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RPG 칼럼3: 게임 과정의 문제 해결

이번 시간에는, RPG 게임을 즐기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RPG는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즐기는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혼자 즐기는 취미들과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상호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은 당연하게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며 최악의 경우에는 팀을 분열시키는 결과까지 가기도 합니다.


가장 우선되는 법칙, “합의”

여기서 말하는 “합의”란, 게임의 플롯이나 이야기의 흐름, 조우나 캠페인의 결과를 미리 합의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팀 플레이어들 간의 “합의”란, 기본적으로 지키고자 서로 약속한 사항들을 말합니다.

대개의 경우, 팀 내에서는 몇가지 기본적인 약속이 존재합니다. 여기에는 “주제”나 “장르”에 대한 합의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장르를 “공포물”로 하기로 미리 합의하였다면, 공포물에 심하게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은 합의를 위반하는 경우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게임 내에서 특정한 요소나 능력 등을 서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경우 역시 이러한 합의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합의가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 중 어느 누구도 개인의 입장으로서는 다른 플레이어를 제재하거나 제한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스터의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합의가 중요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RPG에서, “트롤”과 “재미있는 플레이어” 사이는 단 하나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트롤”은 자기 혼자 재미있어하는 행동을 하고, “재미있는 플레이어”는 모두가 재미있어하는 행동을 한다는 차이 말입니다. 따라서, 다른 게임에서 “트롤”로 취급받는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자신과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있을 때에는 꽤 괜찮은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다른 팀”을 찾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불쾌감에서만 즐거움을 얻는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기도 합니다.

팀의 “합의”를 만들기

RPG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있어, “합의”는 상당히 생소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어떤 이들은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RPG의 자유도를 저해하며, 따라서 자유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합의를 적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유도”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의견이 반드시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합의를 가능한 한 작게 유지한다.”는 점 역시 팀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다른 플레이어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매우 자연스럽게 게임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합의”는 우선 게임의 분위기와 장르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위기와 장르는 대단히 많은 부분에 연관을 지닙니다. 예를 들어 진지한 분위기의 하이 판타지 장르 게임을 하기로 합의한 경우, 캐릭터의 이름을 “바트 심슨 3세” 따위로 짓게 되면 합의를 어기는 것이 되므로 다시 짓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게임을 하기로 합의한 경우, 지나치게 진지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이나 잔인한 묘사가 나올 때 이것은 합의를 어기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여기서 장르와 분위기에 대해 합의한다고 해서 딱히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게임과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합의로 결정하는 경우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것 역시 팀 내에서 모두가 동의할 경우에 한해 가능합니다.


장르와 분위기에 대해 합의하였다면, 3번째로 정해야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식”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플레이어간의 의견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규칙 해석 상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을 합의하여야 합니다.예를 들어, 게임 진행 도중 규칙에 대한 분쟁이 일어난다면 우선적으로 마스터의 판정을 따르고 이후에 규칙을 찾아서 이야기한다. 는 합의를 세울 경우, 마스터는 바로 이 “문제 해결의 방식” 합의에 기반해서 규칙을 우선적으로 해석하는 권한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장르와 분위기, 문제 해결의 방식까지 합의를 했다면, 기본적인 사항은 모두 정리된 것으로 보아도 됩니다. 팀과 규칙에 따라 다른 종류의 합의들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우 다양한 서플리먼트를 사용하는 규칙의 경우, 합의로 사용가능한 서플리먼트의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나 캠페인의 특징에 따라서도 합의에 의한 제한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합의와 제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 모두가 그 합의와 제한의 필요성을 납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칙 해석 충돌

