계, 종교, 철학, 성향 등에 대해 전통적인 일치주의를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고유명사의 발음에서도 드러납니다. 원작자인 키스 베이커와 WotC는 2008년의 발표에서, 에버론 세계 내 고유명사들의 발음에 대해 “공식 발음을 지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현실에서 Tomato에 대해 토마토/토메이토가 공존하는 것처럼, 발음도 지역에 따라, 혹은 사용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대왕국 중 하나인 Breland는 브렐랜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토박이들은 갈리퍼의 딸 중 하나인 브레이(Brey)의 이름에서 따 왔으므로 브레일렌드라고 부를 것이라 합니다. 마찬가지로 브릴랜드, 브렐란드 역시 다른 종족이나 지역에서 충분히 쓰일 수 있는 발음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라에서도 여러 사투리가 존재하는데, 수천마일 규모의 대륙에서 방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긴 합니다.
괴물은 없다. 크리쳐만 있을 뿐
또한 에버론은 “태생적 악”의 개념을 대단히 희박하게 만들었습니다. 페이룬의 네버윈터에서는 오크를 보자마자 죽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오대왕국 내에서는 오크를 찔러 죽이면 살인죄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고블린이나 코볼드 역시 마찬가지며 심지어 인간형이 아닌 라미아 따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성이 있는 크리쳐의 경우, 정해진 성향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악마 등의 예외는 항상 존재합니다.) 당신 옆의 오크는 대단히 존경받는 관문수호자(the Gatekeeper)의 일원인 드루이드일 수도 있습니다. 탑의 도시 샨(Sharn)에서는 하피 따위의 날개를 가진 크리쳐들이 긴급 택배를 운송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에버론의 레드 드래곤은 흉폭한 파괴의 화신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골드 드래곤이 편협한 협잡꾼일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이 점도 놀랍긴 하지만, 다른 세계를 즐기다가 에버론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가장 놀랍게 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매직 펑크의 세계
갈리퍼 왕국 시절 깔린 번개철도(the Lightning Rain)는 엄청난 속도로 대륙 곳곳을 운행합니다. 하늘에서는 드래곤샤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비공정이 날아다닙니다. 이런 것은 심지어 워터딥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일 것입니다.
오대왕국의 모습은 전통적인 중세 판타지의 연장선인 여타 D&D 세계들과 달리, 마치 현대적인 컴퓨터 게임 속 매직 펑크의 세계를 연상하게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레트로 게임을 좋아한다면, 파이널 판타지 6, 7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에버론입니다.
이 외에도 에버론은 다른 세계들과 많은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외세계와의 연결이나 이름 역시 다릅니다. 에버론의 드로우(Drow)들은 거미 여신을 숭배하는 언더다크의 사악한 종족이 아니라, 거대 전갈을 타고 젠드릭의 사막을 달리는 자들입니다. 이처럼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느끼는 재미가 에버론에 큰 활력을 주었습니다.
에버론을 추천하는 이유
현대의 플레이어가 가장 이입하기 좋은 세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모로 에버론은 중세 판타지라기보다는 근대, 어쩌면 거의 현대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코바이어의 인물들은 종족적 편견보다는 국가주의적 애국심을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타지적인 요소 역시 있지만, 현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문명의 이기들이 모습을 달리하여 존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샨의 하늘을 달리는 택시들이나 워포지드를 보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어느 정도의 “중세적 상식과 편견”을 요구하던 기존 D&D 세계들과는 달리, 에버론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플레이어들은 보다 현대적인 감각에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점만으로도 기존 D&D 팬덤들에게 에버론이 준 충격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D&D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있어 에버론이 가장 좋은 세계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가장 자연스럽게 그 세계의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세계임은 분명합니다.