RPG를 하며 가장 자주 벌어지는 문제는 규칙 해석 상의 충돌입니다. 특히 영문이나 일어 등의 외국어로 이루어진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며, 한글화한 규칙이라 해도 충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모호한 문장이 있을 경우,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규칙 해석 충돌은 가장 해결하기도 쉽습니다. 사전에 정해 둔 합의에 따라 마스터가 우선적인 권한을 가지고 규칙을 해석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팀은 저마다 규칙의 충돌을 해결하는 독특한 방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규칙 충돌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러한 충돌이 플레이어 간의 감정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빠르게 수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쟁은 초기에 정리할 경우 감정적인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길어질수록 단순히 규칙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간의 감정까지 상하는 문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합의된 내용에 따라 우선적으로 규칙을 해석할 권한을 지닌 자에게 규칙의 해석을 맡기고, 게임이 끝난 이후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할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마스터(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규칙을 우선적으로 해석할 권한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충돌을 오래 끌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만, 마스터 역시 자신의 우선적 해석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플레이어 캐릭터 간의 충돌

RPG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때로는 게임 내에서 PC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PC들끼리 서로를 죽이려 하거나, 서로에게 능력을 사용하거나, 서로를 속이려 하는 경우는 처음 RPG를 시작한 팀 내에서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편입니다.


일부 규칙에서는, PC들 간의 갈등이나 분쟁이 더욱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갈등을 발전시키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한편, 일부 규칙에서는 PC들 간의 갈등이나 분쟁을 게임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법칙에서든 반드시 강조하는 부분은, PC들 간의 갈등이 플레이어들 사이의 갈등으로 심화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숙련된 마스터들 역시 PC들 간의 충돌을 다루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특히 캐릭터와 플레이어간의 감정 이입이 중요한 게임 규칙일수록 PC간의 갈등이 플레이어 사이의 갈등으로 전이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PC들 간의 갈등을 게임적으로, 즉 규칙을 사용해 해결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곤 합니다. 심지어 플레이어들이 게임적 해결 방식에 합의한 결과라 해도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RPG 게임의 캐릭터 제작 방식은 캐릭터간의 능력 균형점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플레이어들 간의 제작 방식 차이 역시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PC들 간의 갈등이 “공정한 대결”로 이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PC들 간의 갈등이 벌어질 경우 가장 우선적인 선택지는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비게임적으로 서로간의 이야기를 통해 해결하는 것입니다.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PC의 플레이어들 각자에게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당사자들 뿐 아니라) 팀원 전체가 만족할만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PC간의 갈등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갈등이 팀원 전체의 상황 해결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결 역시 당사자들 뿐 아니라 팀원 전체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당사자가 된 PC의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자기 PC의 성격과 특징에 다른 판단” 뿐 아니라, 자신이 캐릭터를 이렇게 움직여서 게임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려 하는가, 어떤 부분에서 다른 팀원들 역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등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선택이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캐릭터만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RPG를 즐겁게 만드는 책임은 마스터를 포함하여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PC간의 갈등을 해결한다고 해서, PC들 사이가 항상 좋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게임 내 세계에서는 서로 죽일듯이 미워하는 캐릭터들이라 해도, 플레이어들끼리는 서로 협력하는 경우는 대단히 흥미로운 역할 연기 기회를 제공합니다.

플레이어와 마스터 사이의 충돌

어떤 플레이어가 생각하기에 마스터가 공정함과 객관성을 잃었다고 여기거나, 마스터 본인이 기존에 있었던 팀의 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여길 경우 마스터와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마스터에게 가진 불만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 해결 방식 중 가장 큰 실수는 게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게임 내적 수단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우입니다.


마스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출판된 모험을 사용하던, 스스로 설계한 모험을 사용하던, 모든 상황에 철저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스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플레이어들의 진행 방향이 자신이 준비한 것 너머로 향하고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미리 언급을 해 두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려 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제대로 되지 않아 반복되는 좌절에 지치는 것보다는, 마스터가 솔직하게 “그런 전개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쪽이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게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게임 내적 수단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우, 대개는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물론, 숙련된 마스터라면 임기 응변과 상황 조정을 통해 자신이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대처하며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되지 못한 마스터라면, 플레이어들에게 가능한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청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와 마스터 사이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최악의 상황은, 마스터가 모두를 납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과 이야기를 끌고 가려 하며 불만을 지닌 플레이어를 억누르려 할 때입니다. 이 경우는 (당장은 마스터의 바람대로 흘러갈지 몰라도) 이후 대개 팀의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충돌을 겪게 됩니다. 마스터 역시 자기 혼자만의 재미를 위해 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마스터가 자신의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 할 경우에는 모두를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의 충돌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의 감정이나 의견 충돌이 벌어질 경우는 대개 이전에 벌어진 충돌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은 팀에 있어서 최대의 위기가 됩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하던, 충돌은 대개 상처를 남깁니다.


분쟁을 일으킨 플레이어들 중 어느 한 쪽이 명백히 합의에서 어긋난 행동을 벌인 경우, 그 플레이어에게 합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거나 팀에서 내보내야 할 필요가 생기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플레이어간 충돌이 벌어질 경우, 게임적인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대개 개인간의 감정이 더 중요한 부분으로 발전하므로 팀원 전체가 참여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개인간의 감정이 게임 내에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감정이 고조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들 사이에 감정적인 충돌이 있는 경우, 우선 게임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 상태로 게임을 진행한다 해도, 다른 플레이어들만 더 불편해질 뿐, 게임의 목적인 “즐거움”을 얻기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중단시킨 다음에는 분쟁을 일으킨 플레이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외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는지 판단합니다. 만약 양쪽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팀에서 어느 한 쪽이(혹은 양쪽 모두가) 나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명심해야 할 것은, 맨 처음에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어느 팀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맞지 않아 마찰을 불러 일으켰던 플레이어라도, 다른 팀에서는 서로 잘 맞을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간의 감정적인 충돌 역시 부드럽게 봉합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 주의점

게임 상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문제가 게임 내적으로 발생한 것인가? 게임 외적으로 발생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규칙이나 이야기의 진행 방향 등 게임 내적으로 발생한 문제의 경우, 게임 내적인 해결 방침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 간의 충돌이나 플레이어의 불만, 혹은 고의적으로 합의를 무시하려는 플레이어 등 게임 외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이것을 게임 내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장르나 분위기에 대한 합의를 지나치게 무시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즐거움을 훼손시키는 플레이어의 경우,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에게 게임 내적 논리를 적용해서 제재하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플레이어의 문제는 마스터와 다른 플레이어들이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현실적인 분위기의 진지한 추리물 게임을 하기로 합의되어 있는 도중 어떤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계속 현대적 상식으로 말이 되지 않는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거나 하는 경우, 먼저 그 플레이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 본인의 즐거움만을 위해 그런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 문제는 게임 내적으로 해결될 것이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망치고자 고의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 게임 내의 법적 기관이나 규칙 상의 문제로 처벌하고 제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을 접한지 오래지 않은 마스터들 중 상당수는 문제에 대한 “게임 외적 접근”을 취하는데 두려움을 느낍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자유도를 보장하기 위해” 게임 내적인 접근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고의적인 트롤링은 자유도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러한 “게임 내적인 접근”은 플레이어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게임 내적으로 대응되므로 내 태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신호를 받게 되면, 이런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선을 찾기 위해 점점 더 심한 행동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플레이어와 마스터간의 1:1 진행이라면 모르겠지만, 대개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이 상황에서 같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취하는 행동이 명백히 다른 플레이어들의 즐거움을 고의적으로 해치는 경우, “게임 외적으로”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게임의 목적은 모든 플레이어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세션에 참여하고, 평소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내려놓은 다음 상상 속 세계에서 다 같이 이야기를 즐기고 싶어합니다.


게임을 재미있고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의무는, 마스터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모두에게 있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팀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역시 지니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행동을 선택할 때에는 물론 자신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즐거움을 망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짧은 칼럼 만으로 게임 중에 벌어지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 각각이 팀의 즐거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 마스터 역시 완벽한 대응만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솔직하게 문제를 의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장르와 분위기, 팀의 규칙에 대해 합의를 먼저 정하면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유용하다는 것은, RPG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bottom of page