익숙한 것 사이의 새로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D&D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에버론은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를 타고 공적이 되고 싶습니까? 에버론이 있습니다. 핵전쟁 이후를 연상시키는 폐허에서 생존물을 해보고 싶습니까? 비탄의 땅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영웅들이 괴물과 악당을 물리치는 전통적인 D&D의 모험 말고도 수많은 새로운 모험의 세계가 열린 것입니다. 여러분은 코볼드 갑부의 의뢰를 받아 엘프 산적들을 잡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의 주목
에버론의 세계는 이전의 다른 세계들과 달리, 유명한 영웅과 NPC들이 매우 적습니다. 포가튼렐름즈를 대표하는 강력한 영웅, 드래곤랜스를 대표하는 영웅과 NPC들은 너무나도 많아서, 종종 DM은 왜 그들이 이번 일에 침묵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왜 영웅들이 움직이지 못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따로 소개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에버론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전 D&D와 달리 높은 직위에 있다고 다 높은 레벨인 것이 아니며, 모험자로서의 레벨이 낮은 인물도 높은 직위나 직급에 있는 걸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명한 NPC나 등장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코바이어는 낮은 레벨 대의 모험에서 돋보이는 사건들을 많이 겪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악당 그리고 위기, 갈등은 그 어떤 세계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계도, 저레벨에서부터 대륙을 옮긴다면 고레벨, 심지어 신화적 모험까지 문제 없이 가능합니다.
추천하는 장르와 모험
에버론에서 기존 D&D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장르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장르들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젠드릭과 스톰리치(Stormreach)는 무엇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험의 땅입니다. 그러나, 독특한 장르들을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그 또한 아까운 일이 될 것입니다.
에버론의 주요한 특징으로, 국가간의 첩보전 장르를 대단히 흥미롭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마찬가지로 에버론은 종족적 편견이나 분쟁보다는 국가간의 애국심과 경쟁이 더 돋보이는 세계입니다. 그러나 국경이 엄격히 폐쇄된 것은 아니니, 어디에나 첩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종전쟁은 스론홀드 조약으로 끝났지만, 언제 다시 전쟁의 불꽃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마치 2차 대전 직후 냉전시대와 같이, 모든 나라가 호시탐탐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다음 전쟁이야 말로 이 세상을 끝장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교적 낮은 레벨의 캐릭터들이 번개철도를 타고 첩보를 벌이는 이야기는 오직 에버론에서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비공정 등 에버론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물건들과 드래곤마크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국가도, 종교도 아니지만 12개의 드래곤마크 가문들은 코바이어 내에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현대에서 이 가문들에 가장 가까운 것은 국제적 대기업들일 것입니다. 드래곤마크 가문의 일원으로 다른 가문과 협조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가는 이야기도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줄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에버론은 놀라운 다양함이 공존하는 세계이다보니 이런 장르 말고도 정말 다양한 것이 가능합니다. 공포물을 하고 싶다면 댈키르와 광기의 달 조리앗(Xoriat)의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신나는 항해물을 하고 싶다면 라자르 공국 연합(Lhazzar Principalities)이 있습니다. 물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하는 비탄의 땅과, 창조자에게 버림받은 피조물들이 그들 스스로의 신을 세우는 클리셰 그 자체인 칼날의 군주(the Lord of Blades) 이야기를 빼놓아서도 안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D&D를 하고 싶으시다면 모험과 기회의 땅 젠드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맺음말
사실 에버론의 매력은 단 몇천 단어의 소개글에 담기에는 너무나 방대합니다. 물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배경 세계들에는 그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들은 정말로 “모든 것”을 알기에는 너무나 쌓여 있는 자료의 양이 많고, 곳곳에 긴 세월 동안 뒤바뀌거나 충돌을 일으키는 설정들이 있습니다.
에버론은 산뜻하고, 잘 정리되어 있으며,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D&D의 전통적 매력 역시 내려놓지 않은 세계입니다. 저희가 에버론의 길잡이 안내서를 낼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혹 “새로운 D&D”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에버론을 찾아보십시오. “모그레이브 대학 문집”에는 기존의 D&D에서 상상할 수 없었지만, 의외로 어울리는 새로운 발상들이 등장합니다. 야만스럽지 않은 바바리언을 하고 싶습니까? 슈퍼 솔저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바드? 물론 가능합니다. 수도승 생활을 하지 않는 몽크도 있습니다. 기존의 편견과 제약 너머의 세계, 그것이 바로 에버론입니다. 여러분이 “기존의 D&D”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신다면, 에버론이 곧 여러분의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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